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KBS 1TV [독립영화관] 마지막 상영작은 조창열 감독의 <어게인>이다.
연주(김예은)는 10년째 영화감독의 꿈을 접지 못하고 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을 공들인 시나리오인가.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쓴 시나리오지만 제작사 대표는 “잘 썼지만, 내가 감당할 프로젝트는 아니야.”라고 말한다. 자존심이 상한 채 고향 전주로 내려온다. 어머니(예수정)가 평생 매달린 콩나물국밥집에 머무는 동안 연주는 여전히 영화에 대한 꿈을 잊지 못한다. 그에게 작은 일거리가 주어진다. 마지막 기생이자 예술가였던 허산옥에 대한 미디어아트 프로젝트 연출을 의뢰받은 것. 하지만 여전히 영화의 꿈을 놓지 않은 연주는 주저한다. 그런 사이 어머니가 쓰러지고, 연주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청춘을 돌아보게 된다.
영화 [어게인]은 뮤지컬 영화로 알려졌다. 그런데 올 싱스루 뮤지컬은 아니다. 드라마가 이어지면서 중간중간 인상적인 넘버가 흘러나온다. 오히려 드라마와 그다지 연관이 없는 군무 신의 등장으로 ‘뮤지컬’이라는 느낌이 든다. 영화의 첫 장면, ‘좌절한 채’ 기차로 낙향하는 연주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노래를 부르고, 이어 객석의 사람들이 마치 ‘라라랜드’ 오프닝씬처럼 노래와 군무를 펼친다. 독립영화와 뮤지컬의 만남이라는 흔치 않은 모습을 만나게 된다.
영화감독이 되려는 주인공, 그리고 배경이 전주. 그것도 콩나물국밥집이라니. 이것은 확실히 전주국제영화제용 영화인 듯하다. 근사한 자신의 작품을 만들고 싶어서 노트북 앞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주인공의 모습은 수도 없이 보아왔다. 좌절하든가 성공하든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너무나 식상한 이야기이다 보니 오히려 식당의 운명과 식당 주인 말순(예수정)의 마지막 선택이 궁금해진다. 그런데, 말순이 결정을 내릴 때 뜨악해진다. 여러모로 이 영화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실존인물’인 허산옥을 다룬 작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혀 관계가 없는 것도 아니다. 영화감독의 꿈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결국 청춘의 꿈을 이야기할 것이라는 예상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자료를 찾아보니 이 영화 ‘어게인’은 전주의 아름다운 풍경과 먹거리, 노래가 한데 어우러진 힐링 뮤지컬 영화로 기획됐으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실시한 '2018년 지역특화콘텐츠 개발지원사업'에 선정된 작품이라고 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전주콩나물국밥이 생각나든지, ‘허산옥’이라는 인물을 검색해 본다면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이다.
어쨌든 키보드로 무언가 글을 쓰는 사람, 주연 자리를 꿈꾸는 앙상블 배우, 그리고 어떤 음식의 진한 국물 맛을 찾아내기 위해 연구하는 청춘이라면 같은 고민과 같은 좌절을 겪었을 것이다. “이번에도 실패군. 하지만 다음엔 성공할 거야.”라고 작은 희망의 끈을 놓지 말기를.
김예은은 주인공 연주를 예수정이 어머니 말순을, 안예인이 연주의 동생 민주를, 김소이가 허산옥을 연기한다. 참, 엔딩 크레딧에서 앙상블 배우들 사진을 보여주는 것에서 이 영화가 ‘뮤지컬’이었음을 상기시켜준다.
KBS 1TV 독립영화관 [어게인]은 오늘 밤 1시에 방송된다. 날짜로는 2021년 12월 31일 아니라, 2022년 1월 1일인 셈이다. 한국의 독립영화 감독님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