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밤, KBS 1TV <독립영화관> 시간에는 신연식 감독의 <프랑스 영화처럼>이 방송된다. 이 영화는 작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선보였고, 올해 초 극장에서 아주 잠깐 개봉되었다. 신연식감독 영화답게, 그리고 <독립영화관> 소개영화답게, 그리고, 한국 독립영화의 현실답게 ‘달랑’ 4759명(영진위 통계)의 관객이 들었던 영화이다. “<독립영화관>만이라도 좀 봐주세요. 제발!!!”
신연식 감독은 자신의 영화사 루스이소니도스(Luz Y Sonidos)를 통해 독특한 자신만의 영화를 꾸준히 만들고 있다. <페어러브>(2009), <러시안 소설>(2012), <조류 인간>(2014) 등. <프랑스 영화처럼>은 네 편의 단편을 엮어 만든 옴니버스이다. ‘옴니버스’라면 주제가 같아야할 것인데, 딱히 주제를 이끌어내기는 그렇다.
첫 번째 단편의 제목은 ‘타임 투 리브’(A time to leave)이다. ‘떠나야 할 때’라는 뜻. 어머니( 이영란)가 갑자기 과년한 딸들을 호젓한 펜션으로 불러 모은다. “내가 그동안 모아온 돈, 집, 재산을 모두 처분해서 너네한테 나눠줄 거야.” 그리고는 폭탄선언을 한다. “내가 암이야. 앞으로 사흘 동안 너네들과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는 엄마는 떠날 거야.”라고. 딸들은 갑작스런 엄마의 말에 반신반의한다. 하지만 변호사가 재산분할 서류를 나눠주고, 마지막 날, 간호사가 등장하자 안절부절 못한다. 이 영화는 자녀의 효심을 테스트하는 영화가 아니다. 구질구질한 가정사는 잊고, 사흘간 행복한 듯 살다가, 조용히 안락사 같은 자살을 하려는 여자의 이야기이다. 엄마 역의 이영란을 비롯하여 네 딸 전지윤(포미닛의 멤버였던!), 신지수, 이새별, 이도아가 펼치는 쿨한 임종기(臨終記)는 네 편 중 가장 충격적일 듯.
세 번째 에피소드 ‘리메이닝 타임’ (A remaining time)은 소소한 이야기지만 제일 재미있다. 한국말이 서툰 ‘스티븐 연’과 ‘소이’가 ‘결혼’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면서, 흔한 연애담이 펼쳐진다. 둘은 미국에서부터 사랑했으나 막상 결혼을 앞두고 여자 쪽 아버지가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그때 그들 앞에 ‘기문둔갑’ 점집이 있다. 점쟁이는 용하게도 둘의 사연을 알고, 둘의 운명을 점친다. “두 사람 서로 사랑하지만, 같이 있으면 100일 밖에 못 산다.”고. 이제 ‘이별의 예언에 대처하는 연인들의 자세’를 보여준다. 당신이라면 이 기막힌 점쟁이의 말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유창한 영어와 어눌한 한국어로 이어지는 대사는 개콘만큼이나 재미있다. 인기미드 ‘워킹데드’에 등장하는 스티븐 연이 출연한 한국영화라니. 그가 ‘애’트‘하게’ 연애하고, ‘아끼면 똥 된다’는 주옥같은 대사를 뱉는 것을 들을 수 있다니!
신연식 감독은 자신의 영화를 ‘새로운 배우를 발굴하는’ 프로젝트로 활용해 왔다. 이번 작품에서는 걸그룹 포미닛의 전지윤(첫 번째 이야기), 씨스타의 다솜(두 번째와 네 번째 이야기)과 스티븐 연이 스크린에서 신선한 매력을 펼친다.
신연식 감독 작품은 ‘프랑스 영화처럼’ 매혹적인 것 같고, ‘프랑스 소설처럼’ 흥미롭다. 딱 <독립영화관> 메뉴처럼.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