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영화 '일본침몰'을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지진이 높은 빈도로 일어나던 일본의 지각에 변동이 오며 침몰이 시작되고 모든 국민이 위험에 처한 순간 재야에서 나타난 지질학계의 일인자 교수가 급히 부대에 합류해 일본을 침몰 직전에 구하는, 마치 영화 '2012', '백두산' 등의 재난 영화에서 항상 등장하는 클리셰의 집합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넷플릭스에 공개된 TBS 드라마 '일본침몰'은 조금 다른 모양새다. 일본이 침몰한다고 말하는데 진짜로 침몰한다.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다.
드라마 '일본침몰'은 환경파괴가 만연한 현재 일본 정부의 새로운 친환경 정책이자 해저판 속에서 새로운 친환경 물질을 추출하는 신기술이었던 COMS를 발명한 아마미(오구리 슌 분)가 오히려 자신의 기술이 일본을 침몰시키게 됐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일본이 침몰한다는 사실은 지질학계의 일인자였던 타도코로 교수(카가와 테루유키 분)에 의해 확실하게 드러나고 이에 현실을 늦게서야 자각한 정부는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지만 침몰까지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데다가 전 국민을 이주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갖은 난관에 봉착한다.
'일본침몰'은 황당무계하지만 실제로 지진이 잦은 일본 열도에서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겨져 왔던 일이기에 시청자들의 관심을 이끌기에 충분하다. 더불어 일본의 침몰을 다룬 다수의 작품들과 이 작품이 차별화되는 점은 자극적인 소재를 넘어서 현실적인 문제를 제시한다는 점이다.
일본침몰로 인해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경우 어떠한 외교 방안으로 정부를 보호할 수 있는지, 자국의 화폐가 폭락하고 주가가 폭락했을 때 국민들을 경제적으로 살리기 위한 방안을 어떤 방향으로 모색해야 하는지, 현실적으로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실질적인 방안을 논한다.
더불어 단 한 명이라도 더 일본에서 탈출시켜 목숨을 부지 시키려고 자신의 가족을 뒤로한 채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물론 다소 어색한 CG 기술과 재난 상황을 표현하는 카메라 연출 기술이 아쉽긴 하나, 일본이 침몰한다는 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현실적인 선택을 내리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일본뿐만 아니라, 지구 어느 한 편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우리 또한 현실적이지 않은 위기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지켜볼 만한 작품이다. 2021년 11월 11일 넷플릭스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