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살아가게 만드는 따뜻한 배우 그 자체, 이순재가 영화 '안녕하세요'로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영화 '안녕하세요'(감독 차봉주)는 외로운 세상 속에서 죽음을 결심한 열아홉 수미(김환희 분)가 죽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수간호사 서진(유선 분)의 제안에 따라 늘봄 호스피스 병동을 찾아간 후 그려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 작품에서 배우 이순재는 늘봄 호스피스 병동의 터줏대감인 박인수 역을 연기했다. 그는 늘봄 호스피스 병동에서 수미를 만나게 되고 그는 수미에게 삶의 소중함과 교훈을 알려준다.
Q. 영화 '안녕하세요'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큰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눈물지뢰 같은 영화였다는 생각이 든다. 연기에 임할 때 역할이 어떤 존재로 보였으면 하는 마음으로 연기했는지 궁금하다.
노인 연기는 몇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병약한 노인, 현상 유지하고 있는 노인, 건강한 노인, 세 부류에 따라서 표현하는 모습이 다 다르다. 몸에 붙어 있는 질병에 따라서도 모양이 달라진다. 작품을 받았을 때 그 성격을 구분해서 설정한다. 전작에서 연기했던 늙은이도 다 차이가 있다.
이번 작품 또한 조건, 상황, 그 장면에서의 심리적인 상황을 판단해서 표현한다. 객관적으로 연기하는 것이 티나지 않도록 표현을 했다. 윤여정 배우님을 봤을 때 연기의 진실성이 느껴지지 않나. 내가 연기하는 것이 노출되지 않는, 진짜의 모습을 보여주며 인물로 동화되어 관객들을 끌고 들어가고 싶었다.
Q. 수미와 피가 섞이지는 않았지만 할아버지와 친손녀 같은 존재처럼 보일 정도였다. 박수미를 봤을 때, 배우 김환희와의 어떤 연기 합을 보여주고 싶었는가?
박인수는 살고 있는 집을 팔아서 돈을 가진 인물이다. 하지만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돈을 쓸 기회가 없었고 가장 가까웠던 소녀인 수미한테 유산을 남겨놓고 가게 된다. 아무도 주변에 사람이 없고, 자식도 없고, 혼자된 노인이 우두커니 죽어가다가 나름대로 생의 철학을 가지고 들어왔다가 수미를 만남으로서 서로 위안을 얻고 새로운 인연을 맺는 과정을 그려나가려고 했다.
Q. 출연하는 배우들 중 가장 오랜 시간의 삶의 기억을 쌓은 이로서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내 대사 중에서 중요한 대사가 있다. "인생 살다 한 번 죽는다. 두 번 죽는 것은 아니다"다. 못된 짓 해서 욕을 먹어가면서 잘 죽었다는 소리 듣고 죽을 것인지, 반면 '좀 더 살았으면 좋겠다'는 소리를 들을 것인지. 우리 인생은 한 번 사는 것이기에 죽을 때 후회 없도록 잘 살자는 이야기다. 내일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하면 좋겠다.
Q. 배우 본인에게 있어서 내일을 살아가게 만드는 힘이 있다면 무엇인가?
직업상 자신과의 싸움을 한다. 내 원칙은 시간을 지키자는 것이다. 내가 늦게 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약속을 중요시한다. 그런 부분에서 평생 동안 습관적으로 지켜왔던 조건, 우리 직종은 남에게 피해를 주는 직종이 아니다. 장사꾼이 경쟁해서 이긴다, 이런 것들이 의미가 없다. 그렇다고 더 잘 되는 것이다. 일이 현장에서 다 없어진다. 꾸준히 자신의 본분을 지키고 자신의 능력을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배우는 이름을 알리는 직종이고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직종 중 하나다. 오만해질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젊은 친구들 중 귀족 출신인 양 어쩌다 스타가 되어서 뜬 것인데 태어날 때부터 착각하는 친구가 있다. 그것은 사실이 전혀 아니다. 명성도 중요한 것이지만 그 명성을 자랑하지 말고 모든 관계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나도 지금 그렇다. 지금은 나에게 사진 찍자고 하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안다. 지금에 있어서 그러한 힘들이 나를 내일 살아가게 만드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