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지만 그것이 실수라는 정의를 넘어서는, 다른 이들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과오가 되는 순간 인생은 되돌릴 수 없는 방향의 소용돌이로 끌려들어간다.
영화 '언포기버블'(감독 노라 핑스체이트)은 20년의 수감 생활을 거쳐 가석방된 루스 슬레이터(산드라 블록 분)이 사회에 다시 적응하려 하지만 차가운 현실에 부딪히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어릴 적 헤어진 여동생의 흔적을 쫓는 과정을 통해 인간이 과오를 마주해나가는 과정을 그려나간다.
루스는 경찰을 쏜 죄로 감옥에 들어갔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여동생과 둘이서 집을 지키던 그들은 퇴거 명령을 받게 되고 진압하러 온 경찰이 총을 맞는 사건이 발생하게 됐다. 이후 엄청난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된 루스의 인생은 되돌아올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버린다.
석방이 된 루스는 교도소를 나오는 길에 담당관으로부터 다시 감옥에 들어오지 않기 위한 규칙들을 듣는다. 마약, 술, 나이트 클럽을 멀리 하고 피해자 가족에게 연락을 하지 않는 등 다양한 규칙들을 듣는 그의 눈은 그저 공허함으로 가득할 뿐이다. 범죄자 동료들이 가득한 숙소에 도착해서도 "경찰 살해범"이라고 말하는 의문의 전화를 받고는 패닉에 빠진다.
그는 여동생을 찾기 위해 자신이 예전에 머물던 집에 가지만 새로운 가족이 살고 있다. 그는 경찰이 총을 맞던 순간을 기억해내고 트라우마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 사람들도, 그리고 과거의 기억까지도 그를 옭아매는 과오의 그림자일 뿐인 현실에서 다시금 도망치듯 그 자리를 떠난다.
한편, 극중에는 그의 과오로 인해 희생된 피해자들의 가족 또한 등장한다. 루스가 출소했다는 소식을 듣고 피해자였던 경찰의 아들들은 루스가 20년형밖에 살지 않았다며 분노한다. 그의 가정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 무너졌고 그것을 견디기 힘들었던 형은 루스를 습격하자는 제안을 하지만 동생은 사고치지 말라고 만류한다. 이미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그는 자신이 얻은 안정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형제는 결국 루스의 뒤를 밟게 되고 그가 찾으려는 여동생의 존재도 알게 된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똑같은 아픔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 그의 여동생을 노리게 되며 루스와 피해자 가족간의 대립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금씩 더 큰 어둠을 만들어나간다.
작품은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들의 입장을 다룬 이야기를 너머 인간으로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묻는다. 어떠한 삶의 구렁텅이에 떨어졌을 때, 예상치 못했던 마찰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인생이 눈앞에 펼쳐졌을 때 어떠한 선택을 내려야 하는지 제시한다.
루스의 여정은 평범하지 않다. '경찰 살해범'이라는 딱지를 붙인 채로 모든 사람들을 적으로 둔 채 여생을 살아야 하는 그의 삶은 어쩌면 끝이 정해진, 해피 엔딩이란 없는 삶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인생을 마주하는 태도는 단단해야 한다. 이 모습은 파격적인 반전이 담긴 결말을 맞이함에도 변하지 않는 메시지다. 가해자에게도, 피해자에게도, 그리고 가해자가 되길 선택한 피해자에게도 인생에는 공평한 저울이 적용되지 않지만 그것을 마주하며 나아가야만 한다. 11월 24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