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 KBS 1TV [독립영화관] 시간에는 '우리 이웃의 단편영화'라는 타이틀로 ‘코스모스’(임종민 감독), ‘패닝 Fanning’(전예진 감독),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조창근 감독) 등 세 편의 영화가 시청자를 찾는다. 임종민 감독의 [코스모스]는 각기 딱한 형편에 놓인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버지는 권고사직을 당했고, 딸은 참여하던 모임에서 나가달라는 소리를 들었다. 이 험한 세상, 그 아버지와 그 딸은 어떻게 이 난국을 헤쳐 나갈까. 서로 힘이 될까,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혜수는 참여하는 ‘팀코’에서 나가라는 말을 듣고 의기소침해 있다. 혜수의 아버지 주봉은 의사의 상담을 받고 있다. 마음의 응어리를 다 털어내라는 충고를 받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집에서 가만히 할 일을 적어본다.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받았기에 회사를 찾아가서 삿대질이나 드잡이라도 해야 직성이 풀릴 것 같다. 서바이벌 게임인지, 코스프레 활동인지 가발을 쓰고 총을 갖고 다니는 딸에게 물어본다. “사냥이라도 갔다 오냐? 코스모스야? 무슨 쓸모가 있냐?”라고. 딸의 대답은 “이거하면 재밌고요, 뭔가 용감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이걸 내가 해야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고요.” 아버지는 딸의 가발을 들고 나간다. 딸은 자신의 가발을 들고 사라진 아버지의 행방을 쫓는다.
임종민 감독은 ‘왜 나는 힘이 들 때 나와 닮은 사람에게 가고 싶은가’라는 문장을 써놓고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영화 속 아버지와 딸은 제각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아버지는 회사에서 내몰렸다. 아마도 자신의 청춘을 바쳤을 직장이고, 가정의 경제를 책임졌을 것이다. 이제 그 곳을 떠나려니 말할 수 없는 절망감을 느꼈을지 모른다. 딸의 경우는? 아빠와 엄마는 따로 살고 있고, 그나마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코스프레 모임에서도 나가라는 소리를 들었으니 우울할 것이다. 자기에게도 스트레스가 있다고. 그 중압감의 경중은 여기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와 딸은 코스프레의 작은 소도구, 가발을 두고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게 된다. 어쩌면 X같은 삶에서 마스크 쓴 히어로, 아니 빌런이 되어서 조금은 용감해지려고 했을 것이다. 아버지를 연기한 베테랑 배우 박길수와 연기호흡을 맞춘 이연은 최근 넷플릭스 화제작 [소년심판]에서 촉범소년 백성우를 연기한 배우이다. 여자다!
‘코스모스’(임종민 감독), ‘패닝 Fanning’(전예진 감독),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조창근 감독) 등 세 편의 단편이 방송되는 KBS [독립영화관]은 오늘밤 12시 10분에 KBS 1TV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by. 박재환)
■■ 임종민 감독 인터뷰: <코스모스> 영화에 관해 궁금한 것들 ■■
Q. <코스모스>를 연출하게 된 계기는.
▷임종민 감독: <코스모스>는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 작품이다.‘ ‘왜 나는 힘이 들 때 나와 닮은 사람에게 가고 싶은가’라는 문장을 두고 이 안에서 이야기와 장르를 하나씩 정해가기 시작했다. 합리적인 조언보다 말 없는 끄덕임이 제게 더욱 위로가 되어줄 때가 있다. 사실 나 자신도 정답을 알고 있거나 아니면 애초에 정답을 듣고 싶은 것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부녀의 유쾌한 소동을 통해서 같은 동질감에서 오는 위로를 이야기 하고 싶었다.
Q. 영화의 제목이 ‘코스모스’인 이유는.
▷임종민 감독: 혜수가 하는 코스프레를 반복해서 코스모스라고 혼동해서 부르는 주봉의 모습은 딸에 관심이 없는 듯 하면서 고집스러운 주봉의 모습을 표현한다. 하지만 동시에 색깔이 코스모스 꽃 같아서 코스모스라고 부르는 주봉의 말에는 어떤 다정한 마음이 있다고 생각했다. 사이좋지 않은 부녀의 이상한 동행 끝에서의 작은 화해에는 이 중의적인 마음이 들어간 단어가 제목으로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Q. 아버지 주봉과 딸 혜수 역으로 배우 박길수, 이연 배우가 등장한다.
▷임종민 감독:아버지 주봉은 고집스러움과 귀여움이 동시에 느껴지는 캐릭터, 딸 혜수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솔직하고 당찬 캐릭터이다. 두 캐릭터는 두 배우와 닮은 지점이 있어보였다. 박길수 배우를 만났을 때, 어렵게 느껴지면서도 친근한 인상을 동시에 받았다. 그리고 이연 배우에게는 열정적이고 솔직한 인상을 받았다.
Q. 두 사람이 마주친 상황이 종종 코믹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임종민 감독: 한 번의 박장대소보다 연한 웃음이 자주 나오는 영화를 좋아한다. 전체적인 톤은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만 조금씩 삐끗하고 어설퍼서 귀여운 상황들을 만들어내려 했고, 틈틈이 코미디의 장르를 활용해서 높은 텐션에서 재미있는 장면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Q. <코스모스>에 출연한 이연 배우의 매력은.
▷임종민 감독: 전체 촬영 기간은 짧지만, 주연 배우로 촬영 분량이 많아서 이연 배우의 체력이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피곤한 기색 한번 보이지 않고 언제나 긍정적인 기운으로 열정적으로 연기 해주셨다. 이연 배우는 솔직하면서도 긍정적인 배우라고 느꼈다. 그래서 함께 작품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고민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웠다.
Q. <코스모스>를 촬영하고 지금 돌이켜봤을 때 생각나는 것들이 있다면.
▷임종민 감독: 아무래도 함께 참여한 스텝들과 그리고 동기들이 떠오른다. <코스모스>는 프로듀싱 전공 윤소영, 촬영 전공 이정민과 함께 작업한 작품이고 연출부로도 연출 전공 동기들이 함께 스텝으로 참여해주었다. 총 5회차 동안 타이트한 일정이 계속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동기들 덕분에 완성할 수 있었다.
Q. <앞서는 마음>, <텔미비전>과 같은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영화를 연출하고 있다. 어떻게 영화를 하게 되었는지.
▷임종민 감독:고등학교 때 삶의 유효함에 관해 불현듯 슬퍼질 때가 있었다. 이럴 때마다 ‘이야기’는 제게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 저는 이야기하는 인생을 꿈꾸게 되면서 오히려 유효한 삶을 긍정하기 시작했다, 20살 때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첫 영화를 찍었고 이후에도 단편영화를 작업하기 위해 노력했다. 시나리오과에서 시나리오를 배우며 이야기에 대해 공부할 수 있었고 한국영화아카데미에 진학하여 영화와 연출에 관해 고민하고 배울 수 있었다.
Q. 이 영화를 보는 시청자분들에게 인사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임종민 감독: 영화는 주로 영화제에서 상영을 했고, 때로는 온라인 상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TV방영은 제게 아직 생소합니다. 낯설고 어색하지만 도리어 설레는 마음도 들기도 합니다. TV로 보시는 시청자분들이 어떻게 보실지, 그리고 어떤 분들이 보실지 궁금하고 설레는 마음입니다. 시청자 분들에게 좋은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임종민 감독과의 인터뷰는 KBS 독립영화관 송치화 작가와의 지면인터뷰로 진행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