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코믹스가 이렇게 대전에서 고전을 펼칠 줄이야, 마블이 이렇게 잘 나갈 줄이야 그 누가 알았으리오. 미국 코믹북 시장의 두 거인이 만화책을 뛰어넘어 초대형 극장스크린에 슈퍼 히어로 전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마블’은 그다지 익숙지 않은 만화책 영웅까지 꾸준히 발굴해 내고 있다. 최신 소환자는 ‘닥터 스트레인지’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이 슈퍼히어로의 이름을 알고 있었던 사람이 얼마나 될까. (물론, 마블매니아는 빼고!) 스탠리 큐블릭의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는 알았어도 말이다.
1963년 마블의 아티스트(만화가) 스티브 디코가 마블의 왕, 스탠 리에게 다섯 장 분량의 ‘닥터 스트레인지’ 이야기를 건넨다. 그 때 탄생한 ‘스티븐 스트레인지’는 잘 난 체하는 신경외과의사이다. 자신의 완벽한 외과수술 실력에 무한대의 자부심을 가진 그야말로 밥맛 떨어지는 존재였다. 그런데 어느 날 교통사고로 ‘예술적으로 움직이는 양손’이 그야말로 박살난다. 실의의 나락에 빠진 ‘닥터 스트레인지’는 마지막 치료를 위해 히말라야로 향한다. 신비의 공간, 카마 타지에 유능한 치료사가 있다고. 그곳에서 ‘에인션트 원’을 만나 기 수련(?)과 함께 ‘우주적 비밀’을 알게 된다. 그리고 원하든 원치 않든 마블 최강의 인간이 된 닥터 스트레인지는 지구의 평화와 인류의 존속을 위해 우주적 거악 ‘케실리우스’와 싸우는 슈퍼 히어로 ‘소서러 슈프림’이 된다.
마블 히어로의 공통점은 심각한 인간적 결함을 갖고 있고, 극단적 좌절을 겪은 뒤 슈퍼 히어로로 우뚝 선다는 것이다. 그런데, 스트레인지의 슈퍼 파워는 여타 히어로와는 레벨이 다르다. 현실조작, 포탈생성, 유체이탈, 차원이동, 염력 등 등장하는 단어부터가 범상치 않다. 과학보다는 마법에 가깝다.
스콧 데릭슨 감독의 ‘닥터 스트레인지’는 그런 마법에 가까운 박사의 활약상으로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아이언맨’처럼 단순히 힘이 세다거나, ‘스파이더맨’처럼 날아다니는 것이 다가 아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을 능가하는 ‘차원 뒤흔들기’가 가능하다. 극장에서 만나게 되는 시각적 비쥬얼 혁명은 3D효과에 힘입어 아찔함을 넘어 구토를 유발할 지경이다.
BBC드라마 ‘셜록’과 ‘호빗’의 용가리 목소리 연기까지,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기다려온 팬들에겐 ‘닥터 스트레인지’가 너무나 매력적이다. ‘데드풀’같은 쓰레기 유머보다는 아재개그에 가까운 유머감이 매혹적이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뒤흔들어 놓는 뉴욕 전경을 보면 어벤저스 빌딩이 보인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어벤져스’ 후속시리즈에도 등장할 것이라고 예고해 두었으니 마블이 얼마나 더 판을 벌일지, 얼마나 더 돈을 쏟아 부을지 기대 되고, 걱정도 된다. 우리는 조오련과 바다거북이 중 누가 더 빠를까 고민할 때, 마블 영화 팬들은 닥터가 힘이 센지, 아이언맨이 힘이 센지 입씨름하게 생겼다. 참, 닥터 스트레인지의 망토 패션(Cloak of Levitation)은 진짜 짱이다.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