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목으로 쓰인 ‘보통 사람’을 시대적 상황과 연결시킨다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다. 전두환의 뒤를 이어 13대 대통령이 된 그 사람의 선거 캐치플레이어가 “위대한 보통사람의 시대”였다. 그다지 특별한 사람이 없었던 그 시절에 ‘보통사람의 시대’를 기치를 내걸었다니 조금 뜻밖이긴 하다.
영화 <보통사람>의 기본 프레임은 tvN드라마 <응답하라>시리즈의 복고풍 영향을 받은 듯하다. 영화에서는 1987년 한국정치가 펼쳐진다. 당시 민정당 전두환의 임기가 끝나가고, 여야는 다음번 대선방식을 정할 문제로 격론을 펼치고 있었다. 내각제나 대통령 직선이냐의 문제였다.
청량리경찰서의 형사 손현주는 오늘도 데모 진압에, 발바리로 소문난 악당 쫓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어느날 조금 수상한 잡범을 잡았는데 알고 보니 대어다. 당시 안기부(안전기획부, 국정원의 전신)에서는 새로 실장에 부임한 새파란 간부가 시국을 조종하기 쉬운 사건 하나를 기획하고 있었다. 손현주가 잡은 ‘잡범’을 전국을 떨게 한 연쇄살인마로 엮자는 것이다. 손현주는 하나뿐인 아들의 다리를 수술하기 위해, 그리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사건조작’에 가담하게 된다. 물론, 민주화시위는 뜨겁고, 언론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정론직필의 기자는 ‘그 시절엔’ 살아 있었다. ‘위대한 보통사람’ 손현주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영화 <보통사람>이다.
‘추노’ 장혁은 이번엔 국가와 민족을 위해선, 그리고 출세를 위해선, 그리고, 정권 유지를 위해선 음지에서 기꺼이 일하고, 요정에서 기꺼이 연출자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변호인>에서 보여준 곽도원 스타일의 보수적 애국주의에 엘리트검사의 소명의식이 결합된 ‘전략적 캐릭터’이다.
이 영화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한 배우는 억울한 누명을 썼던 <살인의 추억>의 박노식보다 백배는 더 험한 꼴을 보게 되는 조달환이다. 눈물을 흘리며 짜장면을 먹는 필사의 연기를 펼친다. 그리고, 손현주를 따라 다니면 현장 수사의 진수를 배우는 지승현이 “이 담배 피울 동안”이라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이 영화는 <내부자들>과 <더킹>이 벌여놓은 한국 정치영화의 빈 곳을 밟고 지나가려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게다가, 제목마저 <재심>이 등장한 시점에 영화를 마무리 짓기 위해 ‘재심’을 끌어들인 것은 시기적으로 불운에 가깝다.
이 영화를 보고, 1987년 대한민국의 아스팔트는 민주화의 열정으로 참으로 뜨거웠다는 것만 알아줬으면. 물론, 그 1987년 체제로 바뀌었다고 대한민국이 훨씬 민주화되었거나 정말 ‘위대한 보통사람의 시대’가 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2017년 3월 23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박재환 TV특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