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초, 전 지구적 코로나사태가 터지고 났을 때 처음 열린 메이저 국제영화제는 대한민국 전주에서 열린 21회 전주국제영화제였다. 그해, 그리고 그 다음해, 그리고 지금도 영화계는 물론 영화제는 예년의 화려했던 모습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어떨까. 4월 28일 막을 올리는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에 관심이 집중된다.
어제(31일) 오후,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이준동) 개최 및 상영작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김승수 조직위원장, 이준동 집행위원장, 문석, 문성경, 전진수 프로그래머, 그리고 올해의 프로그래머로 위촉된 연상호 감독이 참석해 영화제의 특징과 변화, 상영작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올해 전주영화제는 28일부터 5월 7일까지 열흘 동안 전주 영화의 거리 일원에서 한다. 56개국에서 출품된 217편(해외 123편·국내 94편)이 전주 시내 극장 다섯 곳에서 상영된다. 영화제 전용 플랫폼인 '온피프엔'에서도 112편(해외 69편·국내 43편)이 재생된다.
이준동 집행위원장은 “지난 2년간 코로나로 위축되었던 전주국제영화제가 올해는 축제성을 완전히 회복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방역에 소홀함이 없이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다. 안전한 영화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막작은 한국계 미국인 코고나다 감독의 ‘애프터 양’(After Yang)이 선정되었다. 미국의 단편소설 작가 알렉산더 와인스틴의 원작 ‘양과의 안녕’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가족처럼 지냈던 안드로이드 ‘양’의 인공지능 속에 남겨진 추억을 쫓아가는 내용이다. 콜린 파렐이 주인공을 맡았다. 코고나다 감독은 최근 애플TV+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파친코>의 연출자 중 한 명이다
폐막작은 캐나다 에리크 그라벨 감독의 ‘풀타임’이다. 파리 근교에 살면서 홀로 두 아이를 키우는 호텔 비정규직 노동자, 싱글맘의 이야기다.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비싼 집값 등 현실적인 내용을 담았다. 제78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오리종티 부문에서 감독상과 여우주연상(로르 칼라미)을 받은 작품이다.
JIFF의 특별한 코너인 ‘J 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에는 연상호 감독이 참여한다. 연 감독은 자신의 취향에 맞춰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블루벨벳’, 구로사와 기요시 ‘큐어’, 가타야마 신조 ‘실종’과 자신의 작품 ‘돼지의 왕’, ‘부산행’ 등 여섯 편을 전주에 소개한다.
이번 JIFF에서 놓칠 수 없는 두 개의 특별전도 한국영화팬의 기대를 모은다. 특별전 ‘이창동: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에서는 이창동 감독이 4년 만의 단편 신작 ‘심장 소리’와 함께 ‘초록물고기’, ‘박하사탕’, ‘버닝’ 등 8편을 소개한다. 또한 지난해 세상을 떠난 고(故) 이태원 태흥영화사 전 대표를 추모하고자 기획된 ‘충무로 전설의 명가, 태흥영화사’ 회고전에서는 ‘서편제’, ‘장남’, ‘기쁜 우리 젊은 날’, ‘개그맨’, ‘경마장 가는 길’ 등의 작품이 소개된다.
이외에도 도발적이고 실험적인 영화를 모은 ‘프론트라인’과 ‘영화보다 낯선’, 전 세계 거장들의 신작을 소개하는 ‘마스터즈’ 등 다채로운 영화가 관객과 만난다.
한편 JIFF의 김승수 조직위원장(전주시장)은 “이번 시장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번 영화제가 마지막이다. 그동안 행정적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어떤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탄탄한 울타리가 되겠다고 약속했었다”면서, “부산의 영화의전당 같은 공간(전주독립영화의 집)을 만들겠다는 약속도 곧 실현될 것이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전주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