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이창동 감독의 [버닝]에서 미스터리한 여자 해미를 연기한 전종서는 데뷔작으로 칸느 레드카펫을 밟았다. 이어 [콜]에서의 끔찍한 역할로 영화팬에게 강인한 인상을 남겼던 전종서가 정가영 감독의 신작 ‘연애 빠진 로맨스’에서 출연했다. 정가영 감독은 ‘밤치기’, ‘비치온더비치’처럼 제목만으로도 불온(!)한 영화를 만들어온 독립영화계의 숨은 보석이다. 전종서를 만나 연기와 연애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는 막 남친에게 이별을 통보받은 여자 함자영(전종서)이, 잡지에 섹스컬럼을 연재하는 남자 박우리(손석구)를 데이트 앱으로 만나 원나잇도 아니고, 연애도 아니고, 밀당도 아닌 ‘연애 빠진 로맨스’를 펼친다는 이야기이다.
Q. 영화 재밌게 봤다. 시나리오 처음 받고는 조금 당황했을 것 같은데. 어땠는지.
▶전종서: “조금 당황했었다. 시나리오가 재밌다고 느꼈다. 출연 결정하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거침이 없고, 발칙하고, 솔직하고, 단순한 것이 끌렸다.”
Q. 정가영 감독은 전종서 배우의 어느 점이 마음에 들어서 캐스팅한 것 같은가.
▶전종서: “이야기를 해 주시지 않아서 알 수는 없다. 나와 비슷한 부분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을 것이다. 확실히 그렇지 않은 부분이 더 많다. 영화 속 자영이와 어느 정도 교집합이 있었던 것 같다.”
Q. 이전에 로맨스 장르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어떤 부분이 마음을 움직였나.
▶전종서: “로맨스 장르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조심스럽고 부담스러운 장르라고 생각했다. 나의 적나라한 모습이 드러나는 것 같은 장르 같았다. 마치 가장 옷을 입지 않은 장르 같다고. 너무 낯간지러울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로맨스를 만나게 되었다. 나도 로맨스 장르를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시나리오가 있다면 다른 형태로도 해보고 싶다.”
Q. 자영이란 캐릭터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캐릭터의 매력이 있다면.
▶전종서: “자영이를 연기할 때 조금의 차이로 옛날 코미디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관객이 보기엔 촌스럽게도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선배가 잘 이끌어 주었다. 캐릭터의 매력이라기보다는 시나리오 자체가 재밌었다. 대사가 발칙했고, 엉큼한 무언가가 있었다.”
Q. 배우 본인과 닮은 점이 있다면?
▶전종서: “장난기?”
Q. 정가영 감독의 전작을 보셨는지. 어떤 느낌이 들었나.
▶전종서: “단편영화 자주 보니까. 시나리오 받고는 정가영 감독 작품이란 걸 알았다. 전작들과 통하는 어떤 가치관 같은 게 있었다. 통통 튀는 매력이 확장된 것 같았다.”
Q. 영화에는 술 마시는 장면이 많다.
▶전종서: “술 마시는 것 싫어한다. 할 말도 없고.. 불편한 자리이다. 그래도 술자리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뭔가 용기가 필요하거나 그런 경우. 그런 일상의 술자리를 생각하면서 연기한 것이다. 술 마시는 장면에서 사용된 술은 물과 옥수수수염차 같은 것이었다. 손석구 배우님도 술을 안 드신다.”
Q. 독립영화로 자신의 컬러가 확실한 정가영 감독 작품에 출연했다. 다른 감독님과 비교할 때 감독님의 연출 스타일이 자신의 연기에 미치는 차이가 있었는지.
▶전종서: “감독님의 연출스타일은 다 달랐던 것 같다. ‘버닝’의 이창동 감독님은 배우들을 풀어두는 스타일이었다면, 정 감독님은 묶어두는 스타일이었다. ‘이렇게 이렇게 해주세요’ 말로 하면 잘 모르겠는데, 화면을 보면 알겠더라. 직감적으로 본능적인 분이었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Q. 손석구 배우와의 연기호흡은 어땠나.
▶전종서: “연기하면서 케미가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얽매이지 않으려고 장난도 많이 쳤고, 리허설도 많이 했었다. 대화를 많이 나누고, 말도 많이 주고받으면서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익혔다. 표정도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다.”
Q. 촬영하면서 NG가 제일 많이 나온 장면은 무엇인가.
▶전종서: “전 남친 결혼식에 가서 몰래 보는 장면. 감독님은 눈물을 흘리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고, 나는 (그런 상황에서) 눈물이 안 날 것 같았다. 그 자리에 가는 것도 싫은데. 저 사람 때문에 아파하는 순간이 파노라마 같이 지나가면서 나를 한 번 돌아보는 찰라가 있을 것 같았다. 그 장면에서 NG라기보다는 그런 느낌의 차이 때문에 테이크를 많이 갔었다. 우는 것과 울지 않는 것 중 어느 게 어울리는지 찾기 위해 테이크를 많이 간 것 같다. (전종서 배우라면?) 나라면 결혼식장에 안갈 것 같다. 만약 가게 된다면 상처를 많이 받고 돌아올 것 같다.”
Q. 전종서 배우는 연기생활을 하며 들은 최고의 조언이나 팁이 있었다면.
▶전종서: “애가 왜 이러냐 정신 좀 차려라. 이런 말들을 많이 듣고 자랐다. ‘못 말리겠다’는 그런 말이 상처가 되기도 했다. 저를 허용해준 것이 영화였다. 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 것이 영화였다. 영화는 모든 것을 허용해준 것 같다. 영화가 나를 다잡아준 것 같다.”
Q. 차기작은? 앞으로 해 보고 싶은 장르나 영화가 있다면.
▶전종서: “아마 내년에 바쁘게 지낼 것 같다. 해보고 싶은 것은 인공지능에 관한 영화를 해보고 싶어요. 하하하“
Q. 할리우드 작품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에 출연했다. 앞으로 해외 활동 계획은?
▶전종서: “해외활동도 계속 하고 싶다. 좋은 작품이 있으면 오디션을 볼 것이고. 그만큼 많은 시간을 쏟아야할 것이다. 신중하게 생각을 할 것이다.”
‘빌런’이 매력적이라는 전종서는 ‘버닝’과 ‘콜’로 자신에 대한 이미지가 굳은 것 같다면서 “‘연애 빠진 로맨스’로 새로운 변신을 했다고 말하는데, 원래 전종서에겐 이런 모습도 있어요. 앞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 드리겠습니다.”고 덧붙였다.
전종서가 손석구와 밀당 아닌 밀당을 펼치는 ‘연애 빠진 로맨스’는 오늘(24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