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KBS 1TV [독립영화관]은 예측할 수 없는 기발하고 엉뚱한 이야기를 다룬 ‘무협은 이제 관뒀어’(감독: 장형윤), ‘소망어린이집 근무안내서’(감독: 김민지), ‘구조원들’(감독: 심현석) 등 3편의 단편영화로 꾸민 ‘기상천외 특선전’이 시청자를 찾는다.
제목부터 만화같은 ‘무협은 이제 관뒀어’는 장형윤 감독의 단편(25분)이다. 장 감독은 단편 애니메이션 작업을 계속 했었고,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2013)와 [마왕의 딸 이리샤](2018) 같은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든 사람이다. 실사영화를 찍고 싶어서 영상원에 진학했고, 이 단편을 찍었다. 영화는 ‘무협’에서 일가를 이룬 한 고수가 무림을 떠나는 심정을 담은 작품이다.
고려와 조선은 검의 시대였고, 그 중심에는 무협인이 있었단다. 구씨 집안과 진씨 집안에서는 오랫동안 보검 ‘청명검’을 두고 무예를 겨뤄온 모양이다. 세월은 흘러 현재. 보검은 진사검법의 전수자 진영영(곽민규)의 손에 들어간다. 하지만 영영은 무협인의 생활이 따분하다. 그래서 아버지, 진사백(유순웅)의 뜻을 거스르고 대학에 간다. 캠퍼스에서 경영학과 신입생 은정(최예빈)을 보는 순간 가슴이 콩닥댄다. 그런데 청명검을 노린 구씨 일파의 전승자, 구사맹(오경화)이 학교를 찾아오자 영영은 마지막 칼싸움을 펼치게 된다.
줄거리로 보자면 그럴듯한 무협물이다. 사부와 문파, 보검, 대를 이은 복수극이 있고, 최고수가 어느날 무림을 떠나겠다면 '금분세수'(金盆洗手)를 선언한다. 게다가 캠퍼스의 청춘물까지 더해지면서 결투의 마지막 회전이 기대된다. 장형윤 감독은 2007년 내놓은 애니메이션 [무림일검의 사생활](30분)을 기반으로 이번 실사영화를 완성시켰다. 감독은 애니메이션과 실사의 차이점을 실감했을 것 같다. 사부의 복수를 위해 평생 정처 없이 강호를 떠도는 협객의 마음, 바람에 일렁거리는 대나무에 서서 복수의 쓸개를 씹는 제자의 비장함이 느껴지는가? 비슷하게라도 느꼈으면 좋을 것 같다. 최근 개봉된 [소피의 세계] 등 많은 독립영화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곽민규 배우가 진사검법의 유일한 계승자 진영영으로 출연하여 코믹하고, 진지한 무인의 포즈를 선보인다.
▶무협은 이제 관뒀어 ▷연출/각본:장형윤 ▷출연:곽민규, 오경화, 최예빈, 유순웅 ▷촬영/조명:심석우 ▷미술/의상:손자연 ▷무술감독:김종훈 ▷편집:한지희 ▷음악:김동욱 ▷프로듀서:정혜원
■■ 인터뷰 – 장형윤 감독 ‘무협은 이제 관뒀어’
Q.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무림일검의 사생활> 등 애니메이션을 만들다 실사 영화를 연출한 계기가 있다면?
▷장형윤 감독: “장편애니메이션이 투자와 제작이 오래 걸려서 실사 영화를 한 번 만들어보고 싶었다.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만 해도 제작기간이 5년이 걸렸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어서 늦은 나이에 영상원에 입학해서 이 작품을 만들게 되었다.”
Q. 전작 애니메이션 <무림일검의 사생활>의 진영영이 <무협은 이제 관뒀어> 진영영으로 돌아왔다. 실사화하면서 작품의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떤 점이 있는가.
▷장형윤 감독: “같은 걸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다. 무협 실사영화를 만들려고 했는데 주인공 이름이 같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생각해 보니 ‘칼’을 부르는 설정도 같다. 실사로 만들게 되면서 인물이 자판기로 변한다던지 얼룩말 모습의 라이벌이 등장하는 것 같은 애니메이션에서 가능한 설정은 빠지게 되었다.”
Q. 캐릭터 과정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장형윤 감독: “주인공 진영영을 연기한 곽민규 배우는 주위의 추천으로 하게 되었다. 그 전에 작품들을 다양하게 봤었기 때문에 고민하지 않았다. 진사백으로 출연한 유순웅 배우는 곽민규 배우의 추천이 있었다. 영화 도입부 내레이션을 잘해주셨다. 마음에 들었다. 구사맹 역의 오경화 배우는 서울독립영화제의 ‘배우 60초 독백프로젝트’에서 보고 섭외한 것이다. SBS드라마 [하이에나]에서 김혜수 배우의 비서 역으로 나오면서 인지도가 높아졌다. 은정을 연기한 최예빈 배우는 급하게 캐스팅 되었지만 배역에 잘 맞았다. SBS드라마 [펜트하우스]로 오히려 더 유명해져서 신기하다. 얼마 전에는 주류 광고에도 나오더라.”
Q. 진영영은 청명검의 주인으로 그 누구보다 뛰어난 무협인이다. 그런 그가 평범한 학생이 되길 원한 이유는.
▷장형윤 감독: “연애하려고 대학생이 되길 바란다. 사실 유명한 스포츠 선수들도 연습만 하고 살잖아요. 친구도 만들고, 연애도 하고 싶어서 학교에 간 것이다. 그리고 다른 이유는 취업해서 돈 벌려고.. 그래서 대학에 갑니다.”
Q. 콘티, 촬영, 연기 등 무협 액션을 준비한 부분이 있다면.
▷장형윤 감독: “애니메이션은 생각한대로 모두 만들 수 있지만 실사는 무술팀이 많은 것을 준비한다. 콘티상으로도 애니메이션과 달리 실사 촬영이 가능할 것 같은 콘티를 준비한다. 그리고 막상 실제로 해보면 안 되는 부분도 많고, 촬영 시간에 비해 짧게 나오더라. 사실 무협 액션 장면은 원래 더 길게 계획되었지만 촬영 회차가 모자라서 줄이게 되었다.”
Q. 미쟝센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장형윤 감독: “손자연 미술감독 역할이 중요했다. 어려운 일이었음에도 정말 잘해주셨다. 영화에 나오는 미술과 의상, 분장을 혼자서 담당했고, 아주 많은 고생을 했다. 의상과 칼 같은 소품을 신경 썼다. 특히 초반에 두 사람이 지장을 찍는 서류인데 미술감독이 밤새 직접 쓴 것으로 오래 걸렸다.”
Q. 작품에서 가장 애정이 가는 장면이 있다면?
▷장형윤 감독: “엔딩 장면. 청명검을 계속 부르면 나타날까? 마치 고양이처럼 칼을 부르고 ‘구사맹’이 다가와서 칼집에 칼을 넣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이 마침 마지막 날 촬영이라 부담이 없고 재미있었다. NG 장면도 재미있고. 화면과 음악의 합이 딱 맞는 장면을 좋아하는데, 엔딩 쓰인 ‘행운’이라는 곡이 흐르면서 크레딧으로 이어지는 장면을 좋아한다.”
Q. <무협은 이제 관뒀어> 이후 근황을 전해주신다면.
▷장형윤 감독: “체력 보강과 다이어트가 관심이지만 잘 안된다. 작품을 많이 만들 수 있는 체력을 기르고 싶다. 요즘은 워낙 OTT가 대세라서 시리즈물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독립영화관]은 제가 영화를 시작할 때부터 늘 제 작품이 나오고 싶은 방송이었다. 다시 작품을 틀게 되어 무척 영광이다. 편안하게 봐주세요~”
** 장형윤 감독과의 인터뷰는 KBS 독립영화관 송치화 작가와의 서면인터뷰로 진행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