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곡성'에서 "뭣이 중헌디!"라는 명대사를 날리며 강렬하게 알려졌던 배우 김환희는 이후 다양한 장르의 작품 도전을 통해 탄탄한 연기력을 키워왔다. 원 히트 원더 아역배우로 사라지기에는 연기에 관한 사랑과 재능이 탁월했던 그는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아온 영화 '안녕하세요'(감독 차봉주)에서도 빛을 발했다.
영화 '안녕하세요'는 외로운 세상 속에서 죽음을 결심한 열아홉 수미(김환희 분)가 죽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수간호사 서진(유선 분)의 제안에 따라 늘봄 호스피스 병동을 찾아간 후 그려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 작품에서 배우 김환희는 현실에 지쳐 죽음을 선택하려고 하는 수미 역을 맡아 세상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는 인물의 내면 연기를 훌륭하게 해냈다.
Q. 영화 '곡성' 이후에도 너무 다양한 연기를 다채로운 작품을 통해 보여주며 성장하고 있다. 근황은 어떠한가?
한양대학교 21학번으로 입학했다. 대학교에서 열심히 몸을 갈고 있는 중이다.(웃음) 온라인 수업은 요새 안 하고 대면 수업을 하고 있다. 연영과다 보니 연극을 한 학기에 몇 개씩 만든다. 세 개 정도 작업하고 있는데 열심히 한다. 세 개 다 배우는 아니지만 스태프로 참여하고 있다. 다양한 시선으로 작품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명, 음향, 소품을 담당하고 있다.
Q. 연기를 넘어 연출까지 도전하고 싶은 멋있는 포부가 보인다.
워낙 글쓰기를 좋아하다 보니 내가 감독을 하고 그 작품에 배우로도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Q 지금의 이러한 밝은 모습과는 상상이 안 될 정도로 반대의 모습이 담긴 캐릭터를 영화 '안녕하세요'에서 연기했다. 학교와 가정 내 폭력에 익숙해진 소녀의 역할을 연기할 때 어떤 점에 중점을 뒀나?
물론 간극이 있었다. 수미는 굉장히 조용하다. 사람들과 함께 웃기도 하고 즐거워 보이는 모습이 담긴 영화 후반부는 밖에서의 나를 꺼냈고 초반부에서는 집에서의 저를 많이 꺼냈던 것 같다. 집에 들어오면 조용한 거 좋아하고 글 쓰는 것 좋아한다. 감정을 편안하게 다스린다는 느낌이 있다. 그런 부분이 수미를 연기할 때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Q. 이순재 배우와 가장 많은 신을 함께 했고 긴 호흡을 맞췄는데 연기에 있어서 대선배여서 긴장을 많이 했을 것 같다.
너무 긴장했었다. 전체 대본 리딩 현장에서 처음으로 뵀는데 긴장이 나서 손에 땀이 나더라.(웃음) 손 닦고 인사를 드렸던 기억이 있다. 대선배님과 연기 호흡을 맞출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작품에 참여했던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너무나도 많은 경험이 됐다.
전작 중 선생님의 연기 중 아내를 여의시고 길을 걸어가는 장면이 있는데 그 한 컷을 정말 많이 울었던 기억이 있다. 이순재 선생님의 굳이 대사를 안 해도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륜과 표정 연기를 닮고 싶다 생각했다. 더불어 유선 선배님, 이윤지 선배님 등 많은 선배님과 호흡을 맞추면서 연기 열정이라든지, 연기에 대한 연륜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영광스러운 시간이었다.
Q. 폭력에 시달리던 수미가 밖으로 뛰쳐나와 "또 여기야"라고 말하며 무너져내리는 신에서 눈물이 펑펑 났다. 정말 삶에 절박한 순간이 있었던 사람 같은데 실제 김환희에게도 힘든 순간이 있었는가?
어릴 때 데뷔를 했기에 어른들과 항상 같이 있다 보니 또래 친구들을 사귀는 방법을 전혀 알지 못했던 것 같다. 13살까지 몰랐고 중학교 들어가면서 '친구는 이렇게 사귀는 것이구나'라고 생각했다. 또래 사람들을 대하는 방법을 보통은 일찍 알게 되는데 나의 경우에는 그것이 데뷔하고 나서 힘들었던 점이었다. 하지만 중학교 때는 좋은 사람들 만나서 잘 클 수 있었다는 것이 감사하다.
Q. 그러한 순간이 있었기에 수미를 연기하는 것에 도움이 된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수미 대사를 연구하면서 수미가 어렸을 때 못 겪었고 못 배웠기에 사람을 대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봤다. 그가 소통하는 방법이 어렵다는 점을 느꼈다. 이 친구가 많이 안타깝더라. 날이 선 말을 뱉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중간에 유선 선배님과 촬영한 신이 나오는데 내가 "당신은 나에게 그렇게 살라고 하면서 당신은 그렇게 사냐"라고 이야기를 하는 신이다. 개인적으로는 선을 넘은 행동이라고 생각했지만 수미가 의사소통이 서툴다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해서 서투르게 연기를 했다. 관객들에게 수미를 이해시키고 싶었다. 감독님이랑 이야기도 많이 하고 감정선이 툭툭 바뀌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어느 포인트에서 성장을 할 것인지 세심하게 신경썼다.
Q. 영화 '안녕하세요'를 통해 배우로서 성장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 작품을 통해서 연기에 대한 자존감이 올라갔다. 인간 김환희는 자존감이 높은데 배우 김환희는 자존감이 낮다. 작품이 나오면 잘 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영화 '안녕하세요'는 너무나도 많은 배우분들이 있어서 조금 더 부담감을 내려놓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현장에 있어서 다행이었다. 내가 내 연기를 볼 수 있는 기력도 생기고, 영화를 통해서 자존감이 올라갔다는 생각이 든다.
Q. 앞으로 김환희 배우가 걸어나갈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팔색조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어릴 때부터 생각했다. 다양한 연기를 하고 싶다. 하나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캐릭터와 다양한 감정들을 전달하고 싶다. 특이한 것을 많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20대 초반에 맡을 수 없는 역할을 맡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장르의 경우 다 좋은데 꼽자면 요새는 액션이 하고 싶다. 사이코패스 범인 역할로 하고 싶다. '더 콜'의 전종서 배우님이 연기하신 역할 같은 연기를 하고 싶은 욕심이 많다.
Q. "사는 게 죽기보다 더 힘들어서 죽는 거예요"라고 말하는 신 또한 명장면 중 하나였다. 현대인이라면 사실 가지고 있는 것이 마음의 병이고 이 영화가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이순재 선생님의 대사 중에 "하루하루 즐겁게 행복하게 살아. 하고 싶은 것 싹 다 하면서"라는 대사가 있는데 내게도 위로가 됐다. 즐길 수 있는 것이 더 많고 그런 것들을 찾으며 살아가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현재 삶이 고되고 힘들 수 있지만 점점 행복을 찾으면 좋을 것 같다.
Q. 배우 본인에게 있어서 내일을 살아가게 만드는 힘이 있다면 무엇인가?
나를 현재 살아가게 만드는 힘은 일이다. 물론 가족도 있고 내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워커홀릭인 편이다. 나를 압박하면서 푸시 하면서 나오는 스트레스를 원동력으로 일을 해내고 일이 없더라도 만들어서 하는 사람이다. 학교도 열심히 다니는 이유도 현장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나한테 더 강력하게 일을 몰아치는 것이다. 그 태도를 가지고 항상 정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