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계상 주연의 영화 [유체이탈자]가 지난 24일 개봉이후 꾸준히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고 있다. 윤재근 감독은 [선물](2001)의 스크립터를 시작으로 꽤 오랫동안 충무로 현장을 지켜온 영화인이다. 2011년 [심장이 뛴다]로 감독데뷔를 했지만 두 번째 작품을 내놓기까지는 또 10년을 기다려야했다. 다행스럽게 오랜 시간을 갈고닦은 시나리오가 빛을 발했다. ‘유체이탈자’는 따라잡기 힘든 설정과 받아들이기 어려운 비밀이 산재한 영화이다.
‘유채이탈자’의 주인공은 ‘윤계상’이다. 영화의 시작은 교통사고 현장. 사고의 충격인지 윤계상은 차 옆에 주저앉아 멍한 상태이다. 차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낯설고, 병원에 실려 간 뒤에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 자신의 지갑에 든 출입카드로 찾아간 집. 나는 누구이고 여기는 어디이지? 카페에서 또 다른 상황과 마주친다. 거울에 비친 모습은 또 다른 사람이다. 순간순간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상황들, 그리고 한 여자! ‘그런 식으로 수상한 패거리와 비밀스러운 장소에 내던져져서는 몇 번의 아찔한 상황을 겪은 후에 자신이 12시간마다 정체(얼굴)가 바뀐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 식으로 실마리를 쫓아, 자신의 진짜 정체와 기억 속의 여자를 만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모든 사람들이 찾고 있는 ‘강이안’이 자기인지, 자기가 쫓는 ‘문진아’와는 도대체 무슨 관계인지.
영화 ‘유체이탈자’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메멘토]와 뤽 베송의 [루시], 그리고 (좀 오래된 영화지만) 1999년 홍콩영화 [슬로우 페이드]의 혼란한 상황을 영리하게 믹싱한 미스터리 스릴러이다. 관객은 영화 첫 장면에서부터 혼돈에 빠진 윤계상과 함께 여정을 떠난다. 그의 외모가 왜 바뀌는지? 아니면 왜 그렇게 인식하는지, 그리고, 12시간마다 바뀌는 과학적인/합리적 근거를 추론하기 위해 뇌세포를 풀가동한다. 그리고 경찰도 국정원도 아닌 정체불명의 요원들이 룸살롱 악당들과 뒤섞인 상황에서 뭔가 비밀스러운 뒷거래가 이뤄지고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혼돈상태에 빠진 윤계상의 정체성 찾기는 여러 인물이 뒤섞인 채 진행된다. 윤계상의 몸뚱이 역할을 하는 악당들과, 적절한 순간 등장하는 조력자 박지환, 그리고 임지연이 연기하는 문진아라는 주요역할로 영화를 끝까지 쫓아가게 만든다. 박용우의 빌런 연기도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이다.
영화의 비밀, 설정은 다소 맥이 빠지기도 하지만 요즘 주목받고 있는 '뇌의 신비'와 '화학합성물의 위험성'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흥미로운 설정이다. 윤계상의 1인7역이라기보다는 7인1역의 윤계상 쫓아가기이다. 이 흥미로운 이야기에 할리우드가 관심을 보일만했다. 메멘토와 존윅의 만남이라니! 그리고 영화를 다 본 뒤에 이 영화의 영어제목, ‘Spiritwalker’가 참 잘 지은 제목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영화리뷰 #박재환 KBS미디어
▶2021년 11월 24일 개봉/15세관람가 감독:윤재근 출연: 윤계상,박용우,임지연,박지환,유승목,이성욱,서현우,이운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