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김혜윤을 만난다. JTBC [SKY 캐슬]의 악바리 강예서, 그리고 [설강화]의 그 분노유발자 계분옥을 연기했던 김혜윤의 첫 장편영화 주연작 [불도저에 탄 소녀]가 7일(목) 개봉한다. 김혜윤은 갑작스런 아빠의 사고와 살 곳마저 빼앗긴 채 어린 동생과 내몰린 19살의 혜영을 연기한다. 세상을 향해 분노를 폭발하는 인물이다. 개봉을 앞두고 요즘 핫한 청와대 가는 길목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나 영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던 김혜윤 배우가 영화에서 첫 주연을 맡았다. 본 소감이 어땠나.
▷김혜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봤을 때 굉장히 부담스럽고 낯설더라. 큰 스크린에 내 얼굴이 나오니 낯설었다. 신기한 경험이기도 했다. 작품을 하면 대본, 시나리오를 읽을 때 어떤 그림이 나올지 얼추 상상이 된다. 그런데 이 작품은 전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호기심이 더 커졌고, 결국 작품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Q. 극중 혜영은 첫 등장부터 강렬한 포스를 뿜는다. 혜원은 어떤 인물인가.
▷김혜윤: “혜영이 악에 받친 표정을 짓거나 욕을 해야 할 때는 감정에 충실하려고 했다. 대사 자체가 워낙 강렬했다. 스크린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서 나에게 저런 면이 있었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의외였다. 혜영이란 인물은 자신의 공간을 지키려는 생각이 강한 친구이다. 그것을 침범 당했을 때 화내고, 분노가 폭발하는 것이다. 사람마다 레드버턴이란 게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선을 넘을 때는 감정이 폭발하고, 불도저처럼 표현하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Q. 용 문신을 하고 있다.
▷김혜윤: “혜영이 문신을 하게 되기까지의 과정과 그 이후의 심경변화가 궁금했다. 감독님은 혜영이 강해보였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했다. 다른 사람에게 약점을 드러내지 않았으면 한 것이다. 연기를 하면서 문신이 용기를 주는 분장이라고 생각했다. 영화에서는 어떤 상황에서 팔 토시를 내릴 때가 있는데 그때 그런 느낌이 더 들었다.”
Q. 문신이 의식을 지배하던가.
▷김혜윤: “감독님이 말씀하신 게 있어 문신이랑 친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낯설게 보이면 안 되겠다 생각한 것이다. 용 문신이 도롱뇽으로 보일까 봐 영양제 챙겨 먹고 운동도 많이 했다. 효과는 별로였던 것 같지만. 그래서 자세도 조금 바꿔보았다. 조금 더 껄렁해지는 것 같았다. 문신을 하고 나서 자세가 좀 바뀐 것 같다. 다리를 벌리고 앉는다거나. 거북목이 된다거나.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Q. 불도저 운전을 어떻게 연습 했는지.
▷김혜윤: “대략 한 달 정도 운전연습을 한 것 같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공터에 가서 연습을 했다. 불도저 바퀴가 위압적이었다. 재밌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신감을 갖고 한 운전한 것 같다. 물론, 안전하게 연습했다. 중장비 면허는 없다.”
Q. 불도저를 몰아본 소감은.
▷김혜윤: “혜영이가 불도저와 성격이 비슷하다. 모든 감정을 표출한다. 불도저를 모니 대리만족도 되었다. 실제로 후반부에 불도저로 싹 밀어붙이는데 부럽기도 했다. 자신의 분노를 내면에 갖고 있는 역할이다 보니 벅차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때마다 감독님이 앞과 뒤 장면을 일깨워주며 텐션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었다.”
Q. 시간이 흐른 뒤 혜영은 어떻게 되었을까.
▷김혜윤: “마지막 장면을 연기할 때 복합적인 생각이 들었다. 아빠에 대한 고마움이 있을 수도 있고, 세상에 대한 부당함에 맞서면서 한 뼘 더 성장할 수도 있었다. 아마 보시는 분들마다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마음으로 보시든지 열린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동생 혜적이는 하나밖에 없는 가족이니 서로 지켜주며 의지하며 지낼 것이다.”
Q. 초반부 싸움 장면에 대해서 말해달라.
▷김혜윤: “그 장면 찍을 때 긴장도 많이 하고, 연습도 제일 많이 한 것 같다. 잘 표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안 다치고, 안전하게 촬영하는 것이 제일이었다. 기술적으로 싸움을 잘하는 친구가 아니다보니 몸을 보호하는 것이 어려웠다. 후반부에 아등바등하는 게 안쓰럽게 느껴졌다. 본인이 원하는 결과를 못 이뤘으니.”
Q. ‘불도저에 탄 소녀’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김혜윤: “감독님을 만나 제목을 들었을 때 ‘불도저에 탄 소녀?’, ”불도저를 탄 소녀?‘ 처음에는 스포이지 않을까. 너무 드러내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적합한 것 같다. 불도저라는 의미가 중장비를 의미하면서도 혜영의 성격을 대변해 주니 제목이 찰떡같다고 생각한다.“
Q. ‘불도저에 탄 소녀’를 찍으면서 힘들었던 것은.
▷김혜윤: “시나리오를 읽고 체력적으로 힘들 것 같았다. 분노를 표출해야하니. 체력적으로 준비를 했다. 영양제를 항상 챙겨먹고, 사전에 운동도 나름 열심히 했다.”
Q.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관객 반응은 어땠나.
▷김혜윤: “혜영이가 초반에 왜 화를 내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다 보고나서 혜영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평이 있었다. 그게 제가 이 영화를 보신 분이 느꼈으면 하는 것이었다.”
Q. 다들 혜영에게 불친절하다. 인간적 모멸감을 준다. 심할 정도로.
▷김혜윤: “그렇다. 모멸감이 가장 크게 온 것은 식당에서 달려들어 몸싸움하고 제압당하는 장면이다. 리딩할 때도 리허설 할 때도 그런 감정까진 가지 않았다. 그런데 정말 국밥이 얼굴에 쏟아지는 상황이 되니 안에서 울분이 끓어올랐다. 인간으로서 대우를 못 받는구나. 내가 이렇게 나약함 존재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Q. 혜영을 만나면 무슨 말을 전해주고 싶은가.
▷김혜윤: “말보다는 꼭 껴안아주고 싶다. 앞으로 살아가야할 세상, 그 어른들의 세상에 발을 디딜 때는 힘들 것이다. 행복한 기억보다 안 좋은 기억이 많았을 텐데. 꼭 껴안아주고 싶다.”
Q. 아버지를 연기한 박혁권 배우에 대해.
▷김혜윤: “박혁권 선배는 철없는 아빠를 연기한다. 한 두 장면 빼고는 다 누워있었다. 연기로 호흡을 맞췄다는 게 애매하다. 쉬는 시간에도 실제로 주무셨다. 앞으로는 눈 뜨고 깨어 있는 역할로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Q. 남동생 혜적(박시우)과의 연기는 어땠는지.
▷김혜윤: “시나리오를 보고나서는 걱정되었다. 혜적이랑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해진 상황이 그렇다보니 애틋함까지 느낀다. 혜영이 표출하는 분노가 납득이 되어야하니. 다행이 혜적이는 저에게 많이 의지했고, 저도 그 모습에 많이 의지했다.”
Q. 실제 분노가 일 때 해소방법은?
▷김혜윤: “화가 나는 일이 생기면 생각을 빨리 전환한다. 다른 생각을 하거나 다른 일에 집중한다. 그러면 화난 감정이 사라진다.”
Q. 드라마 [설강화]에서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김혜윤: “[설강화]는 재밌게 찍었던 작품이고, 여러 가지 배울 점이 많았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Q. 평소 어떻게 지내는지.
▷김혜윤: “어떻게 하면 김혜윤이 행복해질까 생각한다. 혼자 영화 보고, 드라마 보고, 맛있는 것 먹는다. 소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는 편이다.”
Q. 학교(건국대 영상영화학) 다닐 때 연기뿐만 아니라 단편을 연출한 적도 있더라. 앞으로 연출하고 싶은 생각은 있는지.
▷김혜윤: “아이고. 대학 다닐 때 과제로 찍은 것이다. 시나리오 작업하고 직접 배우 캐스팅하고 스태프 꾸려서 연출했던 작품이다. 적성이 안 맞는 것 같았다. 시나리오도, 연출도 제 길이 아니다. 그걸 대학 때 체험했고 연기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부끄럽다. 그렇습니다.” (대학 영화학과 학생들이 그렇듯이 김혜윤은 이 시절 참 많은 단편에 출연했다.)
Q. 연기가 적성에 맞는지. 연기의 즐거움이 있다면.
▷김혜윤: “연기를 하면서 시야도 넓어지고 생각이 바뀌는 것 같다. 역할을 직접 연기하고, 캐릭터에 들어가 보고, 다른 사람은 이런 생각도 하구나. 여러 가지 배울 점이 있다. 다른 사람이 되었을 때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희열이 있다.”
Q. 최근 본 작품 중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김혜윤: “[원더]. 매번 볼 때 마다 감동받는다. 감정이입을 많이 하게 된다. 주인공 말고도 등장인물들이 각자 특성이 보인다. 흥미롭다. 제 인생 영화이다.”
Q. 데뷔 10년을 맞았다.
▷김혜윤: “지금 돌이켜 보면 매 순간 잘 버텼고, 이겨냈다고 생각한다. 단편을 오래 했기에 지금이 있는 것 같다. 목표를 세우면 이뤄야겠다는 욕망이 있다. 연기를 하면 힘들고 지칠 때가 있는데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를 떠올리면 힘을 얻는다.”
Q. 다음 작품은 준비 중인지.
▷김혜윤: “차기작은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운동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김혜윤, 박혁권, 오만석, 예성 등이 출연하는 박이웅 감독의 [불도저에 탄 소녀]는 4월 7일 개봉한다.
[사진제공= 고집스튜디오/ sidusH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