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자율성이 만든 법체계가 정말 정의롭다고 생각하세요?"
지옥에 대해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본 적 있을 것이다. 뉴스에서나 볼 수 있는 흉악범들이 왜 이 세상에서 제대로 처벌받지 않을까. 어떻게 국가가 정해준 가벼운 죗값만을 치른 채 뻔뻔하게 우리 속에 섞여서 살아갈 수 있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감독 연상호)은 그러한 질문에 대해 인간이 지닌 모든 의심들을 담은 작품이다.
'지옥'은 1화부터 거대한 사건이 발생한다. 한적한 카페, 지옥의 사자가 나타난 장면을 찍은 유튜브 영상에 대해 논하던 젊은이들은 그게 사실이라고 믿냐며 서로를 조롱하고 있지만 그 대화는 이내 곧 비명으로 가득 차게 된다.
젊은이들과 같은 공간에서 초조한 눈빛으로 시계를 확인하는 다른 남자, 그리고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지옥의 사자들이 눈앞에 등장한다. 사자들은 카페를 쑥대밭으로 만들며 그를 쫓는다. 결국 붙잡힌 그는 사정없이 사자들에게 폭력을 당한 후 불타서 소멸되게 된다.
지옥의 사자를 눈앞에서 확인하게 된 사람들과 더불어 경찰들 또한 혼란에 빠진다. 실체를 알 수 없는 존재로 인해 살인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수사 방향을 잡아야 할지, 살인 사건으로 분류해야 하는 것이 맞는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이러한 사건에 아내가 살해된 이후 폐인이 된 상태로 형사일을 하고 있는 진경훈(양익준 분)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조사에 나선다. 그는 사건 현장에서 새진리회의 의장 정진수(유아인 분)를 만나게 되는데 처음에는 광신도라고 의심했지만 "법체계가 정말 정의롭다고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에 아내가 살인 당했던 그날의 기억을 떠올린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다.
그의 아내를 죽인 범인은 심신미약으로 10년형을 받고 이후 출소한 채 생을 이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눈앞에서 공권력의 무능함을 마주했던 그는 더욱 이 사건에 대해 파고들게 되고 마침 그 현장에서 자신의 딸(이레 분)이 새진리회의 봉사 활동을 돕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며 더욱 깊은 회의감에 빠지게 된다.
그러던 중 일반인이자 두 자녀의 어머니, 박정자(김신록 분)가 시험의 고지를 받게 되고 새진리회는 그 어머니에게 자녀에게 남길 어마어마한 돈을 대가로 시험을 받는 순간을 생중계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건넨다. 남아있는 아이들을 걱정한 어머니는 새진리회의 제안에 혼란스러워하고 평소 새진리회에 반대하는 의견을 가진 변호사 민혜진(김현주 분)을 찾아간다.
결국 제안을 받아들인 어머니는 변호사 민혜진과 함께 생중계에 대한 협의를 하게 되고 그들의 위험한 방송이 시작된다. 인터넷 방송 진행자로 인해 박정자의 신상은 노출되고 그가 지옥에 갈 만한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생중계 장소 앞에 찾아와 시위를 하는 등 무조건적인 비난만을 던진다. 언론들 또한 떼로 몰려와 현장을 취재하고 시간이 다가오자 박정자는 자신의 목숨에 대해 체념하게 된다. 과연 그들이 말하는 '시험'은, 운명은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
'지옥' 속에는 보고 있는 관객들의 마음속에 의심의 싹을 뿌리는 인물들이 다수 등장한다. 첫 번째로 새진리회는 지옥의 사자를 맹신하며 신의 목소리를 이제부터 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종교 단체다. 그 수장인 정진수는 이런 일이 발생한 이유를 권선징악에서 찾고 죄를 짓고 살아가면서도 뻔뻔하게 살고 있는 이들을 지옥의 사자들이 쫓는다고 설명한다.
그는 살인 사건을 '시험'이라고 말하며 신의 행위를 형사가 수사한다는 것에 대해 코웃음을 친다. 진심으로 악마의 사자를 믿고 있는 그의 모습은 광신도라는 말로만은 설명할 수 없는 광기 어린 힘이 느껴진다. 그에게 지옥의 사자들이란 신이 재정립하려는 세상을 열어나가는 지도자인 것이다.
이렇게 잔혹한 서사들이 흘러가면서 '지옥'이 관객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죄지은 인간들이 같은 하늘 아래 숨 쉬며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과연 제대로 된 권선징악은 어떤 형태로 이뤄져야 정답인 것일까. 권선징악이라는 것을 행하는 주체는 신일까, 아니면 인간이여야 하는 것일까.
작품이 전개되며 갈수록 미쳐돌아가는 세상, 시험이 일어난 후 지옥의 사자라는 존재를 믿게 된 사람들이 그를 믿지 않는 자에게 행하는 무차별적인 공격들, 인간의 잔혹함이 빚어낸 혼란의 세상을 보았을 때 그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결론 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 말은 이 주제가 끊임없는 논쟁이라는 것,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우리 중 그 누구에게도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지옥'은 우리 모두 각자의 마음에 갈등의 요소들을 지피는 작품일 수밖에 없다. 우리의 세상은 지금 지옥의 사자들이 필요한가? 아니면 우리의 세상 그 자체가 지옥이고 인간 자체가 악마인가? 앞으로도 영원히 죄지은 자들의 세상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에게 그야말로 씁쓸한 질문만이 남는다. 넷플릭스 11월 19일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