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극장에서 개봉되는 [나는 조선사람입니다]는 크게 보아 일본 식민지배의 부산물이며, 좁혀보면 남북 분단의 비극이다. 해방이 된 후 일본에 체류하던 우리 민족은 수십만에 이른다. 그들은 고향을 찾아, 모국을 찾아 현해탄을 건넌다. 그런데 건너지 않은/못한 사람들이 더 많다. 그들이 나이 들고, 그들이 일본에서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이른바 재일동포 2세, 3세, 4세, 5세로 이어지며 그들의 정체성은 어떻게 변했을까. 그들의 DNA와 그들의 이데올로기, 그리고, 그 정서를 느낄 수 있는 다큐멘터리가 바로 김철민 감독의 [나는 조선사람입니다]이다. 이 작품은 일본의 조총련 사람들에게 카메라의 초점을 맞춘다.
사전적으로 말해 ‘재일조선인’은 일본 식민 지배의 결과로 일본에 거주하게 된 조선인과 그 후손들을 일컫는 말이다. 일본의 식민 지배 35년간의 뼈아픈 역사를 지나자마자, 그들이 맞닥뜨린 비극은 남과 북의 분단과 계속되는 이념의 대립이었다. 조국의 상황에 따라 일본에 남은 재일조선인 사회는 양분된다. 남쪽을 지지하는 재일대한민국민단(‘민단’)과 북한을 지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이다. 박정희, 전두환 정권기간에 이들을 대하는 시선을 분명했다. 북과 교류하는 ‘총련’계는 국가보안법을 내세워 철저히 외면한 것이다. 그리고 ‘민단’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박정희 독재정권은 국내에 유학 온 민단의 청년들을 체제 강화의 희생양으로 삼았다. 이들을 북한의 지령을 받아 남한에 암약해 온 ‘유학생 간첩단’으로 조작한 것이다. 1975년의 간첩조작사건이 바로 그것. 이들 130여 명의 희생자 중 재일조선인 2세인 강종헌, 이동석, 이철 등이 영화에 등장해 당시를 증언한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일본의 조선인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극심한 차별 속에서 자라왔다. 강해지거나 나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름을 남긴 인물을 숱하다. 최양일 감독의 작품들, 정의신 감독의 <용길이네 곱창집>, (일본감독) 이즈츠 카즈유키의 <박치기!> 등 수많은 작품에서 ‘재일조선인’의 숙명의 길을 만나볼 수 있었다. <나는 조선사람입니다>는 식민과 분단의 증언자로 비극의 역사 한가운데에서 자신의 삶을 숭고하게 지켜가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작품이다. 남과 북 중 하나를 고르라는 강요를 받았지만 남도 북 모두가 내 조국이라고 말한다.
<나는 조선사람입니다>는 김철민 감독이 18년간 지켜본 재일조선인의 모습이 담겨있다. 김 감독은 2002년 금강산에서 청년들의 통일행사를 기록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촬영하러 갔다가 재일조선인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이 재일조선인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2005년부터 일본을 방문하며 재일조선인들의 모습을 꾸준히 담았다.
혹시 #재일조선인 #한통련 #조총련 #간첩조작사건 #재특회 #자이니치 이런 것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다큐멘터리를 보기를 권한다. 한반도를 짓밟고 찢어놓은 잔인한 역사의 고통이 얼마나 지속되고 있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제12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한 <나는 조선사람입니다>에는 일본의 차별정책에 맞서 싸워야했고, 남과 북의 대립의 직접적 피해를 고스란히 받아야했던 그들의 이야기가 아프게 담겨 있다.
▶나는 조선사람입니다 감독: 김철민 개봉:2021년 12월 9일/ 12세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