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 KBS 1TV 독립영화관에서는 2019년 극장에서 잠깐 볼 수 있었던 최헌규 감독의 독립영화 [소은이의 무릎]이 시청자를 찾는다. 집안에 수능시험을 본 학생이 있다면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될 영화이다. 이른바 학생의 실력과 이상이 격차가 있을 때 생기는 괴리감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기에.
소은이는 고3 학생이다. 아파트가 보이고, 논두렁이 보이는 전형적인 지방 소도시이다. 체격으로 보아서는 전혀 운동을 할 것으로 보이지 않지만 소은이는 학교 농구부 선수이다. 그런데 이 학교에는 농구선수가 다섯 명밖에 없고, 그중 한 명이 다리를 다쳐 기브스를 하고 있다. 소은이는 경기에 나가야한다. 코치선생님이 그런다. “왜? 대학 가려고?” 소은이는 “대학 안 갈 거예요. 프로팀 가서 농구할 거예요.”란다. 텅 빈 체육관에서 혼자 드리블과 슬로볼 연습을 하지만 자신의 앞날은 뜻대로 풀리지 않을 것 같다. 소연은 한밤중에 텅 빈 극장을 찾아 우울한 영화를 보다가 자신의 신세가 처량해서인지 운다. 그런데, 그 영화의 주인공 배우(유진)가 객석에 앉아 있다가 흐느끼는 소은이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둘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친구(용식)가 함께 어울리며 서로의 이루지 못한 꿈과 이루고 싶은 꿈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로를 응원한다.
‘소은이의 무릎’은 스포츠영화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학원물, 청춘드라마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언젠가부터 씨가 말라버린 것 같은 청소년 학교모습을 볼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극장에서 만나게 되는 ‘학원물’에는 어김없이 욕을 입에 달고 사는 학생, 동급생을 갈취하는 나쁜 학생, 학생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전혀 관심 없는 듯 한 선생님과 학부모들만 나오는 것 같다. 분명 그 나이의 학생들은 나름의 고민과 고뇌, 내일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있을 것인데 말이다. 적어도 한국영화 속에서 청소년에게 힘이 되어 주는 어른들은 모두 사라진 모양이다.
[소은이의 무릎]에서는 그런 ‘익숙해진 고등학교 교실’ 모습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공부와 성적’은 아니지만 다른 무언가에 꿈을 갖고 달려가는 학생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것은 소은이에게는 농구이며 용식이에게는 패션(디자인)에 대한 열정일 것이다. 그리고, 또 한 명. 이제는 내리막길을 가는 듯 한 여배우 유진에게도 꿈은 남아있을 것이다.
영화 제목에서 연상되는, 소은이가 무릎을 다쳐 농구를 그만 둔다거나 버저 비터를 성공하며 프로팀으로 스카우트되는 결론은 아니다. 어쩌면, 조금 유예된 꿈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소은이는 농구를 할 것이고, 용식이는 패셔니스트가 될 것이고, 유진이는 좋은 배우가 될 것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그리고 조금은 미래의 길이 바뀔지라도 말이다.
박세은(소은), 박성우(용식), 박아인(유진)과 함께 김광현, 오지영, 김호원, 박수연 등이 독립영화에 걸맞은 조용하지만, 꼭 필요한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다. [소은이의 무릎]은 오늘밤 12시 10분 KBS 1TV에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