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나 페란테의 소설 그리고, HBO드라마 <나의 눈부신 친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패전국으로 살기 어려웠던 이탈리아 나폴리를 배경으로 라파엘라 세룰로와 엘레나 그레코의 눈부신 우정과 빛나는 성장담을 담은 작품이다. ‘나의 눈부신 친구’를 보고 나면 그 시절의 나폴리에 대한 애틋한 감상을 갖게 될지 모른다. 그런데, 딱 그 정서의 영화가 넷플릭스에서 나왔다. 지난 1일 ‘일부’ 극장에서 선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신의 손’(원제: E STATA LA MANO DI DIO/ The Hand of God)이다. ‘일 디보’, ‘그레이트 뷰티’, ‘유스’ 등 확실한 자신만의 영상미학을 보여주고 있는 이탈리아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작품이다. 영화는 1980년대의 이탈리아 나폴리로 관객을 데려간다.
영화 제목으로 쓰인 ‘신의 손’은 축구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였던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와 관련이 있다. 1986년 멕시코에서 열린 FIFA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는 잉글랜드와 8강전에서 맞붙는다. 이날 경기에서 마라도나의 첫 골은 핸들링 반칙이었다. 그러나 골로 인정이 되었고, 그날부터 ‘신의 손’이라는 명예로운, 혹은 불명예의 타이틀이 따라붙게 된다. 그럼, 도대체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이 영화와 마라도나는 무슨 관련이 있는가. 영화의 관람 포인트이기도 하다.
● 이투마마와 마라도나
영화는 나폴리의 평범한 파비에토 스키사 집안(가족, 친척)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폴리의 평범한 집안이란 ‘어느 시점’ 우리나라의 대가족 모습과 비슷해 보인다. 일가친척이 활발하게 오가며 핏줄의 정을 알던 시절 말이다. 그런데, 이탈리아는 한국보다 열정적이고, 개방적이고, 선진(?)적이다. 적어도 파비에토의 일가친척들은 말이다. 그해, 열일곱 살이 되는 파비에토 스키사는 이제 막 첫사랑을 할 나이이다. 하지만 아직은 축구가 더 좋다. 아니, 이 동네 사람들은 모두가 축구에 열광한다. 나폴리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문에 흥분하고 있다. 마라도나가 나폴리 팀으로 이적할지 모른다는. 과연 마라도나가 이 동네로 올 것인가.
파비에토(필리포 스코티)의 친척들은 서로의 가정사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 이모 파트리치아(루이사 라니에리)가 남편에게 두들겨 맞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있고, 아빠가 누구와 바람을 피웠는지도 알게 된다. 친척들이 보트를 타고 나폴리 앞바다에서 수영을 할 때, 이모 파트리치아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친척들 앞에 누워 있는 이유도 다 안다.
마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이투마마’ 같은 소년의 성장담은 행복했던 가족의 비극으로 이어진다. 마라도나가 나폴리로 이적해서 그라운드를 누빌 때 파비에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그리고 소년 파비에토는 ‘파트리치아’가 아니라 뜻밖의 여인에 의해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하게 된다.
영화는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란다. 아버지 어머니가 가족별장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세상을 떠난 것도, 친척들의 이야기도, 그가 영화감독이 된 것도 모두 나폴리에서의 경험이란다. 소렌티노는 원래 부모님과 시간을 보냈어야 했지만 마라도나가 나폴리에서 경기를 하는 날이었고, 소렌티노는 생애 처음으로 혼자 집에 남아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마라도나를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재앙은 소렌티노를 피해갔다고. 그리고 그는 영화감독이 된 것이다.
소렌티노 감독은 자신의 특별한 기억, 가족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것이다. 그런 기억을 되돌리는 것은 고통스러웠을지 모른다. 하지만 감독은 “때로는 기억을 기록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어서라기보다는 더 밀접한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게 되니까. 자신의 문제에 대한 영화를 만든다면 적어도 일부 문제는 잊어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한다.
지난 5일 일부극장에서 개봉된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영화 ‘신의 손’은 1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눈부신 성장드라마이다. 나폴리와 마라도나에서 저 멀리, 한국의 넷플릭스 관객은 나폴리의 소년보다 이모의 눈부신 나신에 사로잡히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