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화끈하고 털털한 성격으로 알려진 조진웅 배우는 함께 작업하는 모든 이들에게 편안한 분위기를 제공하는 분위기 메이커로 유명하다. 이번 영화 '경관의 피'(감독 이규만)에서도 그는 후배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며 그들이 자연스럽게 연기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연기의 장을 만들었다. 그중에서도 평소 친하게 지내기도 했던 배우 권율과의 케미스트리는 작품 안에서도, 밖에서도 빛을 발해 화제를 모았다.
Q. 코로나 시기를 뚫고 '경관의 피'가 개봉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늘어서 많이 와서 보세요 라고 할 수가 없어졌다. 어쨌든 그래도 개봉을 하게 됐다. 긴장도 되고 어리둥절하다. 2년 만에 관객분들을 만나는데 울컥했다. 너무 보고싶었다.
Q. '스파이더맨'을 넘어서 개봉 첫 날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한국 영화 부활의 신호탄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박스오피스 1위를 할 수 있게 되어서 기분이 좋다.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을 관객분들이 여전히 가져주시고 있고 새해 첫 영화로 찾아뵙게 되어서 감개무량하다.
Q.이규만 감독과의 인터뷰에서 박강윤이라는 캐릭터가 좁은 회색지대에서 바르게 서 있으려고 노력하는 인물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말대로 박강윤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고민해봤을 지점을 드러내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연기하면서 배우가 아닌 인간 조진웅으로서 박강윤에게 얼마나 이입이 됐는지 궁금하다.
강윤이라는 인물이 사건을 수사하는 진행 과정이 내가 작업을 하는 방식과 그리 다르지 않는 것 같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캐릭터를 어떻게 완성시킬지 사람들을 찾아가거나 치열하게 고민한다. 그런 면이 비슷하지 않나 생각한다. 박강윤을 연기하면서 쉽지는 않았다. 경계에 서 있으면서 밸런스를 잘 맞춰야 해서 협동업이 되지 않으면 캐릭터를 만들기 힘들었다. 스태프들 믿고, 감독님 믿고, 나 자신을 믿고 갔다. 항상 '이 캐릭터를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것이다'라는 마음을 가지는 것 같다. 수사를 하는 방식 자체가 맞닿아 있어서 이입하는 데는 어렵지 않았다.
Q. 박강윤이라는 캐릭터에서 선인지 악인지 알 수 없는 이중성, 조직 관리에서의 카리스마 등이 보여졌는데 연기하는 것에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선인지, 악인지 어떠한 것도 헷갈리면 안됐다. 감독님하고 박강윤의 선을 어떻게 표현하고 담아낼 것인지 논의했다. 그것을 자칫 놓치게 되면 이 캐릭터가 흐지부지되니 그것에 대한 긴장감이 있었다.
Q. 전작들에 이어 이번에도 경찰 역을 맡게 됐다. 똑같은 캐릭터를 창조할 수도 있겠다는 부담감은 없었는가?
부담은 없었다. 이번에도 경찰이니 변별력은 둬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 변별력을 주기 위한 노력은 시나리오를 잘 분석하는 것이었다. 세상의 어떤 감독도 전작의 캐릭터를 그대로 갖고 와서 연기해 달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지금 시나리오를 잘 분석하고 공부하면 길은 보인다고 생각했다.
Q. 전작들에서 워낙 브로맨스로 사랑을 많이 받았던 배우다 보니 이번에도 최우식 배우와의 호흡에 많은 분들이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연기한 본인으로서 전작들의 브로맨스 케미스트리를 넘어서야 된다는 부담이 있는지 궁금하다.
화학적 반응이 캐릭터마다도 다르고 호흡을 맞추는 배우와도 다르다. 전혀 결이 다르다. 이번에도 최우식 배우와 작업할 때 오히려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것들이 나와의 케미스트리를 뒷받침해줬다. 일단 그리고 정말 재밌었다. 최우식 배우는 민재라는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고 작품을 잘 이해해서 그 경계 지점을 지켜봐서 캐릭터도 성장시켰다. 흐뭇한 모습이었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Q. 최우식 배우 이외에도 권율 배우와도 호흡을 맞췄다. 마약공장에서 맞부딪히는 신은 '경관의 피'에 나온 명장면들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이규만 감독님의 말에 따르면 콘티와 상관없이 자유롭게 촬영한 신이라고 했는데 촬영장 에피소드가 있는가?
권율 배우와는 같은 소속사 배우이기도 하고 친하고 아끼는 동생이다. 심각한 장면이었지만 동선이나 시선 같은 것들이 자유롭게 호흡이 맞춰졌다. 뒤에 나오는 우리 형사들도 나와 오래 알던 사람들도 있었다. 감독님도 카메라 신경쓰지 말고 하라고 하셨고 그것을 촬영감독님이 잘 담아주셨다. 그리고 권율 배우가 상당히 유쾌한 사람이다. 텐션이... 어디서 학원 다니는 것 같다.(웃음) 끊임없이 웃기다. 같이 다닐 때도 즐겁고 재밌다.
Q. 권율 배우뿐만 아니라 후배 배우들이 조진웅 배우를 굉장히 편하게 생각할 것 같다. 후배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선배로서 분위기를 조금 더 편하게 해주기 위해 한 행동들, 연기 조언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달리 하는 방법은 없는 것 같다. 지금 영화 '데드맨'에서 이수경 배우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데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내가 하는 이야기의 99 퍼센트는 농담이랑 쓸데없는 이야기고 나머지 1 퍼센트는 대사다"라고 말했는데 웃어서 분위기가 풀어지더라. 권율 배우와는 그런 이야기를 안 해도 헛소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웃음) 연기를 하러 오는 것이 아니라 웃기러 오는 현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화목한 현장이 된다.
Q. 후배 배우들이 오히려 그런 자연스러운 분위기에 감사했을 것 같다. 혹시 후배 배우들이 보낸 감사 메시지들 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이 있는가?
걔넨 감사하지 않는다.(웃음) 이것 또 기사 헤드라인을...(웃음) 최우식은 90도 인사를 매번 한다. 하지만 권율 이런 애들은 근본이...(웃음) 너무 친해서 그렇다.
Q. 이러한 화목한 분위기 덕분에 '경관의 피'가 더 잘 될 것 같다. 권율 배우는 감사 메시지를 전하지 않았지만(웃음) 본인이 영화를 성공적으로 마친 것에 대해 후배 배우들을 향한 감사를 전한다면 무엇이 있을까?
안 다쳤으면 좋겠다. 후배 배우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그렇다. 우리가 카메라 앞에 그냥 서있는 것이 아니라 의무가 있고 책임이 있다. 자신을 그냥 던진다. 그랬을 때 예기치 못한 사고가 날 때가 있고 이번에 권율 배우도 손가락이 찢어졌다. 알아서 안전하게 찍으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