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카메라 앵글만큼 혼란해지는 관객들의 마음"
흔들리는 카메라 앵글만큼 바라보는 관객들의 마음도 혼란해진다. 넷플릭스 영화 '6 언더그라운드'와 ',트랜스포머' 시리즈에서 다채로운 액션신을 선보여 호평을 이끌어냈던 마이클의 상상력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걸까. 그의 액션신 구상 회로가 뚝딱이기 시작했다.
뭔가 잘못된 '분노의 질주' 같은 영화 '앰뷸런스'(감독 마이클 베이)는 아내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원치 않는 선택을 하게 된 전직 군인 윌(야히아 압둘 마틴 2세 분)와 그에게 위험한 기회를 제안하는 이복형제 대니(제이크 질렌할 분)가 은행을 터는 과정을 그린다.
하지만 영화는 그들의 과거로부터 시작해 현재를 비추는 장면부터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전작 '녹터널 애니멀스', '옥자', '나이트 크롤러'로 믿고 보는 배우로 등극한 제이크 질렌할, 그리고 2020년 제72회 에미상을 수상한 야히아 압둘 마틴 2세의 열연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마이클 베이의 혼란스러운 액션 연출은 다 된 밥에 재를 제대로 뿌린다.
무려 136분의 영화다. 하지만 이 모든 러닝타임을 빼곡하게 채우는 카메라 연출은 어디서부터 언급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총체적인 난국이다. 현실적으로 이미 한참 전에 과다 출혈로 죽었어도 모자랄 환자를 태운 앰뷸런스가 몇 시간 동안이나 인질극을 벌이는 개연성 없는 서사는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다.
처음 은행 강도가 시작되는 신부터 영화는 관객들에게 친절 따위는 제공하지 않는다. 은행 강도 계획에 대한 아무런 설명이 없는 상태에서 작전에 투입된 윌의 입장과 같이 관객들도 혼란함에 빠진다. 갑자기 은행을 털기 시작하고 갑자기 화면은 전환되며, 각자의 탈출구가 나눠지며 작전은 말 그대로 카오스에 빠진다.
여기에 기막힌 핸드헬드 기법(카메라를 어깨에 둘러메거나 손으로 잡은 채 현장감을 더하며 촬영하는 방식)이 더해진다. 요동치는 현장 상황과 인물들의 내면을 표현하려는 노력은 알겠지만 러닝타임 중 60퍼센트 정도가 핸드헬드 기법으로 이뤄진다고 가정해 보자. 분명 가만히 앉아 있으면서 영화를 보고 있는데 2시간 동안 최악의 인질극에 함께 사로잡힌 느낌이다. 물론 인질범은 영화 '앰뷸런스'다.
더불어 클로즈업을 도무지 포기하지 못했던 마이클 베이는 모든 대화신에 상반신 이상만을 비추기로 정한 모양이다. 재택 근무가 일반화된 코로나19 시국에 상의만 차려 입고 줌 미팅 카메라를 켜는 직장인처럼 당최 카메라는 하반신으로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인물의 땀구멍까지 보일 정도로 클로즈업이 된 신은 유독 등장인물이 싸우는 장면에서 자주 사용되는데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는 서로의 얼굴이 교차되며 반복되는 장면은 멀미를 유발한다. 이에 드라마 '천국의 계단'의 명장면인 최지우와 권상우의 키스신을 떠올리게 만드는, 인물들 겉을 빙빙 도는 촬영 방식까지 더해지니 가관이 따로 없다.
"이건 아이맥스로 봐야 해"라는 감정을 느껴 본 영화는 있었어도 "이건 아이맥스로 보면 안 돼"라는 생각이 드는 영화는 처음이다. 정신없이 흔들리는 연출에 당최 안전벨트 따위 하지 않고 앰뷸런스를 시속 100km 이상으로 모는 등장인물들의 내부 상황은 그들이 받는 스트레스만큼 관객들의 스트레스 지수도 높인다.
액션신 또한 할 말을 안 할 수 없게 만든다. 드론을 사용한 촬영으로 보이나 결과물은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는 건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인지 혼동만 줄 뿐이다. 옥상에서 벽을 타고 내려오며 옆 건물을 비추는 똑같은 촬영 방식을 다른 신들에도 연속해서 쓰는데 "비싼 드론 산 거 알겠으니까 제발 그만해"라는 원망을 품게 만든다.
카레이싱 액션으로 유명한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개연성 따위 존재하지 않아도 매 시리즈에서 차를 이용한 새로운 액션신을 선보이고 관객들을 열광시키는 새로운 소재를 등장시키는 점에 있다.
하지만 '앰뷸런스'는 어마어마한 자본을 이용한 화려한 폭발신, 차 추격신, 액션신들을 합쳐 놓았지만 전율이 일지 않는다. 정신만 사나운 데다 감동이나 교훈 따위 없는 개연성 없는 서사는 더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다.
그러니 마지막으로 경고문과 가까운 이 리뷰에서 한마디만 더 남긴다. 극단적으로 멀미에 약한 사람이라면 '앰뷸런스'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 한다. 이 경고를 무시하고 이 영화를 찾는다면 영화가 시작된 지 10분 안에 진짜 앰뷸런스에 실려갈지도 모른다. 개봉 4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