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사랑하고 영원을 약속했던 연인이 변심해 이별을 고할 때 어떤 감정이 드는가. 슬픔인가, 우울인가, 아니면 배신에 대한 분노인가.
영화 '나일 강의 죽음'(감독 케네스 브래너)은 명탐정 에르큘 포와로(케네스 브래너 분)가 이집트에 방문하던 중 시리즈 전편인 '오리엔트 특급 살인' 에 이어 다시 만나게 된 부크(톰 베이트먼 분)와 한 커플의 신혼여행에 동행하게 되며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쫓는 과정을 그린다.
이 커플의 이름은 리넷(갤 가돗 분)과 사이먼(아미 해머 분). 하지만 그 둘에게는 비난받을만한 과거가 숨겨져 있다. 사실 과거 리넷의 절친인 재키(에마 매키 분)의 전 약혼자였던 사이먼은 그를 배신하고 어마어마한 부자인 리넷에게 구애했고 결혼까지 하게 된 것이다.
이에 재키는 앙심을 품고 그들이 신혼여행을 떠난 이집트까지 쫓아오게 되고 리넷은 재키를 보고 당황해하며 에르큘 포와로에게 자신의 안전을 지켜달라는 의뢰를 전한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 달리 살인사건이 일어나게 되고, 리넷은 모두가 잠든 사이 무참히 살해당한다.
이후 탐문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배에 오른 모든 이들이 리넷에게 앙심을 품은 사람들임이 드러나고 '펜트하우스' 뺨을 후려치고도 남을 막장 드라마가 따로 없는 이 살인사건 현장 속에서 에르큘 포와로는 진범을 찾아 나서게 된다.
감독이자 주연인 케네스 브래너는 시리즈 전편 '오리엔트 특급 살인'에 이어 또 한 번 명탐정 에르큘 포와로 역을 맡아 이번 회에서도 작품의 심지를 단단하게 만드는 연기력을 다시금 선보인다. '테넷', '덩케르크' 등 매 작품 같은 배우임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 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 완벽한 에르큘 포와르 그 자체로 빙의한다.
그러나 전편과 차별화된 점이 있다면 전편에서는 에르큘 포와로의 짝수와 대칭에 집착하는 강박적인 특징이나 그가 유명한 명탐정이라는 사실만을 제시할 뿐 그의 전사를 나열하지 않았다면 이번 편에서는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어떻게 탐정이 됐는지에 관한 힌트가 제시되도록 연출했다. 이는 캐릭터에 관한 애정도를 키워 시리즈화시키려는 노력으로 추측되기도 한다.
더불어 전편처럼 등장인물들 또한 초호화 배우들의 라인업으로 이뤄져 있으며 그러기에 진범이 누구인지 헷갈리기는 전편과 마찬가지다. 할리우드의 저명한 연기파 배우들이 펼치는 연륜 넘치는 연기도 자신의 거짓말을 숨기는 범인인지, 무고를 외치는 피해자인지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나일 강의 죽음'은 이집트 나일 강을 재현한 세밀한 CG나 연기파 배우들의 환상적인 연기 호흡 등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하지만 그중에서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작품 속 등장하는 대사와 그에 담긴 메시지다.
"사랑이 사람을 얼마나 미친 짓까지 하게 만드는지"라는 대사는 영화 끝에 등장하는 작고 큰 사건들과 반전의 결말까지 모두 관통하는 대사로 에르큘 포와로를 포함한 등장인물들도,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 모두 한 번쯤은 자신에게 되뇌었을 말임을 깨닫게 만든다. 2월 9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