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영화 한 편이 개봉되었다. 얼핏 보면 말랑말랑한 대만 청춘영화로 오해하기 쉬운 ‘청춘적니’(靑春的你)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다. ‘청춘의 너’라는 뜻이다. 중국 원제목은 ‘我要我們在一起’이다. ‘난 우리가 함께 하길 원해’란 뜻이다. 무슨 사연이 있기에 이렇게 간절하게 ‘함께 하기’를 기원할까.
영화는 눈보라가 몰아치는 벌판에서 시작된다. 이곳은 중국 서북부 신장지역. 뤼친양은 눈보라 속에서 위태롭게 측량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오늘은 그녀를 안지 3650일. 내일은 그녀의 결혼식. 달려갈 것이야.”라고 말한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영화는 곧장 10년 전의 청춘의 한 때로 달려간다. 고등학생 뤼친양은 그야말로 ‘일견종정’(一見鍾情), 첫눈에 링이야오에게 반하고 만다. 하지만, 모든 청춘물이 그렇듯이 모범생인 여학생과 사고뭉치 남학생의 로맨스는 우여곡절을 겪을 것이다.
‘청춘적니’는 중국영화, 아니 대만영화에서 많이 보았던 청춘 로맨스 같이 시작된다. 왁자지껄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풋풋한 사랑이 시작되는 것이다. 진학을 하든 취업을 하든 사회의 세파에 시달리면서 시련을 겪고, 시험에 들지만 결국 아름다운 결말에 이르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중국영화는 조금 다른 노선을 걷는다. 둘의 앞에 놓인 세상사가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다는 것이다. 단칸방에서 시작되는 내 집 장만의 허들에서부터 시작하여, 건설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부조리한’ 삶의 연속이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영화는 중국의 사회문제를 건드리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우리네 상황과도 겹친다. 개인의 희망은 또 다른 개인의 욕망에 의해 무너지고, 예상치 못한 결과로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남자주인공에게 빙의되어 분노하지만, 제발 일이 잘 풀리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것이다.
영화 [청춘적니]는 2013년 출판된 소설(‘我十年長跑的女朋友就要嫁人了’ 10년을 사귄 여친이 시집간다네)을 원작으로 한다. 남자주인공은 진학 대신 취업을 선택한다. 열심히 성실히 돈을 벌어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어 하는 것이다. 여자주인공은 그런 남자를 믿는다. 하지만, 순수하다는 것은 어쩌면 세상물정을 모르는 것이리라. 아니면, 친구를 맹신했다거나. 순수하면서도 고지식한 그에게 던져진 선택지는 결국 더 먼 곳으로 떠나는 것. 여자는 남자의 선택을 믿어주고, 기다려줄까. 약속도 없는 기다림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 때부터는 전형적인 ‘Out of Sight, Out of Mind’의 시험에 들게 된다.
영화에서는 스키터 데이비스의 명곡 ‘The End of the World’가 흘러나온다.
Don't they know it's the end of the world.
It ended when you said good-bye
(세상이 끝났다는 걸 모르는 걸까요.
당신이 날 더 사랑하지 않아 끝났다는 걸)
그리고 마지막엔 막문위가 부르는 주제가(‘这世界那么多人’)가 관객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아마,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하늘을 쳐다볼 때, 비행기가 기다란 궤적을 남기며 날아가는 모습을 보면 왠지 가슴 한 편이 아릿해질지도 모르겠다.
▶청춘적니 (원제:我要我們在一起) ▶감독:샤모 ▶출연: 굴초소(屈楚蕭/취추샤오) 장정의(張婧儀/장징이) ▶2022년 1월 12일 개봉/12세 관람가 #영화리뷰 #박재환 KBS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