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토) 대만에서는 제58회 금마장 영화시상식이 열렸다. 중국이 요즘처럼 영화산업의 규모를 할리우드만큼 키우기 전까지는 ‘홍콩’ 금상장과 ‘대만’ 금마장이 중국어권의 양대 영화제로 명성을 떨쳤었다. 중멍훙(鍾孟宏) 감독의 [폭포]가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이날 시상식에 남우주연상은 장진(張震/장쩐)에게 돌아갔다. 최근 할리우드 영화 [듄]에서 닥터 유에 역으로 나왔던 장진은 오래 전 데뷔작 [고령가소년살인사건](1991)을 시작으로 몇 차례 금마장 후보에 올랐지만 번번이 수상은 불발에 그쳤었다. 이번에 다섯 번째 만에 수상의 영광을 누린 것이다. 장진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펄쩍펄쩍 뛰었다. 장진에게 무한한 기쁨을 안겨준 영화는 [집혼](緝魂/The Soul)이다. 넷플릭스에 [영혼 사냥]이라는 제목으로 공개되었다.
영화는 지금부터 10년 뒤, 2032년을 배경으로 한다. 저 멀리 타이베이 101타워가 바라보이는, 거대기업 왕스충 회장의 대저택에서 괴기스러운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수사가 시작된다. 사건은 간단해 보인다. 회장의 아내는 1년 전 자살했고, 회장은 그 집에 간호사로 들어온 이롄과 재혼한다. 엄마의 죽음에 의문을 품던 아들이 아버지를 잔인하게 죽였다는 것이다. 증거와 정황이 모두 이러한 치정살인극의 전모를 알려주는 듯하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더 깊은 내막이 있다. 왕스충 회사에서는 인간의 RNA복원기술을 이요, 생명을 연장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실험의 부산물, 혹은 부작용으로 다른 사람의 신체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이제, 사랑과 증오, 욕망은 인간생명의 연장과 함께 끝없이 이전하게 된다.
장진은 살인사건과 그 뒤에 도사린 거대음모를 파헤치는 검찰관으로 나온다. 현재 그는 암이 급속도로 악화되며 머리카락이 다 빠질 정도이다. 경찰인 아내와 함께 왕회장 죽음의 미스터리를 파헤친다. 장진은 3개월만에 13킬로를 감량하고, 삭발투혼을 펼친 덕분에 금마장을 손에 쥐게 된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 최근 두 작품이 연상된다. 하나는 김지운 감독의 애플TV+ 작품 [닥터 브레인]. 또 하나는 윤계상의 [유체이탈자]이다. 물론, 이들 작품 말고도 ‘뇌 과학’의 탈을 쓴 SF영화는 많았다. [닥터 브레인]은 뇌파를 연결, 타인의 기억을 고스란히 다운받는다는 설정이다. 사람도, 생물도, 산 자도, 죽은 자도. 기억만 다운받는 것이 아니라, 그 능력까지 고스란히 체화하게 된다. [유체이탈자]는 한 발 더 나아간다. 기억이든, 영혼이든, 인식이든 숙주를 옮겨 다닌다는 것이다. 대만영화 [영혼 사냥]에서는 ‘RNA복원기술’이라는 첨단의료기술을 선보인다. 방식은 [닥터 브레인]과 유사하다. 두 사람의 뇌를 이어, 뭔가를 전달받는 방식이다. 그럼, 이 사람은 저 사람이 되는 것이다. 가능하냐고? 영화이고, 2032년이 배경이다!
[영혼 사냥]에서 장진의 아내 역으로 나온 배우는 장균녕(張鈞甯/장쥔닝)이다. 아마도 가장 눈길을 끄는 배우는 회장의 저택에 들어왔다가, 회장 와이프가 되는 리옌 역의 순안커(孫安可)라는 배우일 듯. 중국 길림성 출신의 이 배우는 이번 작품에서 대담한 연기를 펼친다. 그 대담한 연기 때문에 중국에서 개봉될 때 6분이 삭제된다.
단순한 재벌집 치정극으로 끝날 것 같은 이야기가 ‘랑종’ 같은 악몽의 주술이 더해지고, 시대를 앞서가는 메디컬 기술이 펼쳐지더니, 동성애 소재까지 추가된다. 이 놀라운 잡탕극은 결국 ‘사랑과 헌신’으로 마무리된다. 관객들은 마지막 한방에 놀라면서 웅성대게 된다. “그래서 누가 누구인가?”라고. 어쨌든 영화를 끝까지 보게 하는 재미가 있다. 대만영화계는 이런 주술과 치정의 드라마를 가끔 내놓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