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이 존재하는 이상 사회는 언제나 모순과 불안으로 이뤄져 있다. 그러기에 미디어나 정치인들의 거짓말에 휘둘리지 않고 어떤 자세로 세상을 명확하게 바라보느냐가 중요하다. 인간이 야기한 혼란을 어떻게 해결하는지는 결국 인간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영화 '돈 룩 업'(감독 아담 맥케이)은 천문학과 대학원생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 분)가 담당 교수인 랜들 민디 박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와 한 혜성이 지구와 직접 충돌하게 된다는 결과를 도출해 내고 지구 멸망을 막기 위해 벌이는 사투가 담겨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들의 사투를 조명한다기보다는 혜성이 지구로 날아오고 있는 6개월의 시간 속에서 미국 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 대처하는 태도에 대해 논한다.
혜성의 심각성을 알고 있는 두 주인공, 케이트와 랜들은 급하게 나사와 정부에 연락해 만남을 요구하게 된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 직접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올리언 대통령(메릴 스트립 분)과 아들이자 비서실장인 제이슨(조나 힐 분)은 혜성 문제에 관해 아무 관심조차 없다. 약 6개월 후에 모든 지구인들이 죽을 것이라는 예언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은 SNS 상에서 연예인들의 결별 기사에 트윗을 하기 바쁘고 연애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만 나눌 뿐이다.
그 누구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을 것을 예상한 케이트와 랜들, 그리고 나사 지구 방위 조정 사무국장인 오글소프 박사(롭 모건 분)는 힘을 합친다. 대통령과 나눈 대화를 발설하면 안 된다는 기밀 조항을 깨고 브리(케이트 블란쳇 분)와 잭(타일러 페리 분)이 진행하는 초절정 인기 프로그램 '더 데일리 립'에 출연해 이야기를 하지만 애석하게도 여전히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결국 믿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패닉이 온 케이트는 생방송에서 "우리는 다 죽을 거야!"라고 폭탄 발언을 하고 스튜디오를 떠나 버리는데 사람들은 그저 그의 모습을 웹상에서 밈(meme)화시키며 조롱할 뿐이다. 그 와중에 케이트의 남자친구는 케이트와의 과거를 기사화시켜 클릭 베이트 기사를 만들고 결별을 선언하기까지 하는 뒤틀린 언론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게 케이트와 랜들이 미시간으로 돌아가 지구 멸망 저지 계획을 포기할 즈음 그들에게 기회 아닌 기회가 찾아오게 된다. 스캔들로 인해 중간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하락한 올리언 대통령이 혜성 문제를 통해 재기를 꿈꾸고 케이트와 랜들에게 손을 내밀게 된 것이다. 그는 올리언 대통령이 인구 멸망 문제에 대해서 한치의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선택지가 없기에 올리언 대통령과 손을 잡고 지구 멸망을 막기 위한 플랜을 진행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미국 사회 내 분열된 정치관으로 인해 정치인들은 서로 혜성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지에 대한 입장으로 나뉘어 서로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망원경 없이도 하늘에서 혜성을 볼 수 있는 시기가 왔지만 '위를 보지 마(Don't Look Up)'과 '위를 봐(Look Up)'로 나뉘어 대립하기 시작하는 사람들의 분열은 현 미국 사회를 그대로 드러낸다. 그 와중에 순수한 신념 하나로 멸망을 막고자 했던 랜들마저도 정부의 힘에 압도돼 타락하게 된다.
'돈 룩 업'은 중심 서사를 이끌어나가는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메릴 스트립 이외에도 아나운서 브리 역을 맡은 케이트 블란쳇, 뻔뻔한 대통령 올리언의 아들 역을 맡은 조나 힐, 유명 팝가수 역을 맡은 아리아나 그란데, 후반부에 등장하는 티모시 샬라메 등 엄청난 캐스팅 라인업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들이 펼치는 호연을 보는 것부터가 일단 큰 볼거리다.
더불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특정한 누군가를 암시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떡밥 또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즐거운 요소들이다. 올리언 대통령의 집무실 책상 위에 올려진 클린턴과의 포옹 사진이 그러한 예다. 미국 사회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스캔들을 암시하는 대사들 등 저급한 탐욕을 지닌 고위층 인간들을 저격하는 듯한 신들도 수차례 등장한다.
영화 '돈 룩 업'은 위를 보지 못하게 하는 자들과 위를 보려고 하는 자들이 만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혼란과 갈등이 담겨 있다. 그만큼 다양한 집단에 대한 신랄한 풍자를 담고 있는 작품이기에 미국 사회에 존재하는 정치적 갈등과 의회, 사법부, 선거 제도가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진입 장벽이 높은 작품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정부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로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혜성이 눈앞에 다가와 실제로 하늘을 보면 반짝이는 걸 볼 수 있는 위치임에도 혜성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무작정 정치인들의 말만 믿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은 무지한 유권자들의 모습과도 같다. 지금 이 사회를 지탱하는 것은 노동자 계급이라고 강조하며 표를 얻는 정치인들의 모습 또한 천박함 그 자체다. 그 결과, 정치인들이 탐욕을 포기하지 못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있었을 때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 피해는 오롯이 고위층의 알량한 거짓말과 달콤한 사기에 속은 일반 시민들에게 돌아갈 뿐이다.
그러기에 '돈 룩 업'은 눈을 뜨지 못하게 만드는 세상에서 제대로 눈을 뜨고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위를 제대로 바라보는 것이라는 아담 맥케이 감독의 일침이 담겨 있다. 편하게 누군가의 말을 믿기만 하지 말고 "제발 너의 눈을 뜨고 위를 쳐다봐!"라는 호된 지적으로 이 세상의 경종을 울린다. 12월 8일 극장 개봉. 12월 24일 넷플릭스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