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연식 감독은 <러시안 소설>, <조류 인간> 등을 통해 자신만의 독보적인 영화 세계를 구축해 왔다. 옴니버스 영화 <프랑스 영화처럼> 역시 감독 특유의 문학적 감수성과 실험적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비록 극장 개봉 당시 많은 관객을 모으지는 못했으나, 독립영화 특유의 신선한 매력과 사유의 깊이는 '프랑스 영화'라는 제목만큼이나 매혹적이다.
영화는 네 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타임 투 리브'는 암 진단을 받은 어머니가 네 딸을 불러 재산을 분배하고 사흘 뒤 안락사를 선택하겠다고 선언하며 시작된다. 구질구질한 가정사 대신 쿨하고도 충격적인 임종을 준비하는 모녀의 모습은 죽음과 삶의 경계를 서늘하게 관조한다. 세 번째 에피소드 '리메이닝 타임'은 가장 대중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결혼을 앞둔 연인이 "함께하면 100일밖에 못 산다"는 점쟁이의 예언을 들은 후 벌어지는 소동극이다. 인기 미드 <워킹 데드>의 스티븐 연과 소이가 보여주는 어눌하면서도 진솔한 대사들은 이별을 대하는 연인들의 태도를 재치 있게 그려낸다.
신연식 감독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배우들의 가능성을 실험한다. 포미닛 출신의 전지윤과 씨스타의 다솜은 기존의 아이돌 이미지를 벗고 스크린 위에서 신선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특히 스티븐 연이 한국 영화에 출연해 "아끼면 똥 된다" 같은 주옥같은 대사를 내뱉는 장면은 팬들에게 선물 같은 순간이다.
각 에피소드는 명확한 하나의 주제로 묶이기보다,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들을 '프랑스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담아낸다. 때로는 낯설고 때로는 지독하게 현실적인 이 이야기들은, 익숙한 상업 영화의 문법에서 벗어나 관객들에게 독립영화만이 줄 수 있는 지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신연식의 영화는 프랑스 영화처럼 매혹적이고, 그 문장들은 프랑스 소설처럼 흥미진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