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KBS 1TV [독립영화관]은 예측할 수 없는 기발하고 엉뚱한 이야기를 다룬 ‘무협은 이제 관뒀어’(감독: 장형윤), ‘‘소망어린이집 근무안내서’(감독: 김민지), ‘구조원들’(감독: 심현석) 등 3편의 단편영화로 꾸민 ‘기상천외 특선전’이 시청자를 찾는다.
심현석 감독의 <구조원들>은 ‘드론’의 활약상이 돋보이는 22분짜리 단편이다. 영화는 한창 드론경기가 펼쳐지는 드론경기장의 모습을 비춘다. 드론레이싱 선수 재찬은 경기 중 기체 문제로 큰 사고를 일으킨다. 그리고 화면은 산에서 펼쳐지는 구조활동 현장으로 옮겨진다. 소녀 다은이 산에서 실종되었고 드론수색대가 드론을 띄워 소녀를 찾고 있다. 수색대 팀장은 재찬을 불러 수색에 박차를 가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재찬은 불만에 가득해서 팀웍이 생명인 수색작업에서 엇나가기 시작한다. 한편, 실종된 줄 알았던 소녀는 총상을 입은 채 엽총을 든 살인범들에게 쫓기고 있었다.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이 현장을 찍고, 숨 막히는 추적전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영화는 드론레이서 재찬의 불만과 분노의 원인을 뚜렷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아마도 드론경기에서 돌발 사태로 경기가 엉망이 된 모양이다. 문제는 분초를 다투는 산악구조 작전에 그가 투입되었다는 것이다. 드론은 하늘에서 숲을 내려다보고,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며 목표물을 찾는 것이다. 광대한 수풀. 제한된 체공시간 등이 구조작전을 긴박감 넘치게 만든다. 그리고, 악당이 소녀를 죽이려 할 때, 드론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단지 촬영만? 드론레이서 재찬의 능수능란한 조종 테크닉과 ‘원 샷’의 필살기를 보여준다. 최병윤이 드론 조종의 실력자 재찬으로 등장하고, 드라마 [괴물] 이후 눈에 띄는 존재감을 보여주는 김신록 배우가 구조대 대원으로 등장한다.
심현석 감독은 “열등감과 경쟁 심리에 휩싸인 드론레이싱 선수가 겪는 심경변화를 통해, 혼자가 아닌 함께 하는 삶의 가치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밝힌다.
스타워즈(에피소드4) ‘제다이의 귀환’(Return of the Jedi )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아마 루크 스카이워커와 레이아 공주가 숲에서 펼치는 스피더 체이스 장면일 것이다. 캘리포니아 숲에서 촬영된 이 장면은 카메라를 들고 나무 사이를 찍고 초고속으로 돌려 촬영된 장면이라고 한다. 이젠, 한국, 독립단편영화에서 그것만큼이나 속도감 있고,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드론은 이렇게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게 된다. 인명구조와 독립영화 촬영현장에서 말이다.
▷연출/각본:심현석 ▷출연:최병윤, 강영구, 이진성, 이나영, 김신록 ▷촬영:주범규 ▷조명:고제욱 ▷미술/의상:김수현 ▷편집:김우석, 심현석 ▷음악:구본춘 (무비클로저) ▷프로듀서:김희경
■■ 인터뷰 ■■ 심현석 감독 < 구조원들 > 영화에 대해 궁금한 것들
Q. <구조원들>을 연출한 계기는?
▷심현석 감독: “학교 졸업 작품으로 산이 배경인 다른 이야기를 준비 중이었는데, CG 비용과 같은 예산 문제로 한차례 좌초되었다. 그러던 중 평소 관심이 많았던 드론을 이야기 안에 적극적으로 녹여낼 수 있는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이에 맞는 시나리오를 새롭게 작성해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Q.‘드론’과 ‘구조’의 소재를 어떻게 결합하게 되었는지.
▷심현석 감독: “드론의 쓰임새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다양해지는 것 같다. 현재에도 농작물 병해충 방재나 건축물 안전진단 등 많은 분야에 드론이 쓰이고 있으며, 우리 주변의 119 구급대원이나 경찰 분들도 인명구조와 수색작전에 드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런 시대의 흐름을 영화 안에 녹여내고자 했고, 기존과는 다른 장르적 재미를 시도하기 위해 새로운 스포츠로 주목받는 드론레이싱이라는 소재를 넣게 되었다.”
Q. 실종된 소녀를 찾기 위해 드론수색대가 파견된다.
▷심현석 감독: “영화를 준비하며 많은 자료들을 접했다. 야산에서 실종된 치매 노인을 경찰이 드론으로 기적처럼 찾아낸 일화가 인상 깊게 다가왔고, 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영화 안에 일부분 반영되었다.”
Q. 무술, FPV 등 각 기술 분야의 다양한 제작진이 참여했다.
▷심현석 감독: “영화가 기본적으로 액션장르의 외피를 두르고 있고, 사람뿐만 아니라 드론의 액션도 등장하기 때문에 말씀대로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무술의 경우엔 평소 저와 친한 이진성 배우가 무술감독을 맡아주었고, 영화 준비 과정에서 남성과 여성이 물리적으로 부딪혔을 때 나올 수 있는 현실적인 액션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최대한 효율적으로 동선을 설계하고자 했다. 그리고 드론액션의 경우엔 기존에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분야라 드론이 어떤 움직임으로 어떻게 사람과 합을 이룰지, 시나리오의 묘사대로 제대로 구현이 가능할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영화를 도와주신 드론 전문가분이 많은 아이디어를 주셨고, 현장에서 본인들이 직접 드론을 컨트롤하며 제가 머릿속에 그렸던 장면들을 적극적으로 구현해주셨다. 이 자리를 빌려 한국 드론레이싱협회 관계자 분들, 김민찬 선수, 김영중 선수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Q. 드론이라는 첨단장비가 가지는 양면성에 대한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심현석 감독: “드론은 놀라운 편리성을 제공하지만, 한편으론 이것을 악용해 특정 사람을 불법촬영(감시) 한다거나, 컨트롤 미숙의 문제로 인명피해를 야기하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구조원들>은 드론의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을 더 부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연출자로서 위와 같은 문제들을 외면하긴 싫었다. 그래서 극 중 수색대가 좋은 취지로 드론을 이용하지만 어쩔 수 없이 누군가를 감시해야만 하는 상황을 조금이라도 묘사하고자 했고, 주인공인 재찬이 가진 트라우마를 통해 드론이 단순한 놀이도구나 편리한 장비가 아닌 누군가를 크게 다치게 할 수 있는 또 다른 위험요소임을 드러내고자 했다.”
Q. 음향 부분도 상당히 중요하게 느껴진다. 사운드 디자인을 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심현석 감독: “드론이 또 하나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만큼 실제로 포스트프로덕션 과정에서 음향에 많은 심혈을 기울였다. 우선 현장에서 녹음된 프롭(드론 프로펠러) 소리가 컷 별로 일정하지 않았기에, 이것이 영화에서 자연스럽게 들릴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해 사운드 디자인을 했다. 그리고 극 중 등장하는 드론의 종류 별로 각각 다른 소리가 나도록 새롭게 사운드를 입혔고, 특히 레이싱 드론의 움직임에서 느껴지는 박진감과 생동감이 관객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여러 테스트를 거쳐 작업했다.”
Q. 재찬과 드론수색팀 팀장 두섭(강영구)의 팽팽한 긴장감에 대해서.
▷심현석 감독: “직접적으로 묘사되지 않았지만 재찬과 두섭은 이미 서로를 잘 아는 사이이다. 그러다 재찬의 사고로 모든 것이 변했고, 실종자를 찾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가치관 대립을 통해 그간 쌓아왔던 감정의 골을 표면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극 중 재찬과 두섭은 타협 없이 서로가 믿는 방식대로 줄곧 사건을 해결하려고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행동들이 끝내는 서로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임을 깨닫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독단적이었던 재찬에게 작은 파장을 일으킨다. 이 미묘한 감정을 엔딩 지점에서 최대한 담아내고자 노력했다.”
Q. 최근 주목받고 있는 김신록 배우가 미주로 출연한다.
▷심현석 감독: “미주는 여청계(여성청소년계) 형사로 드론 수색팀을 이끄는 두섭과도 친한 관계이다. 기본적으로 타인의 마음을 잘 헤아리며 상황판단이 빠른 베테랑 형사지만, 미운오리새끼처럼 불쑥 합류한 재찬에게 묘한 위화감과 불안함을 느끼는 캐릭터이다. 김신록 배우는 극 중 황윤 역을 맡은 이나영 배우의 소개로 만났다. 한창 연극 활동을 하실 때였고 첫 만남부터 연기에 대한 가치관이 뚜렷하신 분이었다. 미주라는 인물을 좋은 마음으로 기쁘게 수락해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했다. 그리고 실제 촬영 현장에서는 제가 생각한 미주 캐릭터보다 훨씬 더 풍성하게 표현해주셨다. 기회가 된다면 더 긴 작품에서 다시 꼭 만나고 싶다.”
Q. <구조원들> 이후 근황을 전해주신다면.
▷심현석 감독: “장편시나리오 작업을 하며 틈틈이 웹툰 작가 일을 겸하고 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제 스스로를 좀 더 아끼고 사랑할 수 있을지에 관해 고민이 많다.”
Q.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보는 시청자분들에게 한 말씀.
▷심현석 감독: “<구조원들>은 드론이라는 소재를 영화의 프레임 안과 밖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한 액션 장르물이다. 낯선 시도지만 많은 스탭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열심히 만들었고, 야심한 밤에도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게 만드는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늦은 밤 이 영화에 시간을 기꺼이 내주신 시청자 분들께 미리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심현석 감독과의 인터뷰는 KBS 독립영화관 송치화 작가와의 서면인터뷰로 진행된 것입니다. **
▷연출/각본:심현석 ▷출연:최병윤, 강영구, 이진성, 이나영, 김신록 ▷촬영:주범규 ▷조명:고제욱 ▷미술/의상:김수현 ▷편집:김우석, 심현석 ▷음악:구본춘 (무비클로저) ▷프로듀서:김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