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름은 부유함과 스타일과 권력을 의미하지. 하지만 동시에 저주를 뜻하기도 했어."
구찌라는 브랜드를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화려한 패션 아이템들로 가득한 이 하이엔드 브랜드의 역사에는 놀랍게도 상상을 뛰어넘는 가격과 더불어 상식 이상의 광기가 서려 있다. 2022년 현재, 단 한 명의 가족 임원도 존재하지 않는 구찌가 있기까지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걸까.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감독 리들리 스콧)는 명품 명가 구찌 가문에서 벌어졌던 광기와 욕망의 역사를 다룬다. 가업에 관심이 없었던 마우리치오(아담 드라이버 분)와 파트리치아 레지아니(레이디 가가 분)의 만남으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파트리치아가 구찌 가문의 핵심 멤버들인 알도 구찌(알 파치노 분)와 파올로 구찌(자레드 레토 분) 등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마우리치오와의 순수한 연애를 통해 구찌 가문에 입성한 파트리치아나는 점차 구찌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고 가족을 중시했던 마우리치오의 마음속에 있던 야욕을 건드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마우리치오는 알도와 파올로를 내치고 가문의 정상에 서지만 믿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며 구찌 가문의 광기는 온 세상에 공개된다.
작품을 이끌어가는 핵심 원동력은 배우들의 경이로운 연기다. 파트리치아 역의 레이디 가가를 비롯해 아담 드라이버, 알 파치노, 자레드 레토의 연기는 그야말로 경이로울 정도다. 특히 외적으로도 6시간의 분장을 해야만 했던 파올로 구찌 역의 자레드 레토는 가히 실제 인물 그 자체가 된 모습이다.
이러한 연기력은 실제 구찌 브랜드에 벌어졌던 믿기 어려운 실화를 그대로 스크린에 구현해 놓는 것에 큰 역할을 해줬다. 구찌 가문을 무너뜨린 악녀로 평가받는 파트리치아의 인생을 중심으로 벌어진 사랑과 배신, 그리고 살인까지 구찌 가문의 몰락을 여실히 드러낸다.
더불어 파트리치아가 건너온 인생의 흐름을 통해 1970년대부터의 구찌 패션 키워드의 변화를 보여주는 스타일링이 이목을 사로잡는다. 처음에는 순수한 아가씨였으나 갈수록 욕망에 점철되어 구찌 자체가 되어가는 모습은 패션으로도 분출된다.
그중에서도 극 중에서 톰 포드(리브 카니 분)가 합류한 1990년대의 분위기는 클라이맥스다. 실화로 알려진 마우리치오의 살해 사건이 다가오는 가장 절정의 순간이자 톰 포드가 연출한 구찌의 첫 쇼를 실제 그대로 옮겨온 듯한 패션쇼는 이 작품이 수많은 품은 명장면들 중 하나다.
구찌의 디자인은 빨강과 초록 컬러를 바탕으로 이뤄져 있다. 마치 신호등 색깔과도 같은 이 색은 인간으로서 행동해야 할 때와 멈춰야 할 때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구찌 가문이 몰락한 이유를 보여주는 것만 같다. 그런 의미에서 깊은 역사와 함께 상속되던 신성한 가업이 몰락하는 과정을 그린 마스터피스 '하우스 오브 구찌'는 인간으로 살아가며 가져야 하는 올바른 태도를 되새기게 만든다. 1월 12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