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상수 감독은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이후 22년간 19편의 장편을 내놓으며 자신만의 사적인 영화 세계를 구축해 왔다. 신작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개봉 전부터 감독과 주연 배우 김민희의 현실 속 관계가 투영된 작품으로 세간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베를린 국제영화제 은곰상을 거머쥐며 '예술적 성취'라는 훈장까지 단 채 국내 관객과 만난다.
영화의 전반부는 한국에서 유부남 감독과의 불륜 이후 외국으로 떠난 영희(김민희)의 정처 없는 시간을 다룬다. 낯선 공원과 자유로운 공기 속에서 그녀는 사랑과 정체성에 대해 고민한다. 후반부는 강릉으로 돌아와 지인들과 술자리를 갖는 이야기다. 정재영, 권해효 등 홍상수 사단의 배우들이 가세해 술김에 뱉어내는 날 선 대사들은 감독이 세상을 향해 던지고 싶은 "그럴 자격이 있느냐"라는 항변처럼 들리기도 한다.
특히 영희와 노감독(문성근)이 재회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술기운을 빌려 "너희가 뭔데"라며 쏟아내는 이야기들은 현실과 영화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홍상수 특유의 '남 이야기하듯' 혹은 '꿈인 듯' 전개되는 비몽사몽의 연출은 영희가 홀로 밤의 해변을 거니는 고립된 풍경과 맞물려 기묘한 미학을 완성한다.
사적인 스캔들을 배제하고 오직 '영화적 미학'으로만 본다면, 이 작품은 생동감 넘치는 사람의 이야기이자 삶의 흥미로운 단면을 포착한 수작이라 평가할 법하다. 하지만 대중에게 이 영화는 예술적 성취와 도덕적 잣대 사이의 팽팽한 줄타기로 읽힐 수밖에 없다. 의미심장하게 등장하는 유리창 닦는 사내의 모습처럼, 타인의 시선이 어떻든 "삶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라 말하는 홍상수식 마이웨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KBS미디어 박재환.2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