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얼어붙은 극장가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냉기를 녹일 만큼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은 작품들이 있다.
관객들의 오감을 다양한 장르와 전개를 통해 만족시키고 관람료를 결코 아깝지 않게 만들었던 올해 최고의 국내 영화 BEST 3를 뽑았다.
3위 - 액션히어로 (감독 이진호)
"신음보다 해탈을 안고 사는 청춘들의 유쾌한 액션 한 방"
장르부터 전개까지, 모든 요소들이 신선하고 새롭다. 영화 '액션히어로'는 꿈이 액션배우지만 현실은 공무원 준비생인 대학생 주성(이석형 분)을 중심으로 현실 청춘들의 군상을 실감나게 그린 작품이다. 그가 교수에게 보낸 부정입학을 협박하는 편지를 발견하게 된 후 액션영화를 찍으며 흑막을 때려잡는 전개는 기존의 청춘물과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액션히어로' 속 등장하는 인물들은 인터뷰에서 나온 이진호 감독의 말처럼 '신음보다 해탈을 안고 살아가는 청춘'이다. 죠리퐁 라떼에 죠리퐁이 없다고 진상을 부리는 고객을 대하는 알바생부터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자리에 나타나지 않는 팀플원을 기다리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우리 모두 과거의 어떠한 시점에 한 번쯤은 겪었을 익숙한 풍경이다. 이진호 감독은 '액션히어로'를 통해 비리와 싸우고 꿈을 쫓아가는 청춘들의 표정을 비추며 막막한 현실을 유쾌하게 풀어나간다.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 4관왕(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작품상,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배우상,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배급지원상,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왓챠가 주목한 장편) 수상작.
2위 - 모가디슈 (감독 류승완)
"한국 대사관의 힘, 그리고 한국 영화의 힘"
한국 영화의 저력이 바로 이런 것일까. 쌀쌀하던 극장가에 흥행 바람을 다시 일으키게 만든 영화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이 일어나고 통신이 끊긴 대사관 직원들의 탈출 실화가 담긴 작품이다. 해외 로케이션 촬영에서 느껴지는 모가디슈를 배경으로 한 독보적인 영상미와 사건이 급박하게 전개됨에 따라 등장하는 다양한 액션신이 호평을 받았다.
특히 김윤석, 허준호, 조인성, 구교환 등 오랫동안 연기 실력을 갈고 닦은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상황의 긴박함과 긴장감을 더욱 배가시켰다. 악인과 선인의 경계 구분 없이, 한국형 신파 클리셰 없이도 충분히 그날의 이야기를 제대로 전할 수 있었다는 점만으로도 박수를 쳐주고 싶다.
1위 - 자산어보 (감독 이준익)
"신분의 한계를 뛰어넘은 두 벗의 우정, 색의 한계를 뛰어넘은 영상미의 절정"
흑백 영화에 대한 편견을 완벽히 깨부쉈다. 영화 '자산어보'는 신유박해로 흑산도로 유배된 정약전(설경구 분)이 어부 창대(변요한 분)를 만나 흑산도 바다에 있는 생물들을 알아나가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서로의 지식을 알아가는 동안 서로에 대해서도 더 알아가게 된 둘은 사제지간이 되지만 받아들일 수 없는 가치관의 차이로 인해 갈등하는 전개를 통해 당대 분위기를 그대로 담아냈다. 신분의 압도적인 차이가 있음에도 서로를 향해 노력했던 두 인물의 우정을 통해 타인을 통해 더욱 확장된 세계를 볼 수 있음을 시사하는 작품이다.
더불어 '자산어보'의 압도적인 호평 포인트는 영상미다. 흑백 화면 위에 펼쳐지는 흑산도의 모습은 마치 먹으로 그린 한 폭의 훌륭한 수묵화와도 같다. 흑백임에도 스크린을 거침 없이 뚫고 나오는 싱싱한 바다내음은 감각을 믿지 못할 만큼 경이롭다. 흑색으로 그려진 자연의 풍광과 그들의 우정이 담긴 이야기는 관객들로 하여금 무채색을 통해 오히려 색을, 어둠 속에서 메시지를 명확하게 볼 수 있게 만든다.
* 연말 기획 기사 <2021년 국내 및 해외 영화/드라마 BEST와 WORST>는 11월 23일(오늘)부터 매주 화요일, 금요일에 순차적으로 발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