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영 감독 CJ ENM
독립영화 '비치온더비치'(2016), '밤치기'(2018), '하트'(2020) 등을 통해 '발칙하거나 건강한 여성의 사랑과 욕망'에 대한 담론을 펼쳐온 정가영 감독이 전종서와 손석구라는 핫한 배우를 캐스팅하여 다시 한 번 '발칙하거나 건강한 여성의 사랑과 욕망'에 대한 담론을 펼친다. 24일 개봉된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는 데이팅 앱을 통해 만남 전종서와 손석구가 '발칙하거나 건강한 사랑과 욕망'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정가영 감독에게 그 속사정을 들어보았다.
Q. 우선, 정가영 감독은 연기도 잘한다. 그런데 이번 영화에는 출연하지 않는다.
▶정가영 감독: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냉면집 신에서 소주 갖다 주는 사람으로 나오려고 했는데 내가 등장하면 안 되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마음을 접고 다음에 출연하자 생각했다. 어쨌든 이번 영화에는 출연하지 않습니다.”
Q. 시나리오 집필 과정을 좀 소개해 달라.
▶정가영 감독: “'비치온더비치'를 찍은 뒤 차기작을 계약하며 상업영화를 해보자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때부터 데이팅 앱을 소재로 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잘 안 풀리고 계속 거절당하고, 그렇게 발전되어 지금의 '연애 빠진 로맨스'가 완성되었다.”
'연애 빠진 로맨스' CJ ENM
Q. 데이팅 앱은 처음부터 주요 소재였나.
▶정가영 감독:“처음엔 섹스 파트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만남의 경로를 찾다보니 ‘데이팅 앱’을 이용하더라. 흥미롭다고 생각했고 중점적으로 다루게 되었다. 그런 경로 자체보다는 어떤 사람들이 어떤 느낌으로 만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았다.”
Q. 이야기를 펼치면서 나름 수위조절은 하였는지.
▶정가영 감독: “극의 수위를 조절하는 것은 독립영화 할 때부터의 고민거리이다. 하지만 발칙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기에 누군가는 영화를 보고 불편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 '연애 빠진 로맨스'는 상업영화이다 보니 그런 고민을 더 많이 한 것 같다. 아이디어를 쏟아 부었고, 의견을 많이 듣고 작품에 반영하려 했다. 완성된 작품을 보니 균형을 잘 맞춘 거 같다.”
Q. 캐릭터 이름에 대해, 특별한 작명의 미학이 있었는지.
▶정가영 감독:"박우리. 함자영. 내가 생각해도 잘 짓지 않았나요. 실제 그런 이름 갖고 있는 분들도 있다. 이름으로 관객에게 큰 웃음을 주고 싶었다.“
'연애 빠진 로맨스' CJ ENM
Q.함께 작업한 전종서, 손석구 배우는 어땠나.
▶정가영 감독: "전종서 배우는 '버닝'과 '콜'에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제 영화에서 발칙한 캐릭터를 연기해주시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생각했는데 시나리오에 관심을 가져주었다. 정말 똑똑한 사람이다. 또 인간적이면서도 여린 면이 있더라. 전종서 배우의 잠재된 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손석구 배우는 섹시하면서도 개구쟁이 같은 모습에 호기심이 갔다. 캐릭터에 착 달라붙는 연기를 잘 해주셨다.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때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편하게, 애정이 가게끔 해주었다.“
Q.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비교하자면.
▶정가영 감독: “확실히 다른 부분이 있었다. 예산이 많이 들어가고 수많은 기술력이 따른다. 상업영화를 하며 그런 환경을 누릴 수 있었다. 내가 공부하지 못했던 것을 전문가들이 세심하게 신경 써준 게 많았다. 할 수 없었던 건 내가 식당아줌마 역할을 못한다는 것. 사실, 독립영화 할 때는 작업환경이 나의 세계이다. 거리낄 것 없는 나만의 왕국의 왕이다. 그때는 영화에 대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이번에 상업영화를 해보니 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요즘 더 욕심이 나고,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연애 빠진 로맨스' CJ ENM
Q. 혹시 1주일 먼저 개봉된 조은지 감독의 [장르만 로맨스] 보았는지.
▶정가영 감독: “개봉 다음날 보고 조은지 감독에게 티켓 인증사진도 보냈다. 너무 재밌었다. 류승룡 배우가 하는 게 애드립인지 아닌지 생각이 드는 그 지점에서 빵빵 터졌다. 고생 많이 하셨고, 재밌었다고 이야기 해드렸다. 그 영화도 제목이 ‘로맨스’이고 코미디 장르이다. 우리 영화도 그 지점이 비슷하다. 요즘 관객들이 목말라하는 이야기인 것 같다.”
Q. 감독님은 줄곧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 어릴 때부터 연애와 성(性)에 관심이 많았는지.
▶정가영 감독: “반장이었다. 애들 모아놓고 각자 좋아하는 애 말하라고 그랬다. 누가 누굴 좋아한다는 그런 마음에 관심이 많았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고 있고, 그렇게 영화를 찍고 있네요.”
Q. 전종서, 손석구 뿐만 아니라 조연배우들까지 연기 앙상블이 빛난다.
▶정가영 감독: “정말이지 주옥같은 조역들이 잘해주셨다. 같이 작업해 보고 싶었던 배우들과 영화를 찍어 기쁘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말맛을 잘 살려주어 만족한다. 특히 잡지사 편집장을 연기한 김재화 배우에 대해서는 감탄할 정도이다. 테이크를 갈 때마다 다른 버전의 연기를 펼쳐놓았다. 긴 대사를 잘 살려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다. 그리고, 원래 말을 재밌게 하는 사람을 캐스팅하는 편이다. 영화를 보다가 말이나 억양이 재밌다 싶으면 저장해두었다가 시나리오를 보여드린다.”
'연애 빠진 로맨스' CJ ENM
Q. 전종서 배우가 연기하는 ‘자영’ 캐릭터에 대해서는 어떤 구상을 했었나. 전종서 배우와 캐릭터 분석에 이견이 좀 있었던 것 같았는데.
▶정가영 감독: “자영은 요즘 말로 자존감이 조금 덜한 캐릭터이다. 그걸 찾아가는 인물로 그렸다. 혼란스럽지만 자기중심이 확실한 사람으로 나아가는 인물이다. 그 점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 많이 했다. 촬영이 1/3 쯤 진행되면, 페이스가 배우에게 넘어간다. 작품 속 캐릭터가 배우에게 입혀지는 것이다. 전종서가 생각하는 함자영 연기를 하게 된다. 착 달라붙어서. 그런 자영이가 더 좋게 느껴지더라.”
Q. 줄곧 독립영화를 찍어오다가 이제 상업영화를 찍었다. 상업영화를 찍으면서 두려움이 컸는지, 아니면 도전의식이 컸는지. 부담이 되었다면?
▶정가영 감독: “두려움은 없었다. 어쨌든 돈을 벌어야하니. 상업영화에 뛰어들 마음은 언제나 갖고 있었다. 내가 가진 깜냥보다는 주위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아무래도 흥행 성적이 가장 부담이 되는 것 같다. 아직까지는.”
Q. 준비 중인 작품이 있는지.
▶정가영 감독: “차기작은 봄바람 영화사랑 할 것 같다. 열심히 회의를 하고 있는데 아직 나온 것은 없다.” (스타일은 변함없고?) “사랑 가지고 징징대는 작품을 할지는 모르겠다. 느와르, 공포, 호러를 너무 좋아해서 그런 것을 할지 한참 고민 중이다. 그런 단계이다.”
Q. 손석구 배우가 최근 단편영화 연출을 했다. 혹시 촬영장에서 조언 같은 건 했는지. 응원 겸 한 말씀 부탁드린다.
▶정가영 감독: “손석구 그 분도 본인이 배우이다 보니 배우와 소통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영화 찍을 때 계속 이야기 나누고, 회의하고 소통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확실히 배우가 감독을 할 때 편하게 하는 지점이 있다. 잘하실 것이다. 한번 재미 붙이면 빠져나오기 힘들 것이다. 응원합니다. 경쟁감독이 되나?”
'연애 빠진 로맨스' CJ ENM
Q. 1990년대에 태어난 젊은 감독들이 상업영화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정가영 감독: “제 또래, 그리고 이후 세대가 등장하고 있다. 저희가 자라온 환경이 영화의 소재로 많이 적용되고 있다. 반가운 현상이다. 재기발랄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 기대된다.”
Q. [연애 빠진 로맨스]가 관객에게 어떤 영화가 되었으면 하는지.
▶정가영 감독: “이 영화를 보고 썸 타고 싶다든지, 누군가와 술 마시며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드는 영화가 되었으면 한다. 영화를 보신 분이 민망하다는 평도 있지만, 생각보다 오픈된 작품이다. 많이 추천해 주셨으면 한다.”
어떤 장면이 가장 민망한가라고 묻자 “아무래도 첫 장면이 조금 그런 것 같습니다.”라고 답한 정가영 감독. 계속 이런(?) 작품을 만들면 이미지가 굳어질 것이라는 걱정은 없는지 묻자 “제게 이미지라는 게 있나요. 술 좋아하고, 연애 좋아하는 것 맞아요. 염려 없어요."란다.
감독도, 배우들도 확고한 신념과 의지로 완성한 섹시코미디로맨스 [연애 빠진 로맨스]는 어제(24일) 개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