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안녕하세요'는 외로운 세상 속에서 죽음을 결심한 열아홉 수미(김환희 분)가 죽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수간호사 서진(유선 분)의 제안에 따라 늘봄 호스피스 병동을 찾아간 후 그려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최근 채널A 예능 프로그램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서도 활약하고 있는 배우 이윤지는 영화 '안녕하세요'에서 호스피스 병동에서 생활하는 정진아 역을 맡았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을 호스피스 병동 안에서 올려야만 하는 그의 애절한 상황은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Q. 최근 '금쪽 상담소'에서도 활약하고 있고, 연극에 참여하는 것도 잘 봤다. 아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 같은데 소감이 어떠한가?
'금쪽 상담소'는 만나는 분마다 말해주셔서 감사하다. 감사한 마음으로 촬영하고 있다. 작년에 영화 '안녕하세요'를 만나고, 올해는 '금쪽 상담소'를 만났다고 해도 될 정도로 힐링이 되는 시간들이었다. 장르가 다르긴 하지만 나한테 약이 됐다.
'금쪽 상담소'의 경우, 모든 회차에서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매 회차가 그렇다. 이번 회차에서는 이 부분이, 저번 회차에서는 저 부분이 발견되는 것이 신기하다.
Q. 방송에서 딸을 공개하기도 했고 가족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으로 안다. '금쪽 상담소' 그리고 훈훈한 영화 '안녕하세요'를 찍으면서도 가족의 존재에 대해 다시 돌아봤을 것 같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다시 나를 키운다는 느낌이 든다. '금쪽 상담소' 촬영 때도 나도 이런 비슷한 상황이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나의 지난 기억을 다시 쓰기도 한다. 다르지만 어린 시절 과정을 보니 어떠한 포인트들이 있었다. 지난 과거가 정리되는 기분이다.
Q.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에 방문하며 전주 톡톡과 더불어 GV 행사 등에 참여했다. 코로나 시국에 오랜만에 관객들을 만난 소감은 어떠한가?
신기할 뿐이다. 이번에 거리 두기 객석이 없다고 하더라. 개막식 때 돔 커튼을 열자마자 소름이 확 끼쳤다. 영화제에 참석하고 시상했던 적은 있었어도 내 영화를 가지고 영화제에 온 것은 처음이다. 당연히 전주도 처음이어서 모든 것이 의미가 있는 와중에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 기쁘다.
Q. '안녕하세요'의 명장면들 중 결혼하는 장면, 주변에서 환자들이 축하하는 장면이 너무 아름다웠다. 실제로 결혼을 하셨고 그 장면을 찍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 같은데 어떠했는가?
결혼을 하지만 두 사람 앞에는 삶 자체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장애물이 존재한다. 결혼이란 하루하루 살아나가며 이 사람에게 그만큼의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들을 같이 연기한 오동민 배우와 많이 했다. 나를 위한 생각을 같이 해준다는 것 자체가 마치 진아 옆에 은석이 있어주는 것처럼 고마웠다. 촬영할 때 세팅되어 있는 소품 자체도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알려주는 것 같아 애틋했다. 진아라는 캐릭터는 은석 없이는 해석이 안 되는 캐릭터다. 실제로도 부부라는 것은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뜻깊은 공동작업이었다 뜻깊은. 진아 혼자만 연기한 것이 아니었다.
Q. 두 사람 사이의 애틋한 감정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 같다. 그 신에서 축사에서 어떠한 시련이나 어려움이 있어도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고 사랑하라는 말이 나오는데 감동적이었다.
평범한 주례사일 수도 있지만 뭉클했다. 둘의 입장에서는 싸우는 시간마저도 소중할 것 같다. 알콩달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알콩달콩할 시간도 부족해서인 것 같다.
아이를 대할 때 가끔 어른들에게 들었던 멋있는 말을 했는데 내가 그렇게 못 하고 있을 때가 많다는 걸 깨닫고 놀랄 때가 있다. 그때 어떤 것이 진짜인지를 보게 됐다. 넘길 건 넘기고 집중할 건 집중해야 한다. 어떤 것이 진짜 행복이고 어떤 것들이 있어야 삶이 풍요로워지는지, 그런 것들을 보게 됐다. '안녕하세요'에 담긴 메시지도 마찬가지다.
홍보를 위해 '훈훈하고 착한 마음이 들어있는 영화'라고 설명하기에는 너무 큰 주제가 담겨 있다. 그저 착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삶과 죽음이라는 큰 주제를 가지고 따뜻하게 이야기하는 것이고 어쩌면 극한으로 몰린 이야기다. 하지만 그 소박함 행복 안에 진짜가 있는 것을 환자복을 입은 사람들이 발견하는 내용이다. 다른 어떤 영화보다도 나에게 필요한 영화였다. 무언가 내게도 작용이 일어난 것 같았다. 행복에 있어서 소박한 것은 없다. 그것을 볼줄 알아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Q. 배우 본인에게 있어서 내일을 살아가게 만드는 힘이 있다면 무엇인가?
아이들이다. 딸 들이라고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엄마가 질문을 받으셨다면 똑같은 대답을 하셨을 것이기 때문이다. "엄마, 미안한데 내가 엄마보다 딸들을 더 사랑해"라고. 감히 그렇게 말을 할 수 있는 그 큰 사랑을 느껴버린 것 같다. 나도 아마도 엄마가 준 그런 큰 사랑으로 컸을 것이다. 그러기에 나는 엄마보다 윤지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사랑을 주셨다고 생각한다.
삶의 중심에 우리 아이들이 있고 사랑으로 키워줘야 하는 나이다. 작은 스크래치에도 피가 나고 여린 아이다. 마음도 몸도 우리가 잘 지켜줘야 하는 아이들이고 앞으로도 한동안 그럴 것이다. 자식이 생기면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것을 느끼는 순간 말하고 싶은데 말로 못 하는 감정이 있다. 이것을 표현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단어를 표현했는데, 그 행위에서 그 감정을 느끼는 것은 위대한 일인 것 같다.
Q. 만약 극 중 진아처럼 시한부 환자가 된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궁금하다.
그가 날 위해서 해주고 싶어 하는 것들을 해줬을 것 같다. 내 입장만 생각하고 이 사람이랑 하고 싶은 것을 이야기하지 않고 그가 분명히 나를 위해서 해주고 싶어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것에 응해주고 싶다. 난 가야 하니 남겨진 사람에게는 최대한 후회가 없었으면 좋겠다. 자신이 최선을 다해서 간호를 하는 역할을 해주고 싶다면 그 간호에 응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