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무로의 야생동물’ 김기덕 감독이 22번째 장편 영화 ‘그물’을 내놓았다. 1996년 ‘악어’로 데뷔한 이래 20년 동안 쉼 없이 파격적인 작품을 던져온 그지만, 이번 작품은 이례적으로 ‘15세 이상 관람가’라는 순한 등급을 받았다. 늘 따라다니던 가학성이나 윤리적 논쟁 대신, 영화는 남북 관계라는 거대한 그물에 걸린 개인의 비극을 직설적으로 응시한다.
주인공 철우(류승범)는 북한에서 아내와 딸과 행복하게 살던 평범한 어부다. 평소처럼 쪽배를 타고 나선 바다에서 스크루에 그물이 걸리는 사고가 발생하고, 배는 통제 불능 상태로 남한 영해까지 떠내려온다. 그를 맞이한 것은 남한의 국정원이다. 인간적인 기관원(이원근)과 그를 간첩으로 몰아세우는 조사관(김영민) 사이에서 철우는 오직 가족이 있는 북으로 돌아가겠다고 절규한다. 국정원은 그를 명동 번화가에 풀어놓으며 자본주의의 화려함으로 유혹하지만, 철우는 남한의 실상을 보지 않으려 눈을 감아버린다.
영화는 단순하고 명확한 구조를 띤다. 사상적 전향을 강요하는 남한과, 귀환한 그를 다시 간첩으로 의심하며 남쪽에서의 행적을 추궁하는 북한의 안전보위부. 남북의 체제 경쟁과 사상적 경직성은 표류 어부라는 희생양을 통해 희화화되면서도 날카로운 일침을 가한다. 류승범은 남한의 선물을 거부하고 하얀 속옷만 입은 채 북으로 돌아가는데, 이는 과거 판문점에서 벌어졌던 이데올로기 퍼포먼스를 연상시키며 인민의 비애를 극대화한다.
철우의 선택은 최인훈의 소설 ‘광장’을 떠올리게 한다. 남과 북 어디에서도 안식처를 찾지 못한 개인의 파멸은 1960년대의 문제의식이 여전히 유효함을 증명한다. 남북의 대립이라는 낡은 그물은 2016년에도 여전히 개인의 삶을 옥죄고 있으며, 김기덕 감독은 특유의 거친 미학을 걷어내고 그 비극적 현실을 담담하게 폭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