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공개된 [고요의 바다]는 정우성에게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영화배우가 아니라 제작자로 기획 단계에서부터 참여한 작품이다. 2시간 남짓 영화가 아니라 8부작 미니시리즈로 완성시켰다. 그리고 무엇보다 넷플릭스 플랫폼을 선택한 것이다. 정확히는, 극장용 영화로 준비했다가 넷플릭스와 논의 과정을 거치며 8부작 드라마가 된 것이다. 공개 후 호평과 혹평이 쏟아지는 가운데 직접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먼저, 건강상태에 대해 물어보았다.
“코로나19확진을 받았지만 증상이 경미했었다. 자가격리 기간 동안 완치되었다. 요즘 상황이 가라앉지 않는 것 같다. 중증환자들이 더 늘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대답했다.
- 배우 정우성이 ‘제작자’로 변신했다.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 어떻게 보았는지.
▶정우성: “편안하게 볼 수는 없는 상황이다. 참신함이 장점이지만 공개되고 나서는 호불호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준비를 철저히 했지만 세상에 내놓을 시점이 되니 불안감이 컸다. 제작자로서 최선을 다했는지, 제대로 완성한 것인가 자문하고 있다. 요 며칠 정신이 없다.”
- 원안이 된 최항용 감독의 단편을 언제 보았는지? 제작은 어떻게 진행되었나.
▶정우성: “7년 전 쯤 처음 본 것 같다. 작품을 보면서 단편이 갖고 있는 질문이 마음에 와 닿았다. 인류에게 물이 중요한데, 달까지 가서 찾으려고 상황이 아이러니했다. 이걸 장편영화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여러 투자/배급사들과 논의를 가졌었는데, 원작(의 변형)에 대한 이런저런 요구가 있었다. 관심과 호기심이 많아질수록 원작이 갖는 아우라를 훼손시키는 것 같았다. 그 때 넷플릭스를 파트너로 만났고, 시리즈로 제작하게 되었다.”
- 절친 이정재가 출연한 [오징어 게임]이 글로벌한 히트를 기록했다. 그 다음 공개되는 [고요의 바다]로 부담이 컸을 것 갔다.
▶정우성: “[오징어 게임]에 동료배우 이정재가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지금도 그런 감정이 이어진다. 그렇다고 흥행의 기준을 [오징어 게임]으로 삼으면 안 될 것이다. 각각의 고유한 매력이 있다. [고요의 바다] 공개를 앞두고 긴장은 된다. 작품을 만드는 사람으로서는 작품 자체로 사랑을 받았으면 한다.”
- [나를 잊지 말아요](2016)이후 두 번째 제작자로 나섰다. 이번 넷플릭스와 협업에서 달랐던 점이 있는지.
▶정우성: “넷플릭스는 작품이 갖고 있는 매력을 중점적으로 생각한 것 같다. 독창성과 다양성을 충분히 존중을 해주니까 처음 생각했던 것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었다. 이런 환경이 계속 유지되기를 바라고, 더 많은 기회가 주어졌으면 한다.”
- 일반적으로 개봉을 준비 중인 작품은 일반 관객들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시사회나 테스트 시사회를 진행하여 관객 반응을 미리 점쳐 보는 과정이 있다. 넷플릭스는 시나리오 검토 같은 프리 프로덕션은 꼼꼼하다. 일반 공개 전에 따로 시사회는 진행되었는지 궁금하다.
▶정우성: “테스트 스크리닝 같은 것은 없었다. 그래서 공개에 대한 긴장감, 선택에 대한 확신이 더 필요한 작업이었다. 어떤 게 좋다 나쁘다고 이야기할 수 없는 과정인 것 같다.”
- 연기자 경험이 제작자로 참여하는데 도움이 된 부분이 있는지.
▶정우성: “배우 경험이 있으니 현장에서 좋은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으니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현장의 언어를 잘 알고,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돌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 순발력 같은 게 있었던 것 같다. 접근방식이 중요하다. 배우의 입장에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면 연기로 바로 결과물이 나오지만, 제작자는 결과물이 나올 때 입증되는 것이니. 그런 차이는 있을 것이다.”
- 기대가 컸는데 막상 공개되고 나서는 혹평이 많다. 불편하겠다.
▶정우성: “한국형 SF로 첫 시도를 하는 것이 많았다. 얼마나 공감을 갖고, 관객을 이끌 수 있을지 생각했다. 어느 정도 호불호에 대한 예측은 했지만 그런 게 더 이슈가 된 것 같다. 관심이 컸기 때문인 것 같다. 무엇이 좋다나쁘다를 떠나 시간이 좀 지나면 프로덕션 과정을 되짚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시즌2’를 하게 된다면, 또 이런 장르를 하게 될 때 긍정적인 작용을 하게 될 것이다.”
- [고요의 바다]에서는 과학적이지 않은 장면이 많다는 지적이 있다. 제작자로서 변호를 좀 하자면.
▶정우성: “저 역시도 제작과정에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원작의 세계관을 받아들인다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인정받을 것으로 생각했다. ‘고요의 바다’가 과학적 근거를 갖고 접근하는 작품이라기보다는 그것이 갖고 있는 세계관에 대한 질문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과학적이라기보다는 철학적인 SF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본질적인 메시지에 초점을 맞췄다.”
- 공유, 배두나 등 주연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
▶정우성: “훌륭하게 해 내셨다. 따뜻함을 가진 지안을 배두나 말고 또 어떤 배우가 연기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완벽했다고 생각한다. 공유는 극에서 반 발자국 뒤에 떨어져서 연기를 펼친다. 포지셔닝을 잘 하신 것 같다. 연기자로서는 엄청난 용기이다. 배우로서 자신의 캐릭터만 보지 않고 작품 전체를 바라보는 시야를 가졌다. 다시 한 번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지안 역을 먼저 캐스팅 했었다. 배두나 배우에 대해 막연한 기대와 느낌이 있었기에 시나리오 건네고 기다렸다. 같은 배우의 입장이어서 조심스러웠다. 강요해서는 안 되니까. 대본을 빨리 이해했고, 참여 결정을 해주었다. 고맙습니다.”
- 최항용 감독의 단편을 장편으로 만드는 작업에서 감독과 작가의 의견을 조율하는 입장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정우성: “비밀입니다. 작업과정에선 그런 일이 없을 수 없다. 반짝이는 단편의 세계를 장편으로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했다. 그 과정에서 이해충돌이 상당했다.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중간에서 난감한 과정도 있었다. 감정적인 접근과 이성적인 절충의 연속이었다.”
- 정우성 배우는 작품 마지막에 목소리 연기로 등장한다. 직접 특별출연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지.
▶정우성: “작품에 꼭 필요했다면 출연했겠지만 이번 작품에서 그런 필요성은 못 느꼈다. 제작과정에서 출연 이야기가 나왔을 때 쓸데없이 시선을 분산시킬 우려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지막에 목소리 출연만 한 것이다.”
- 일반적인 충무로영화가 갖고 있는 흥행에 대한 부담, BP압박 같은 것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우성: “그렇죠. 결과물에 대한 책임이 수익으로 판단된다면 부담감이 상당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더욱 절대적인 완성도에 매달렸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는 것이 큰 책임감으로 적용된 것 같다.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에 동시에 공개된다는 부담감.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 김선영 배우는 정우성씨가 제작하는 작품이라면 계속 나오겠다고 했다.
▶정우성: “작품에 맞는, 개성이 맞는 역할이 있다면 당연히 제의할 것이다. 마음은 고맙다. 그렇다고 어떤 작품이나 제안할 수는 없습니다.” (덕담 같은 질문에 제작자의 마인드가 비치는 답변 같았다)
- 계속 제작자로 나설 것인지. 제작자로서의 계획이 있다면.
▶정우성: “보고 음미할 수 있는 작품,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영화 일을 하며 사람으로서, 배우로서, 감독으로서, 제작자로서 계속 숙제를 하는 것 같고, 도전을 하게 된다. 작업을 즐기면서 해나가는 것이 바람이다.”
- ‘고요의 바다’로 OTT와 만났다. OTT에 대한 생각은.
▶정우성: “[오징어 게임] 이후 확실하게 OTT의 위력을 체감한다. 제작자로서 스트리밍 서비스가 하나의 플랫폼으로 장르 역할을 하겠다고 생각했다. 주류가 되어 모든 것을 다 가져가지는 않을 것이다. 시리즈물이 가지는 매력과 장점이 있다. 극장영화와 OTT가 공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코로나 시대가 극복되고 나면, 팬들은 두 가지 모두를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 이번 [고요의 바다] 작업에서 넷플릭스는 해외 리메이크 조항 같은 게 있었는지. 혹시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된다면 직접 출연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 어떤 배우가 출연하면 어울릴 것 같나.
▶정우성: “할 수도 있겠죠. 직접 출연? 그건 모르겠다. 요청이 온다면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배우가 어울릴지는 모르겠다. 배우들마다 워낙 개성이 다르다. 그렇게만 된다면 재미있고 환영할 수 있을 것 같다.”
- 감독과 주연을 맡은 영화 [보호자]가 완성되었지만 코로나19로 개봉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정우성: “영화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타까운 상황이다. 마냥 기다리기 보다는 뚫고 나가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올해 중반에는 극장개봉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 절친 이정재 배우는 [고요의 바다]에 대해 어떤 코멘트를 남겼나. 이정재 배우가 감독으로 나선 [헌트]는?
▶정우성: “우선 [헌트]는 ‘태양의 없다’ 이후 두 사람이 22년 만에 만난다는 것이 부각되는 것 같다. 저희들은 작품으로 평가를 받아야하니까 기대하고 있다. 촬영현장은 시원했다. 각자 캐릭터를 위해 서로 전혀 배려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다. 이정재 감독이 잘 할 것이다. [고요의 바다] 보고는 조용히 찾아와서 ‘잘 만들었다. 빨리 시즌2 만들어라. 궁금해.’라고 말했다. 같은 창작자니까. 이 작품이 갖고 있는 장점과 내가 이걸 왜 해야 했는지 잘 알고 있기에 응원 많이 해줬다.”
- 올해 활동 계획과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정우성: “[보호자]가 곧 개봉되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싶다. [서울의 봄]도 촬영 준비하고 있다.”
- [고요의 바다]의 판권은 어떻게 되나. OTT 플랫폼과의 계약이 이슈가 되고 있다.
▶정우성: “그런 이슈가 있다는 것 잘 알고 있다. 논의가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된다. (좋은 계약을 위해서는) 그동안 우리가 해 왔듯이 한국의 콘텐츠가 경쟁력이 있고, 매력 있는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황동규 감독의 [오징어 게임]은 10년 만에 만들어졌고, [고요의 바다]도 7년 만에 관객을 만난 셈이다. 제작단계에에서 시간이 지연되기도 하고, 타이밍이 따를 수도 잇다. 그게 작품의 운명이다.”는 정우성이 제작을 맡은 넷플릭스 8부작 [고요의 바다]는 지난 크리스마스이브에 공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