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1606년 무렵에 처음 공연한 ‘맥베스’가 다시 한 번 영화로 만들어졌다. ‘맥베스’라면 적어도 오손 웰즈 버전(1948)부터 최근의 저스트 커젤 감독 버전까지 수도 없이 많이 만들어졌다. ‘맥베스’ 리스트에는 로렌스 올리비에가 그의 (두 번째) 아내 비비안 리와 함께 찍으려고 했던 미완의 ‘맥베스’도 있다. 그 넓고도 깊은 셰익스피어의 바다에 코엔 감독이 뛰어든 것이다. 그동안 형 조엘 코단은 동생 에단 코엔과 함께 ‘블러드 심플’을 시작으로 ‘바톤 핑크’, ‘파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 많은 걸작을 만들었다. 이번 신작 [맥베스]는 조엘 코엔이 동생과의 협력 없이 혼자 작업한 첫 작품이다.이 영화는 작년 9월 뉴욕필름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되었고, 12월 미국 극장에서 잠깐 공개된 뒤 14일, 애플TV+를 통해 공개된다. 물론, 한국에서도! 셰익스피어의 걸작을, 코엔이, 애플이 어떻게 화면에 담아냈을까. 영화는 오리지널 셰익스피어 희곡을 미니멀한 세트를 배경으로 심도 깊은 흑백의 영상으로 완성시킨다.
● “왕이 될 것이다. 그 사람을 조심해라, 숲이 움직이면 끝이다”
영화는 셰익스피어 희곡을 충실히 따른다. 장군 맥베스는 뱅쿼와 함께 스코틀랜드를 침략한 노르웨이와의 전장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다. 덩칸 왕은 맥베스의 승리 소식을 전해듣고는 기뻐하며 반역자 코더 성주를 처형시키며 “코더가 잃은 것을 맥베스가 얻었노라”고 말한다. 전쟁에서 이기고 개선하던 맥베스는 안개 낀 벌판에서 세 명의 마녀를 마주친다. 마녀는 밑도 끝도 없이 “만세 글래미스의 영주님, 만세 코더의 영주님, 만세 장차 왕이 되실 분!”이라는 예언을 남긴다. 맥베스는 미친 소리라고 넘기려하지만, 덩칸 왕에 의해 코더 성주가 되자 조금씩, 혹시나 하며 그 예언에 압도되어간다. 그리고 아내(레이디 맥베스)의 부추김에 결국 왕을 자신의 성으로 초대하여 살해하고는 왕관을 쓴다. 그러나, 마녀의 예언은 더 있었다. 수수께끼 같은 예언. 하나는 “여자의 몸에서 나지 않은 자에게 죽을 것”이오, “버남의 큰 숲이 던시네인의 언덕까지 공격해 오진 않는 한 결코 정복되지 않을 것”이란다. 왕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악몽에 시달리던 아내가 죽고, 맥베스는 던시네인 성에서 맥더프가 이끄는 군대와 대치하게 되는 것이다.
2018년 넷플릭스와 서부극(‘카우보이의 노래’)을 찍었던 코엔은 이번에는 애플과 셰익스피어 극을 만든다. 엄청난 블록버스터를 기대했는데 의외로 무대극 버전을 만나게 된다. 일부 야외 신이 있지만, 최근 저스트 커젤 버전에서 볼 수 있었던 웅장한 스코틀랜드 산악이나 대규모 전투신은 없다. 마치 [햄릿]을 보는 듯한 단조로운 세트를 배경으로 까마귀가 을씨년스럽게 화면을 가로지고, 등장인물의 웅변조 대사에 초점을 맞춘다. 대신, 맥베스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듯한 깊고, 기하학적인 명암의 세계를 만나다.
코엔의 작품은 맥베스가 ‘왕이 될 운명’이라는 예언을 듣고 벌어지는 욕망을 담고 있다. 왕에 대한 충정은 순식간에 왕좌에 대한 야심으로 바뀌고, 야심은 눈먼 살의로 승화하는 것이다. 댄젤 워싱턴이 예언에 무너지고 마는 맥베스를, (코엔 감독의 아내이기도 한) 프랜시스 맥도맨드가 레이디 맥베스를 연기한다.
코엔 감독의 이번 작품 제목은 ‘맥베스’가 아니라, ‘맥베스의 비극’(The Tragedy of Macbeth)이다. ‘마녀의 예언’에 따라 ‘인간의 운명’을 희롱한 비극인 셈이다. 조엔 코엔 감독의 [맥베스의 비극]은 14일, OTT플랫폼인 애플TV+에서 스트리밍 서비스가 시작된다.
▶맥베스의 비극 (The Tragedy of Macbeth) ▶감독/각본: 조엘 코엔 ▶출연: 덴젤 워싱턴(맥베스), 프랜시스 맥도먼드(레이디 맥베스), 버티 카벨(뱅쿼), 알렉스 하셀(로스), 코리 호킨스(맥더프), 해리 멜링(맬컴) ▶제작: A24, IAC Films ▶제공: Apple TV+ #박재환 KBS미디어 #영화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