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 KBS 1V [독립영화관]에서는 김소형 감독의 단편 <우리의 낮과 밤>,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거야>, <선화의 근황> 등 세 편이 시청자를 찾아간다.
2020년 작품 [우리의 낮과 밤](상영시간:26분)은 김소형 감독이 각본과 함께 직접 연기도 펼친다. 영화는 현실적 연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철(김우겸)은 밤에 출근하여 아침에 퇴근하는 제빵사이고, 지영(김소형)은 아침에 출근하여 저녁에 퇴근하는 피부마사지사이다. 결혼은 언감생심이고 같은 집에 살고, 한 침대에 산다지만 둘이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아침 7시에서 8시 사이일 뿐이다. 한 사람은 출근해야하고, 또 한 사람은 밥 먹자마자 잠에 곯아떨어진다. 어쩌다 월차를 맞춰 함께 지내고 싶지만 직장생활에 변수도 많다. 애틋한 연인은 언제 휴가받아 같이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지만 여건이 녹록하지 않다.
김소형 감독은 연인의 상황을 참으로 난감하게 설정했다. 그렇게 아끼고, 아등바등 살아 돈을 모아 결혼 하고, 아이를 낳아 잘 산다면 정말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시절’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작금의 현실로 비춰보자면 속상한 커플의 이야기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자영과 우철은 다투기도 하지만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이이다. 마지막 장면, 파도 치는 바다를 찾아 모래밭에서 춤을 추는 장면은 오래 기억될 연인의 명장면이다. 그들이 하는 일은 어떻게 마무리하고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래 사랑하고 영원히 행복하기를 기원한다.
김소형은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늘 노동을 해야만 하지만 그래도 따뜻한 식사, 편안한 잠, 그리고 사랑만큼은 어떻게든 포기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오늘밤 KBS 독립영화관 시간에는 ‘우리의 낮과 밤’과 함께 김소형 감독의 또 다른 단편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거야’, ‘선화의 근황’이 함께 방송된다. 조고조곤, 알콩달콩 전하는 감성이 촉촉하다.
[인터뷰] 김소형 감독
Q. 직접 시나리오도 쓰시고 연출을 했다. 시나리오 쓰고 연출할 때 영향을 받는 것들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는지?
▶김소형 감독: “상상력이 풍부한 편이 아니어서 생활 속에서 소재를 찾는 편이다. 나와 닿아있는 이야기들을 시나리오로 쓰고, 연출할 때도 삶 속에서 마주했던 찰나의 순간들을 기억해뒀다가 영화 속 장면으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Q. <선화의 근황>과 <우리의 낮과 밤> 두 작품에서는 연기도 한다. 연기를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김소형 감독:“영화학교 1학년 때 동기들과 함께 찍는 작은 단편들에서 연기를 했었는데, 굉장히 재미있었다. 그래서 내 영화에는 직접 출연해보고 싶다고 생각을 했고, 연기를 하게 되었다. 그때의 경험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졸업영화인 <우리의 낮과 밤>에서도 연기를 했다.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에서도 작은 역할이라도 배우로 참여를 하고 싶었지만, 촬영 현장이 너무 바빠서 결국 하지 못했다.”
Q. 연출과 연기를 병행하는 것에 어려움도 있지만, 즐거움도 클 것 같다.
▶김소형 감독:“가장 큰 장점은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것이다.직접 쓴 시나리오니까 아무래도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느낀 것들이 배우로서 연기를 할 때도 도움이 된다. 또, 상대 배우와 소통하기도 편하다고 생각한다. 단점은, 상대 배우나 스탭들이 감독을 필요로 할 때 자리를 지키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서 더 능력 있고 믿을 수 있는 스탭들과 함께 하는 편이다.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대화도 더 많이 나누려고 한다.”
Q. 연출도 연기도 하고 있지만, 처음 어떻게 영화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김소형 감독: “중학생 때 친구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아이였는데, 집에서 혼자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영화를 보고 영화 속 주인공이 하는 행동들을 따라해 보기도 하고, 대사 같은 걸 일기장에 옮겨 적기도 하면서 천천히 영화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까지 생각하게 됐고, 학창시절 내내 꿈이 영화감독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그런데 막상 대학을 진학할 시기가 되니 겁이 나서 성적에 맞춰 진학을 했는데, 그 전공이 하필 너무너무너무 재미가 없는 바람에 자퇴를 하고 영화를 해야겠다고 다짐할 수 있었다. 그 후, 영화 학교에 다시 진학하게 되었다.”
Q. <우리의 낮과 밤>과 <선화의 근황>은 노동과 제빵이라는 공통사가 등장한다.
▶김소형 감독: “20대 초반에 빵집에서 꽤 오래 근무한 경험이 있다. 저는 판매를 담당했지만, 큰 규모의 빵집이어서 생산직 분들과 소통을 많이 해야 하는 환경이었다. 그렇게 어깨너머로 보고 배운 것들을 활용해서 영화에 녹여냈다. 사회경험이 많지 않다보니 디테일하게 묘사를 할 수 있는 직업이 제빵 쪽 뿐이어서 선택을 했다. 그리고 빵집에서 일을 해보기 전에는 제빵 일의 노동 강도가 그렇게 셀 거라고 생각을 못했었다. 따뜻하고 맛있는 냄새가 나는 평화로운 빵집 매장과 치열하고 거친 생산 쪽 분위기가 대비되는 것이 흥미롭다고 생각해서 가져오게 됐다. ”
Q.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는 산울림의 노래 제목과도 같다.
▶김소형 감독:“평소 ‘산울림’의 음악을 좋아하고, 김창환 아저씨의 목소리가 주는 편안함이 있다고 생각을 해서 꼭 영화에 쓰고 싶었다.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는 시 같은 가사, 동요 같은 따뜻함이 있어서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노래라서 좋았고, 무엇보다 계절감을 담고 있어서 영화에도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다. 이 음악을 써야겠다! 라고 결정하고 나니, 제목도 영화에 잘 어울려서 가져오게 됐다.”
Q.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는 한일합작 작품이다.
▶김소형 감독: “제가 다니던 한국 영화학교와 일본 영화학교가 합작으로 1년에 한 편씩 영화를 찍는 프로젝트가 있었다. 한 해는 일본감독이 한국에 와서, 한 해는 한국감독이 일본에 가서 현지 스탭들과 영화를 찍고, 각 국의 영화 현장에 대해 경험해보는 프로젝트이다. 저는 어릴 때부터 일본영화에 대한 동경이 있었고, 꼭 일본에서 영화를 찍어보고 싶었다. 지원을 했고, 운이 좋게 일본에 가서 영화를 찍게 되었다. 김자영 배우와 감독인 저, 그리고 스크립터 1명, 한국 프로듀서 1명 이렇게 4명이서 일본에 가서 일본인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찍었다. ‘안’ 역할을 맡은 ‘카나이 타마키’ 배우가 청소년이었고, 일본도 한국처럼 10시 이후에는 청소년이 영화를 촬영하는 게 불가능했다. 그런데 밤 장면을 찍다가 늦어졌고, 결국 10시를 넘겨 촬영을 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배우의 소속사와 학교 측에 오해가 생기는 바람에 마지막 촬영 날 배우가 현장에 오지 못하게 되었다. 배우 없이 어떻게든 촬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모두가 좌절을 하고 있었는데, 카나이 타마키 배우와 체격이 비슷했던 연출부 한 명이 뒷모습이라도 나오게 찍으라고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겠다고 나섰다. 저를 포함한 스탭들이 울면서 고마움을 전했던 기억이 있다. 함께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서 한 마음이 되었었고, 정말 감동했던 순간이었다.“ (일본학교 측 선생님들이 소속사에 직접 사과를 하시고, 배우가 현장으로 올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결국 다행히 촬영은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Q. 연출자로서 최근의 관심사는?
▶김소형 감독:“지금은 대학원에서 시나리오를 공부하고 있다. 장편 시나리오를 쓰고 있고, 너무 늦지 않게 장편으로 인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쓰겠습니다. 요즘은 집에 관심이 많다.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혼자 지내면서 ‘집’이 나에게 뭘 의미하는 지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 최근 쓰고 있는 이야기도 집에 대한 이야기이다.”
Q. 마지막으로 세 편의 작품을 볼 시청자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김소형 감독: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그 노래가 현실이 된다고 생각하니 정말 떨린다. 지금까지 운이 좋게 많은 영화제에서 다양한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TV로 보시는 시청자분들은 어떻게 보실 지도 정말 궁금하다. 부족한 점이 많지만 매순간 최선을 다 해 만든 작품들이다. 편하게 봐주시고 많은 의견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김소형 감독과의 인터뷰는 KBS독립영화관 송치화 작가와의 지면인터뷰로 진행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