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마니아층을 넘어 대중의 취향까지 아우르기 위해 이를 간 모양이다. 그가 새롭게 탄생시킨 '나이트메어 앨리'라는 가상의 세계는 '블레이드'보다 잔혹하고 '판의 미로'보다 신비스러우며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보다 매혹적이다.
영화 '나이트메어 앨리'(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는 미스터리한 사건 이후 집을 떠나와 우연히 서커스단에 합류하게 된 스탠턴(브래들리 쿠퍼 분)의 시점으로 시작된다. 다양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서커스단에 시선을 뺏긴 그는 괴물처럼 길러져 철창에 갇힌 채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된 한 기인을 발견하게 되고 그 자리에 멈춰서 홀린 듯 쇼를 구경한다.
이후 서커스를 운영하는 클램(윌럼 더포 분)의 제안으로 서커스단의 잡일을 시작한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지나(토니 콜렛 분)와 피트(데이비드 스트라탄 분)에게 독심술을 배운다. 그 과정에서 서커스단에서 전기 쇼를 펼치는 몰리(루니 마라 분)를 만난 후 사랑에 빠진 그는 몰리를 설득해 서커스단을 빠져나가게 되고 몇 년 후 큰 성공을 거머쥐게 된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그는 미스터리한 매력을 지닌 심리학 박사 릴리스(케이트 블란쳇 분)를 만난다. 성공에 대한 열망, 점차 컨트롤할 수 없는 욕구에 흔들리기 시작하며 그의 삶은 위기를 맞이한다.
영화 '나이트메어 앨리'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팬들이 열광하는 모든 영화적 요소들을 1940년대 서커스라는 배경 위에서 자유로이 뛰어놀도록 만든 작품이다. 서커스에 쓰이는 기괴하고 다양한 미술 소품들부터 그 당시 서커스를 즐기던 이들의 문화 자체를 사실적으로 연출한 장면들은 완벽함에 가깝다.
컷이 넘어갈 때마다 마치 한여름 밤의 꿈을 꾸듯 마법의 세계로 홀려들어가는 듯한 영상미도 일품이다. 영화를 감상하는 관객들을 서커스 무대 한가운데로 초대하는 시퀀스의 흐름은 이성과 욕망이 충돌하고 인간이 지닌 본성과 광기가 폭발하는 서커스 현장의 무드를 그대로 느낄 수 있게 만든다.
"때론 선을 넘고서야 선이 보이는 법이야."
이 작품이 더욱 극찬 받아 마땅한 이유는 디테일에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배경과 설정, 등장인물의 특성에는 다음 전개에 대한 복선이 심어져 있다. 스탠턴이 선택한 독심술사라는 직업도, 그가 시선을 떼지 못하는 기인의 존재에도, 클램이 수집한 기괴한 생물체에게도 영화 끝에서 기다리는 반전에 대한 크고 작은 힌트들이 숨어있다. 이 수없이 많은 복선들이 얽히고 얽혀 서사를 반전의 결말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만든다.
더불어 등장인물들이 마주하는 신들과 그 속에 담긴 대사들 또한 인생에 대한 깊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예를 들어, 스탠턴과 몰리가 처음 마음을 확인하는 회전목마 신도 낭만적이지만 돌아도 돌아도 다시 제자리일 뿐인 그들의 관계를 암시한다. 이외에도 등장인물들이 속한 배경과 그들이 그 앞에서 나누는 대사에는 인생의 의미에 대한 빼곡한 논쟁들이 앞다퉈 들어있다.
이러한 복선들과 트릭, 반전들은 150분이라는 어마어마한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을 지루할 틈 없이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다. 이에 브래들리 쿠퍼, 윌럼 더포, 케이트 블란쳇, 루니 마라 등 연기파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력이 더해진 명장면들은 정말 "말해 뭐해"라는 말을 절로 내뱉게 만든다.
영화를 좋아하는 모든 관객들에게 그 이유를 찾아주는 작품이자 모든 영화의 성공 요소를 제대로, 성의 있게 갖춘 작품인 '나이트메어 앨리'. 마치 서커스와 같은 완벽한 만남과 헤어짐, 반전과 트릭, 환상과 현실,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 나오는 사랑과 증오의 감정들이 새겨진 이 작품을 추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2월 23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