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다’는 농인(聾人) 부모 아래서 태어난 자녀(Children Of Deaf Adults)를 일컫는다. ‘반짝이는 박수 소리’와 ‘기억의 전쟁’을 만든 이길보라 감독이 한국 영화계의 대표적 ‘코다’이다. 이길보라 감독이 쓴 책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를 보면 ‘코다’의 처지를 엿볼 수 있다. 이길보라 감독은 태어나면서 줄곧 ‘침묵의 세계(농사회)와 ’소리의 세계‘(청사회) 사이에서 말을 옮기는 것’이 정체성이 되었다고 말한다. 션 헤이더 감독의 영화 [코다]도 그런 인물이 주인공이다. 

미국 해안마을에 사는 루비(에밀리아 존스)의 아빠, 엄마, 오빠는 모두 농인이다. 고등학생 루비는 이들 가족의 ‘침묵의 세계’와 ‘소리의 세계’를 연결하는 유일한 존재이다. 매일 새벽 루비는 아빠, 오빠와 함께 작은 어선을 타고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는다. 수업시간엔 어쩔  수 없이 책상에 엎드려 잔다. 정나미 떨어지는 친구들은 루비에게서 비린내가 난다고 놀린다. 그런 루비에게 아주 작은 ‘기쁨’이 있었다면 마일스(퍼디아 월시-필로)를 짝사랑한다는 것. 그런데 마일스가 합창단에 가입한단다.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루비도 합창단에 가입하고, 합창단 선생 미스터V에게서 꿈의 크기에 대해 듣게 된다. 이제, 루비는 가족의 생계가 달린 어로행위와 어쩌면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노래 부르기의 중간에서 ‘코다’의 현실적 고민을 하게 된다.

영화는 ‘코다’라는 특수한 상황의 소녀가 겪게 되는 인생의 난제를 그린다.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은 루비가 새로운 세상으로 달려 나가기를 응원하면서도, 가족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모든 것을 희생해야하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이 점은 [빌리 엘리어트]의 어촌 버전인 셈이다. 

 영화는 친숙한 스토리를 담고 있다. 대단한 재능을 가졌을지 모르지만 끊을 수 없는 현실의 족쇄를 발목에 차고 있는 소도시 소녀가 같은 꿈을 그리고 있을지 모르는 소년을 만나고, 노래를 통해 마음의 안식처를 찾는 것이다. 특히나 노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CODA의 한계를 합창단의 화려함보다는 듀엣의 화음으로 완성시킨다. 물론 그 과정에서 좋은 음악선생님이라는 조력자가 있다. 영화는 루비와 농인가족의 고달픈 현실을 보여주지만, 노래와 사랑, 그리고 유머가 충만하다. 

 루비를 연기한 에밀리아 존스의 사랑스러움과 함께 농인 가족의 ‘진짜 리얼’함이 영화의 재미와 감동을 더한다. 트로이 코처(아빠), 말리 매트린(엄마), 다니엘 듀런트(오빠)가 모두 실제 농인이다. 말리 매트린은 아주 오래 전, <작은 신의 아이들>(1986)에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유명 청각장애인 배우이다. 이 영화는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2014)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션 헤이더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며 수화를 배워가며, 수화전문가의 도움을 받아가며, 실제 농인 연기자를 캐스팅하여 ‘침묵의 세계’ 속의 수다와 폭발하는 감정들을 ‘소리의 세계’에 울려 퍼지게 했다. 

이 영화는 2021년 1월 선댄스영화제에서 소개되었고, 애플이 애플TV+ 배포권을 획득한다.(우리나라에선 8월에 극장에서 개봉되었다) [코다]는 3월 열리는 제94회 아카데미시상식 에서 최우수 작품상, 남우조연상(트로이 코트서), 각색상 등 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코다]는 아카데미를 앞두고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에서 진행하는 아카데미영화제 기획전을 통해 큰 스크린에서 다시 만나볼 수 있다. 극장은 물론 IPTV(KT olleh tv, SK Btv, LG U+tv)와 홈초이스, Seezn, U+모바일tv, 스카이라이프, wavve, 네이버 시리즈 온, TVING, 구글 플레이, 카카오페이지, 씨네폭스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코로나 이후, 이젠 TV 뉴스화면 오른쪽에 작은 화면으로, 정치인의 사자후 옆에서 수화통역자가 열심히 손짓하고, 다채로운 얼굴 표정 짓는 것이 익숙해 졌을 것이다. [코다]로 그들의 소리를 손짓이 아니라, 달팽이관이 아니라, 마음으로 들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