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의 슈퍼히어로 중 어느 하나 매력적이지 않은 캐릭터가 없다. 그런데 그중에 지존은 역시 울버린일 것이다. 휴 잭맨이 2001년 <엑스맨>에서 처음 울버린을 맡은 이래 이번 <로건>까지 17년 동안 9번의 울버린을 연기했다. 박수칠 때 떠나라라는 말이 있듯이 휴 잭맨은 이번 <로건>을 마지막으로 ‘울버린’과 안녕을 고한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그 위상에 걸맞은 최고의 작품으로 은퇴식을 마련했다. ‘로건’은 울버린의 또 하나의 이름이다.
영화는 2029년을 배경으로 한다. 세상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사람이 운전대를 잡고 있고, 미국과 멕시코 국경은 여전히 우울하다. 2029년의 로건은 리무진으로 고객을 모시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며 숨어 지낸다. 어렵게 번 돈은 국경 외진 곳에 함께 숨어 지내는 프로페서X(패트릭 스튜어트)의 약값이다. 로건도 프로페서 엑스도 왕년의 슈퍼히어로가 아니다. 초절정 슈퍼파워는 녹이 슬고, 물리적 신체상태는 죽어간다. 그런데 그런 로건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목표는 늙은 로건도, 죽어가는 프로페서도 아니었다. 입을 꼭 다물고 사연을 숨기고 있는 로라(다프네 킨)라는 소녀였다. 하찮은 인간사의 모든 것이 귀찮고, 오직 따뜻한 태양 빛 아래 요트로 달아날 궁리뿐인 로건은 자신의 눈앞에서 로라의 놀라운 능력을 보게 된다. 자기처럼 손등에서 클루가 튀어나오고, 총을 맞아도 자기치유(힐링 팩터)가 되는 또 하나의 뮤탄트였다. 프로페서는 “내가 뭐랬어. 분명 있다고 그랬지…” 이제, 로건과 프로페서 엑스, 그리고 로라는 추적단을 따돌리며 어딘가에 있을 ‘에덴’으로 달아나기 시작한다. 죽음의 여행, 혹은 안식의 여정을.
울브린은 마블 코믹북에서 1974년 처음 등장했다. 그의 놀라운 아만티움 갈퀴손과 절대 죽지 않는 힐링팩터 능력은 그에게 영생을 안겨준 셈이다. 그런데 그러한 신의 은총, 혹은 악마의 선물은 그에게 결코 끝나지 않을 고통까지 떠안긴 셈. 어벤져스의 영웅들처럼 지구를 구하느라 악당과 싸우는 영웅이 아니라, 저주받은 운명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평범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는 존재가 바로 울버린이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슈퍼히어로의 능력을 가졌지만 그 중압감으로 자멸하는 영웅의 어두운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서부극의 걸작 <용서받지 못할 자>와 <셰인>을 끌어들였다. 영화에서는 그들이 <셰인>을 보는 장면을 집어넣었다.
죠지 스티븐스 감독의 걸작 서부극 <세인>(1954)에서 주인공 알란 랏드는 당시 서부의 총잡이가 그러하듯이, 자기가 살아남기 위해 먼저 총을 뽑아들고 살인도 저질렀을 것이고, 그것이 굴레가 되어 쫓기듯이 정처 없이 돌아다닌다. 그러다가 와이오밍의 한 정착인 가족의 오두막까지 흘러온다. 그리고 그곳에서 악당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착한 가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또 다시 총을 들고 싸운다. 그리곤 상처 입은 몸을 말에 의지하고는 눈 덮인 산을 넘어 ‘순수한 인간’(소년 조이)를 떠난다. 그때 그가 말한 대사가 로건의 운명이기도 하다. “옳고 그르든 살인은 돌이킬 수 없는 낙인이야. 이제 이 마을에 총 쏠 일을 없을 거야. “라고.
이 영화에서 무덤의 ‘십자가’ 나무를 옆으로 누이는 장면은 ‘위대한 울브린’의 ‘위대한 퇴장’에 걸맞은 최상의 세레모니임에 분명하다.
물론 <로건>을 통해 휴 잭맨이 히어로를 그만 둔다고 ‘엑스맨’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자비에르 교수의 영재학교가 과밀학급 수준이었듯이, 로라의 동료는 한 무더기이다. 그리고 아직 젊다 못해 어리다. 마블은 얼마나 더 이들을 키워 지구수호 영웅단으로 내세울까. 욕심 많은 사람들은 결코 로건의 DNA를 폐기처분하지 않을 것이다. 이 영화 잔인하다. ‘데드풀’처럼 19금 대사남발이 아니라, 클로로 사람을 마구 학살하는 장면 때문이다. 상영시간 137분. 그런데 이 영화는 중국에서도 개봉되었다. 중국은 아직 관람등급이 따로 없다. 그래서 영화를 상영하기 위해서 마구 자른다. 14분이나 삭제되었단다. 2017년 3월 1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TV특종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