영화 '헤어질 결심'
"(전작들이) 자극적인 표현을 썼던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그런 영화를 의도 했었죠 폭력과 정사장면, 노출 등이 필요했다고 생각했고, 필요한 만큼 구사했다. 그런 영화들은 관객에게 뭔가 들이대듯이 바짝 눈앞에 갖다 대는 류의 영화였다.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하고 싶었다. 감정을 숨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인 만큼, 관객이 저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스스로 가까이 다가가게 하고 싶었다. 미묘하게 섬세하게, 변화를 들여다봐야하기에. 그러기 위해서는 그런 자극적인 요소를 낮춰야한다. 섬세한 음악을 노래할 때 다른 악기 소리가 너무 크거나 화려하면 안 되는 것처럼. 그런 반주들을 좀 낮추는 것이 맞을 것이다.“
박찬욱 감독이 자신의 신작 ‘헤어질 결심’이 전작과 결이 다르다는 평가에 대해 내놓은 자신의 해석이다. 지난 주 막을 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의 신작 '헤어질 결심'이 오늘(2일) 오전,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서울에서 제작보고회를 열었다. 방송인 박경림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박찬욱 감독과 주연배우 탕웨이와 박해일이 참석하여 칸 영화제와 영화에 대한 속 깊은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영화 '헤어질 결심'
영화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이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내놓은 한국영화이다.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칸에서 상영되면서 서스펜스와 멜로를 넘나드는 신선한 영화적 재미를 선사한다는 평이 주류를 이뤘다.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이전엔 상장만 주어졌는데 이번엔 바뀌었더라. 황금종려상만 트로피를 줬는데 이번에 가보니 (다른 부문에도) 트로피가 생겨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 번째 수상이라는 것보다도 개봉 후 한국의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탕웨이는 "칸에서 오랜만에 많은 사람이 모여서 다 같이 영화를 즐길 수 있었던 것이 인상 깊었다. 햇빛이 굉장히 찬란했고, 분위기는 뜨거웠다. 가장 행복했던 건 오랜만에 박찬욱 감독님과 박해일씨를 만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이번 작품이 오래 전 읽은 스웨덴 추리소설 '마르틴 베크' 시리즈 속 형사 캐릭터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영화적 장르에 대해 "칸에서도 받은 질문인데 '50%의 수사, 50%의 로맨스'라는 표현보다는 '100%의 수사 드라마와 100%의 로맨스 영화'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말장난이 아니라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수사 영화고, 어떤 관점에서 보면 러브스토리다. 형사가 용의자를 만나는 관계, 탐문수사를 하고, 잠복근무를 하고, 자료조사를 하는 것이 형사의 일이면서도, 연애에 관한 것이다. 심문 과정 자체가 긴 대화인데 여기서 보통의 연인이 할 법한 모든 일이 있다. 유혹과 거부, 밀당, 원망하고, 변명하는 것이 심문과정에서 모두 벌어진다. 이게 이 영화의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예고편을 통해 공개된 탕웨이의 극중 묘한 한국어와 관련하여 박 감독은 "탕웨이의 한국어는 아주 훌륭하다 문장도 완벽하다. 문자 보내는 장면이 있는데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명확하다. 잘 배운 한국어이다. 그렇지만 억양과 발음이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 그런 말을 우리 한국인 관객이 들으면서 낯설고, 어딘가 묘하다는 느낌을 받기를 바랐다. 극중에서 해진은 서래의 한국어의 표현이 너무 정확해 놀랐다고 말한다. 독특하고 매력 있고 고상하게 느낄 것이다. 사극을 통해 배운 고풍스런 매력이 있다. 귀엽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이상을 생각해 볼 수가 있다. 우리와 타자와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해 탕웨이가 연기하는 서래에 대한 궁금증을 키웠다.
영화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의 스타일 변화와 관련하여 탕웨이는 "박 감독의 이전 작품들이 무거운 맛이자 '김치 맛'이었다면, '헤어질 결심'은 나의 고향인 (중국) 항저우 서호 주변의 청량하고 담백한, 그러면서도 달짝지근한 맛이 있는 게 특징"이라고 비교했다.
탕웨이는 "'헤어질 결심'의 완성본을 3번 봤다. 2번은 작은 화면으로, 1번은 큰 스크린으로 봤는데 너무 달랐다. 스크린으로 다시 볼 것이다. 영화관에서 봐야 작품의 특징 완벽하게 느낄 수 있다"고 극장 관람을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박찬욱 감독은 "코로나로 이 영화가 언제 개봉할지 몰라 끝없이 만지다 보니 내 영화 중 후반작업이 가장 길었고, 덕분에 완성도가 가장 높은 작품이 됐다. 극장에서 보실 만하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며 "'헤어질 결심'뿐 아니라 '브로커'도 봐주시고, '범죄도시 2'도 봐주시고, 한국 영화 아니어도 좋다. 미국영화든지 뭐든지 영화관에 빨리 가서 봐 달라."고 호소했다.
영화 '헤어질 결심'
한편 박찬욱 감독은 '헤어진 결심' 다음 행보에 대해서도 밝혔다. "지금 영어로 된 7부작 드라마(HBO드라마)를 찍고 있다. '동조자'(The Sympathizer)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소설이다. 내가 쇼러너이자, 각본가, 일부 에피소드 연출을 맡는다. 그 다음으로 여러 가지가 진행 중이지만 어떤 작품이 먼저 투자가 될지에 달렸다. 내 꿈은 영어와 한국어 작품을 번갈아 하는 것인데 어떻게 될지 모르죠."라며 국제적 명성의 감독임을 과시했다.
‘깐느 박’ 박찬욱 감독에게 감독상을 헌정한 탕웨이, 박해일 주연의 영화 ‘헤어질 결심’은 오는 29일 개봉된다.
[사진 = CJ ENM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