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베스타 스탤론에게는 ‘록키’와 ‘람보’라는 두 개의 엄청난 프랜차이즈 영화가 있다. 특이한 것은 ‘록키’와 ‘람보’ 둘 다 첫 번째 작품은 엄청난 찬사를 받았지만 이어 만들어진 속편들은 엄청난 흥행수익을 안겨주지만 오리지널 같은 작품적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실베스터 스탤론의 [람보](원제:First Blood)는 1983년에 한국에서 개봉되었다.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는데 이달 말일까지만 서비스한단다. [람보] 아직 안 보신 분은 서두르시길.
한 남자가 평화로운, 왠지 쓸쓸한 동네를 기웃거리고 있다. 덥수룩한 머리와 다듬지 못한 수염, 초라한 군복차림. 행색으로 보아 월남에서 막 돌아온 제대군인인 모양이다. 어렵게 찾아간 옛 전우의 집. 전우는 이미 죽었단다. 월남전 고엽제의 후유증으로 암에 걸려 죽었단다. 쓸쓸하게, 정처 없이 발길을 옮기는데 경찰차(보안관)가 그를 막아선다. 존 람보를 부랑자 취급을 하며 마을에서 쫓아낸다. 단지 식당을 찾고 있을 뿐인데. 경찰은 그를 체포하고 유치장에 가둔다. 그를 씻기고 면도를 시키려는데 날카로운 면도칼을 보는 순간. 람보는 월남전에서의 악몽, 베트콩에 잡혀 엄청난 고문을 당했던 순간을 떠올린다. 람보는 순식간에 경찰들을 쓰러뜨리고 뒷산으로 도망간다. 이제 평화로운 미국 산골마을 경찰들과 월남전 역전의 베테랑 특공대원 출신 람보의 전쟁이 시작된다. 람보는 그야말로 살인에 최적화된 전투병기이다.
[람보]는 데이비드 모렐의 소설 ‘First Blood’(1972)을 옮긴 작품이다. 원작소설은 월남전 참전용사의 PTSD(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담고 있다. 월남전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고, 반전시위가 미국을 들쑤시고 있을 때였기에 이 책은 할리우드의 주목을 받았다. 실제 영화화 판권은 일찌감치 팔렸고 수많은 감독과 배우들이 이 영화를 만들 뻔한다. 그중에는 로버트 드니로, 클린트 이스트우드, 알 파치노, 시드니 폴락 등 쟁쟁한 영화인들이 영화화 저울질을 했었다. 원작소설은 결국 캐롤코-오리온 픽쳐스로 넘어간다. 텔레비전 프로듀서 출신의 테트 코제프가 감독을 맡았고 실베스터 스탤론이 람보도 합류하면서 영화화는 탄력을 받게 된다. 영화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이미 수십 개 버전의 시나리오가 만들어졌었다. 스탤론도 대본 수정을 거듭한다. 원작 소설에서 람보는 트로트만 대령과 티슬 보안관에게 쫓기며 필사의 전쟁을 펼치고, 끝에 가서 람보는 티슬을 쏜 뒤 자살하는 것으로 끝난다. 원작에서 티슬 보안관은 한국전쟁 참전군인 출신이었고, 베트남 참전용사 람보와 누가 더 힘든 전쟁에서 살아남았는지 결투를 펼치는 셈이었다.
[람보] 속편들은 하나같이 전형적인 킬링타임 오락영화로 전락했지만 1편 ‘퍼스트 블러드’는 괜찮은 작품이다. 아마도 실베스터 스탤론의 입김이 많이 들어가서인지 영화 후반부에는 마구잡이로 폭발하고, 난사하고, 무너져 내리지만 그것마저 ‘참전용사의 비애와 분노’가 느껴진다. 아마도 월남전 후유증은 [디어 헌터]보다는 [람보]가 더 직관적일 듯하다.
쓸데없이 람보에게 시비를 걸어 평화로운 마을에 피바람을 불고 온 보안관 티슬을 연기한 고(故) 브라이언 데니히(1938~2020) 배우는 뉴욕 컬럼비아 대학 재학 중 해병대에 입대하여 5년간 복무했단다. 한국에서도 근무했었다니 정이 갑자기 정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