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야차'는 중국 선양을 중심으로 각국 정보요원들이 최고 수준의 스파이전을 펼치는 첩보물이다. 이곳에서 일명 '야차'로 불리는 지강인(설경구)은 국정원 비밀공작 전담 블랙팀을 이끌고 있다. 박해수는 지강인과 블랙팀의 비밀스러운 행적을 뒤쫓기 위해 파견된 특별감찰 검사 한지훈을 연기한다. 각국 정보요원들의 숨 막히는 접전 속에 내던져진 검사 한지훈의 운명은? 박해수는 영화 '사냥의 시간'과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나왔고, ‘야차’에 이어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모두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하게 소개된다. 그야말로 넷플릭스의 적자(嫡子)인 셈. 그를 만나 ‘선양에서의 스파이 전쟁’과 ‘넷플릭스 소감’을 들어보았다.
“전작 ‘오징어게임’을 통해 많은 사랑 받고, 좋은 성과를 얻었습니다. 여러 가지 경험을 하게 되어 큰 기쁨이고 영광이라 생각합니다. 이어 [야차]도 좋은 성적 얻고 있어 너무 영광입니다.”
- 설경구 배우와의 연기 합은 어땠나.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 장면은?
▷박해수: “기억에 남는 장면이 많다. 비 맞으면 액션 신 펼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사람 대 사람으로. 꽤 장시간 비 맞으면 연기했었다. 그 장면 끝내고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동생으로 많이 챙겨 주셨고, 작품을 기대하게 만들어주었다. 감사하고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Q. [야차]의 재미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박해수: "첩보영화의 재미가 있다. 등장하는 캐릭터가 독특하다. 내가 연기한 한지훈 검사가 겪는 수난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유쾌하면서도 상황이 안겨주는 처절함이 와 닿았다.“
Q. 그동안 많은 영화에서 다채로운 검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한지훈 검사는 어떻게 보여주고 싶었는가.
▷박해수: “제가 봤을 때 한지훈은 올곧은 신념을 가진 인물이다. 뜻밖의 장소에서 처음 겪어보는 일로 인해 다채롭게 변한다.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작품을 보는 사람들도 한지훈을 따라 가면서 비밀스러운 상황과 의외의 정보를 얻게 된다. 감독님은 한지훈이 올곧으면서 따분하지 않게,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려고 했다.”
Q. 멘탈을 강화시키기 위해 운동을 했다는데.
▷박해수: “이 작품을 하면서 스스로 강해졌다고 느끼다가도 또 어느 순간 약해지는 것 같았다. 항상 멘탈은 왔다갔다 한다. 그게 배우의 숙명인 것 같다. 내가 이 역할을 잘 할 수 있을까 그런 압박감이 있었다. 언제나 선택 받아야하는 입장이고, 결과에 대해 책임져야하니 그런 모양이다.”
Q. 설경구 배우는 박해수가 사람이 좋다고 평가했다. ‘허당미’도 있다고.
▷박해수: “선배님이 감사하게도 저를 좋게 보셨다. 이번에 같이 작업하면서 많이 배웠고, 많이 느꼈다. 설경구 선배는 정말 큰 사람이다. 크게 품을 줄 아는 배우이다. 작품 외의 이야기 많이 들어주셨다. 사람으로서 존경한다. 저런 배우, 저런 형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매번 ‘니가 낫지’ 그러신다. 그리고 내겐 허당미가 없지는 않은 것 같다.”
Q. 검사를 연기하기 위해 따로 노력한 것이 있나. 총도 쏜다.
▷박해수: “검사를 연기하기 위해 따로 검사를 만나지는 않았다. 대신 강골검사나 송곳 같은 변호사가 나오는 동영상을 많이 찾아봤다. 인터뷰를 보면서 그들의 어투를 유심히 관찰했다. 캐릭터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같이 연기한 송재림은 역대급으로 총을 잘 다루더라. 서로 총기 분해하는 시합도 했었다.”
Q. 액션을 위해 준비한 것이 있다면? 외국어 장면도 등장한다.
▷박해수: “체력적으로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작품이었다. 무술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액션 합 맞추는 연습, 총기 다루기를 반복했다. 블랙팀 요원은 아니지만 총기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했다. 외국어 연습도 열심히 했다. 감독님이 원어민 같이 해달라고 했다. 최선을 다해 일본어와 중국어를 연습했다. 선생님이 옆에 붙어서 지도해 주었다. 이번에 다른 언어에 대한 연기의 벽을 조금 뚫은 것 같다. 외국어 연기는 워낙 어렵다. 이제 자신감이 좀 생긴 것 같다.”
Q. [야차]는 극장 개봉 대신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었다.
▷박해수: “전 세계 시청자를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는 좋은 작품과 함께 좋은 아티스트가 이 기회에 더 많이 알려지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한다. 우리 콘텐츠가 자연스레 글로벌 시장에 스며든 것 같다. 이런 걸 잘 이용해서, 독창적이고도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OTT의 확장에 대해서는 배우로서 고민하고 있다.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현명하게, 분별력 있게 작품을 선정해야 되지 않을까.”
Q. [오징어 게임]을 위해 미국에서 홍보투어를 펼쳐본 소감이 어떤지.
▷박해수: “많은 미국 시청자와 미국의 관련업계 분들 또한 한국작품에 대해, 케이 드라마와 케이 무비에 대해 큰 신뢰도를 갖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참여한 연기자로서 자부심을 갖게 되더라. 홍보투어가 낯설었지만 사명감이 생겼다. [오징에 게임]과 [야차]를 통해 나도 좋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열심히 홍보활동에 임했다.”
Q. [오징어게임]으로 미국 갔을 때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인증샷을 찍은 게 화제이다. (미국배우조합상 시상식장)
▷박해수: “사진 찍는 것이 낯설다. 먼저 사진 찍자고 말을 못하는데 그날 유일하게 컴버배치 형님에게 말을 걸었다. 컴버배치가 예전에 출연했던 연극 '프랑켄슈타인'을 각색한 작품에서 내가 크리처 역을 한 적이 있다고 했더니 놀라면서 포옹을 하더다. '니가 나보다 잘했을 것 같다'는 말도. 그래서 내가 ‘형님이 더 잘하셨죠’라며 사진을 찍게 되었다.”
Q. 언젠가부터 넷플릭스 작품에는 ‘시즌2’ 질문이 따라 나온다. 배우들끼리 연기를 하면서 속편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레 나눌 것 같다.
▷박해수: “그런 것 같다. 넷플릭스 영향인지 시즌2를 위해 결말을 열어놓고 끝나는 것 같다. 영화도, 드라마도 그렇다. OTT 플랫폼은 시즌을 연달아 보여줄 스 있는 기회가 된다. 배우들은 그런 걸 염두에 두고 작품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출연한 작품이 잘 되어 연결된다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배우뿐만 아니라 창작자에게도, 시즌1을 찍은 스태프가 모두 잘 될 수 있다면 좋은 것 같다. 외국은 그렇게 많이 하는 것 같다.”
Q. 대만에서 찍을 때 기억에 남는 일이 있는지.
▷박해수: “설경구 선배와 이엘,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 비가 조금씩 내릴 때 야외 포장마차 같은 곳에서 맥주를 마셨다. 그때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그런 편안함이 어디서 나왔는지. 첫 만남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 같다. 대만에서 한 달 반 정도 촬영을 했었다. 좋은 맛집 찾아가고 그랬다. 이엘 배우가 촉이 좋았다. 좋은 맛집 잘 찾더라. 맛있는 거 많이 먹은 게 기억에 남는다.”
Q. 한지훈 검사와 닮은 점이 있다면?
▷박해수: “한지훈 검사는 원리원칙을 지키려는 신념의 소유자이다. 그건 제가 갖지 못한 모습이기도 하다. 한 검사의 그런 마음가짐의 베이스에는 도덕성과 사람에 대한 존엄성이 있다. 그리고 그에게는 원대복귀를 하고 싶은 동력이 있다. 그래서 그런 집요한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 저도 이제 가장이 되었으니, 당연히 아빠로서의 책임감으로 힘든 것을 버티고 견뎌낼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그런 부성애를 체감하지는 못한다.”
Q. 데뷔 초기 이야기를 해보자. 2014년에 영화 [해적]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이름도 있다. 황중근이라고. 대사가 기억나는지.
▷박해수: “[해적]이 나의 첫 영화였다. 대사도 있었다. 영화 시작하고 초반에, 5분 안에 죽는 역할이었다. 제가 죽기에 김남길 선배가 해적으로 변화하는 계기가 된다.” (영화 ‘해적:바다로 간 산적’에서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을 결정하자, 김남길이 이럴 순 없다고 반발하고, 김태우가 칼을 뽑아 치려고 하자 박해수가 막아선다) “내가 ‘형님 이러시지 마십시오’하며 막아서는데 김태호 선배의 칼에 목이 베이고 죽습니다.”
Q. 같이 연기를 하면서 상대 배우에게서 뭔가를 배우는 편인가.
▷박해수: “그렇다. 좋은 배우를 만나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것 같다. [오징어게임]에서는 이정재, 정호연, 허성태 같은 배우를 만나 그랬던 것 같다. 난 참 복이 많은 연기자인 것 같다. 더 단단해지고 싶고 일희일비하고 싶지 않다. 배우란 직업은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다. 상대 배우를 통해 배울 수 있다.”
Q. 혹시 자서전을 쓰게 된다면 꼭 남기고 싶은 말이 있는가.
▷박해수: “지금은 이르다. 아마 5년 뒤에 쓴다면..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분명히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으로서는 좋은 남편, 좋은 아빠, 좋은 아들이었으면 좋겠다. 좋은 배우로서는 한참 멀었고요.”
Q. 자신의 연기에 대해서 스스로 평가해 보면?
▷박해수: “연기라는 게 하면 할수록 어렵다. 표현해야하는 입장에서는 그렇다. 아직도 무섭다. 그래서 준비를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야차]를 통해 많은 사람 만나서 함께 고생했다. 감독님과, 설경구 선배 만났고 좋은 배우와 같이 연기할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배우로서 뿐만 아니라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거듭 작품에 대한 감사함을 밝힌 박해수는 “다음 작품은 <종이의 집> 한국판으로 만나게 될 것 같다. 역시 넷플릭스 작품이다.”고 덧붙였다.
나현 감독의 [야차]에는 설경구, 박해수와 함께 양동근, 이엘, 송재림, 진영 등이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