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터' (윤재호 감독,2020)
최근 한 탈북자가 휴전선을 가뿐하게 뛰어넘어 다시 북으로 넘어간 일이 벌어졌다. 무슨 이유가 있어서 생사를 걸고 남으로 왔다가, 살아보니 생각한 세상이 아니었는지 다시 생사를 걸고 북으로 갔다는 것이다. 아주 예전, 냉전시기엔 ‘우리’쪽으로 넘어오는 사람은 ‘귀순용사’로 대우 받았다. 그러다가 탈북자, 탈북민, 북한이탈주민, 그리고 새터민이라는 말이 사용되었다. 이미 우리 주위엔 아주 많은 사람이 섞여 산다. 동화된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꽤 있을 것이다. 그들의 특별한, 어쩌면 특별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전해주는 독립영화가 오늘 밤 KBS 독립영화관 시간에 방송된다. 윤재호 감독의 [파이터]이다.
윤재호 감독은 2018년 부산영화제 개막작인 <뷰티풀 데이즈>에서도 남과 북으로 갈라진 가족의 이야기를 전했었다. 탈북자였던 엄마는 중국을 거쳐 한국에 와서 한국 남자와 결혼하여 새 가정을 꾸린다. 중국에 남겨진 ‘조선족’ 아들은 그런 엄마를 찾아 한국에 오고, 한국에서 혼란을 겪게 된다. [파이터]는 권투를 하는 여자 탈북민 이야기이다. 여전히 엄마를 찾고, 아빠를 생각한다.
'파이터' (윤재호 감독,2020)
지나(임성미)는 다른 탈북민처럼 중국을 거쳐 한국에 왔다. 하나원을 거쳐 작은 원룸을 얻어 홀로서기에 나선다. 지나는 식당 일을 하며 돈을 모은다. 북에 남은 아버지를 데려오기 위해 백방으로 뛴다. 돈을 더 벌기 위해 권투체육관에서 청소 일을 하기 시작하고 그렇게 글로브를 끼고 복싱을 배우는 것이다.
탈북한 사람이 남쪽에서 ‘국민으로서’, 인간답게 잘 살 수 있을까. 지나는 아버지를 데려올 수 있을까. 그 많은 설움과 차별이 링 위에서 해소될 수 있을까. 지나는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소리치고 싶을 것이다. 그 마음을 주먹에 실을 것이다.
윤재호 감독의 [파이터]는 오늘 밤 12시 10분 KBS 1TV를 통해 방송된다. ‘지나’ 연기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한 임성미 배우가 직접 스튜디오에 나와 백승주 아나운서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볼수록 마음이 무거워지는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