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니까. 그 나이에 감히 범죄를 저질렀으니까."
마음을 묵직하게 때린다. 소년범죄에 대해서 이토록 엄중하게 다뤘던 작품이 이때까지 존재했는가. 이토록 사실적이고, 지금의 현실을 담은 민감한 주제를 제대로 도마 위에 올려놓은 적이 대한민국에 단 한 번이라도 존재했는가.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감독 홍종찬)은 아이들이 일으킨 범죄를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김혜수 분)과 소년범에게 갱생의 기회를 주고 싶어 하는 판사 차태주(김무열 분)가 소년재판부에서 다양한 소년범 사건을 맡게 되면서 고뇌하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소년심판'은 1화부터 2017년 대한민국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던 실화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한 에피소드로 시작된다. 아이가 아이를 살해한다는, 미성년자가 저지른 범행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끔찍했던 그날의 기억은 대중들에게도 촉법소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됐던 사건이다.
엄마에게 전화를 하겠다고 폰을 빌려달라고 했던 아이를 배터리가 없다는 핑계로 집으로 유인한 후 잔혹하게 살해하고 시체까지 유기한 사건은 국민청원과 대규모 시위를 이끌어낼 정도로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극 중에서도 소년범을 혐오하는 심은석 판사는 이 사건을 맡게 되며 그들에게 엄중한 처벌을 내리기 위해 사건을 면밀하게 파악하기 시작한다.
이외에도 '소년심판'은 실제 대한민국에서 발생했던 모든 실화 사건들을 바탕으로 에피소드들이 구성됐다. 아파트 옥상에서 어린 소년들이 던진 벽돌에 한 여성이 사망하고 부상자가 발생한 '용인 벽돌 사건'부터 무한 경쟁 대한민국 교육계에서 터진 입시 비리의 정점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시험지 유출 사건', 중학생들이 렌터카 센터에서 차를 절도 후 운전하다 배달 아르바이트생을 치고 사망하게 만들었지만 반성의 기미 없이 SNS 활동을 하며 법을 조롱했던 '미성년자 렌터카 무면허 운전 사건', 그리고 최근 있었던 'N번방 사건'을 떠올리게 만드는 디지털 성 착취 카르텔 문제까지.
이토록 잔혹한 사건들이 일어났던 이유는 미성년자에 대한 미약한 처벌과 '촉법소년'이라는 제도에 있다. 촉법소년은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에게 형사 책임 능력이 없다고 판단, 범죄 행위를 하였어도 처벌이 아닌 보호 처분의 대상이 되는 법이다. 소년재판 최고 형벌인 10호 처분을 내려도 소년원 2년 수감이 전부인 이 법은 나이에 비해 악질적인 중범죄를 저지르는 소년들로 인해 매번 뉴스 헤드라인에 오르내렸다.
그렇게 미성년자들이 벌인 범죄에 피해를 입은 이들의 상처는 심각하다. 피해자들은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실화 바탕의 에피소드들은 사건 개요를 듣기만 해도 피해자들의 울분이 들려오는 것만 같다. 스크린을 넘어 퍼져오는 이 감정들은 과연 모든 사람들이 '법 앞에 평등한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죄의 책임을 묻지 않고, 그들에게 갱생의 기회를 줬음에도 재범으로 다시금 법원으로 들어오는 아이들의 모습은 탄식을 유발한다.
"아이들을 위한 법을 왜 아이들을 밟고 개정합니까?"
하지만 '소년심판'은 소년범들을 잔혹하게 그리나 동시에 대한민국 재판 시스템의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지적한다. 잔혹한 범죄의 길로 들어서기 전 그들에게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그들을 보호해 줄 사회적인 안전망이 왜 존재하지 못했는지, 무조건적인 처벌이 갱생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까지 세밀하게 검토한다.
또한 각자 다른 사연을 가진, 입체적인 캐릭터로 구현된 판사들이 자신만의 정의와 대의를 끝까지 관철하며 자신들의 방식으로 소년범 재판을 처리하는 서사는 현재 대한민국이 서 있는 소년법의 현실과 그 한계에 대해 날카롭게 일갈한다.
물론 어떤 이유에서건 범죄를 일으킨 자는 처벌을 받아야 하는 건 사실이다. 피해는 있는데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상황에 갇힌 피해자의 "내 인생을 돌려달라"는 호소를 듣는다면,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인천 초등생 사건'의 경우 발생한지 5년이 지났고 누군가는 "벌써?"라고 하겠지만 유족들에게는 그것이 억겁의 시간이었을 테다. 이제 몇 년만 지나면 한 아이를 죽였던 가해자가 세상으로 다시 나오고 중년도 채 되지 않은 나이에서 우리의 틈에 섞여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은 여전히 납득할 수 없다. 상처는 한순간이나 피해자는 영원한 시간에 갇혀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소년심판'은 소년법 폐지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도, 반대하는 사람도 유의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저울의 한 편을 무조건 선택해야 하는, 결코 애매한 선택이 아닌 명확한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는 판사의 시선에서 본 세상을 통해 우리 또한 어떻게 소년범을 바라봐야 할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논제인 '재발이 일어나지 않기 위한 방향'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그리고 '소년심판'을 본 이들은 앞으로 생각할 것이다. 소년범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전 심은석 판사와 차태주 판사의 얼굴이 교차하며 떠오르고 묵직한 대사들이 귀에 맴돌 것이다. 이어 자신에게 물을 것이다. 우리가 어떤 태도로 소년범을 바라봐야 하는가, 그리고 지금의 대한민국 사회가 소년에게 처벌 혹은 기회를 줄 수 있는 성숙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넷플릭스 25일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