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표 재난영화가 돌아왔다. 재난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클리셰는 난무하나 볼거리는 '미드웨이'와 '인디펜던스 데이'의 수준을 뛰어넘을 정도로 매우 풍부하다.
영화 '문폴'(감독 롤랜드 에머리히)은 궤도를 이탈한 달이 지구를 향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지구의 중력과 모든 물리적인 법칙이 붕괴된며 생기는 거대한 재난을 다룬 작품이다.
거대한 해일과 지진, 화산폭발, 쓰나미와 이상기후까지 상상조차 불가능했던 모든 재난으로 전 세계는 공포와 혼란에 빠지게 된다. 달과 충돌까지 남은 시간은 단 30일, 그 안에 NASA 연구원 ‘파울러’(할리 베리 분), 전직 우주 비행사 ‘브라이언’(패트릭 윌슨 분), 그리고 우주 덕후 ‘KC’(존 브래들리 분)는 달을 막을 방법을 찾기 위해 마지막 우주선에 오른다.
가정에 신경쓰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혼한 남자 주인공과 가정적이고 자상한 새남편을 만나 가정을 꾸린 전 아내, 하지만 재난으로 인해 극적인 상황을 헤쳐나가며 서로에 대한 사랑을 다시 확인하게 되고 가족애를 되찾는 모습까지. 클리셰가 난무하지만 그 클리셰의 틈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것 또한 훌륭한 CG 기술이다.
달이 지구에 추락한다는 거대한 재난을 표현하는 방식은 기상천외하다. 땅이 무너지고 쓰나미가 몰아치며 크라이슬러 빌딩이 마치 모래성처럼 부서지는 장면들은 놀라울 정도다.
더불어 재난을 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모습을 긴장감 있게 담아낸 것은 물론, 재난영화의 서사에 있어 항상 등장하는 고구마 캐릭터의 비중이 그리 높지 않아 보는 관객들의 마음이 편안하게 만든다.
물론 1절, 2절, 3절에 이어 '이 영화는 은하계를 넘어 어디까지 갈 셈인가' 묻게 만드는 후반부 서사와 미흡한 결말이 아쉽지만 재난영화계 터줏대감 롤랜드 에머리히의 저력은 여전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롤랜드 에머리히는 역시 롤랜드 에머리히다. 3월 16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