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두 사람의 진솔한 영화”
13일(월)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는 홍상수 감독의 19번째 장편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지난 달 열린 베를린영화제에서 여주인공 김민희에게 최우수연기상에 해당하는 은곰상을 수여했기에 이 영화에 대한 영화팬의 기대는 높을 수밖에. 물론, 영화의 미학적 측면보다는 감독 홍상수와 여배우 김민희의 로맨스, 혹은 불륜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았다. 그래서인지 이날 시사회장은 취재진이 빼곡이 들어찼다.
영화상영이 끝난 뒤 감독과 배우가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가 이어졌다.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와 함께 서영화, 권해효, 송선미, 박예주가 자리를 함께 했지만 스포트라이트는 이들 두 사람에게 쏠렸다. 불륜설에 휩싸인 지 9개월만에 국내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낸 두 사람은 담담해 보였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 또한 홍상수 감독 특유의 이야기 서술방식으로 채워졌다. 극중 여배우는 한국에서의 스캔들(노감독과의 불륜!)로 유럽(독일 함부르크)에 한동안 머물다가 한국으로 돌아온다. 주위 시선이 불편할 듯도 하지만 그녀는 당당하다. 강릉에서 선배와 친구를 만나 술자리를 한다. 술 마시며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한다. 그리고, 그 노감독과도 만나 (역시 술자리다!)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 않는 자신의 생각을 내뱉는다. 그리고, 강릉 바닷가 백사장에서 깨어난다.
영화 상영이 끝난 뒤 이어진 간담회에서 홍상수 감독은 자신의 영화제작방식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영화를 시작할 때 중요한 것은 어떤 배우와 하느냐가 제일 중요한 차이를 만드는 것 같다. 공간도 중요하다. 독일에서 촬영한 것, 그리고 김민희 씨와 서영화 씨와 처음 영화 시작할 때, 만나서 어떤 느낌이 있을까 생각했고 거기서부터 영화가 조금씩 만들어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김민희는 베를린 수상소감을 밝혔다. “함께 작업한 모든 스탭 분들, 배우분들께 보람이 되어서 기분이 좋다. 그리고 영화로만 관심과 집중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바램이 생겼다. 무엇보다도 영화가 예술적 가치로 인정받는 순간들이 많았는데, 그런 좋은 평들이 쏟아져 나올 때 정말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평이한 질문이 이어지더니 취재진의 인내는 여기까지였던 모양이다. 한 용감한 기자가 “그동안 언론 보도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구체적으로 가까운 사이라면 어떤 사이인지 밝혀 달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홍상수 감독의 입에서 예상 밖의 직답이 쏟아졌다.
“저희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고, 우리 나름대로 진솔하게 사랑하고 있다. 그간 얘기하지 않은 건 이런 얘기를 굳이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서이다. 개인적 일이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다 보니까 다들 아시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기에 더 이상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며 ”개인적인 부분은 정말 제 개인적 부분이고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영화 만들었으니까 영화 이야기 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어 김민희는 ”저는 만남을 귀하게 여기고 믿고 있다. 그리고 진심을 다해서 만나고 사랑하고 있다. 저에게 놓인 어떤, 또 다가올 상황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고 담담하게 밝혔다.
이어진 대답은 다소 공허해보이기까지 했다. 홍상수 감독은 “(작품을 만들면서) 개인적인 디테일을 많이 쓰는 편이다. 그것들을 배열해서 전체를 만들 때 재현하겠다는 자전적인 의도는 없다. 자전적인 이야기를 만든다는 그 말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본다. 어차피 관객의 해석이 들어가는 거니까. 아마 끝까지 자전적인 이야긴 안 할 듯하다. 물론 오해할 수도 있고 자전적 이야기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는데 사실 그래도 상관은 없다.”며 “영희의 대사도, 영화의 흐름 속에서 영희가 그 감독 앞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촬영 당일 아침에 떠오른 거고 쓰게 된 것이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기자가 ‘일반 국민들의 반응’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다. 홍 감독은 “일반 국민이라는 표현도 조심스럽게 써야 한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살 수밖에 없고 너무 다른 사람들은 당연하게 어떤 사안에 대해 전혀 다른 의견과 태도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받아들여야 하는 게 사실인데 제가 동의할 수 없어도 구체적으로 저에게 피해준다거나 불법인 이야기가 아니라면 제가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도 남들에게 똑같은 대우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홍상수 감독의 19번째 장편영화 '밤에 해변에서 혼자'는 23일 개봉될 예정이다. (TV특종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