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동 감독
지난 주 막을 내린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한국영화의 오늘-비전’부문에서 상영된 이우동 감독의 [한 끗](영어제목:A Bit Different)은 런닝타임 61분의 드라마이다. 전형적 비리경찰과 탐욕적인 방송국피디가 뒤엉켜 펼치는 범죄조작극이며, 조현병 캐릭터가 등장하는 심리드라마이다. 2019년 코로나 ‘전염’시대에 다시 보게 되는 에이즈공포를 다룬 단편 [병]을 연출했던 이우동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이우동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비리경찰 ‘도협’을 직접 연기한다.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전화 인터뷰로 직접 물어보았다.
Q. 영화제 기간에 부산에서 어떤 영화 보셨는지.
▶이우동 감독: “중국 자오량 감독의 ‘아임 쏘 쏘리’(I′m So Sorry)라는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너무 좋더라. 지금 쓰고 있는 시나리오가 원자력발전소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아임 쏘 쏘리’는 일본 후쿠시마,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등에서 벌어진 일과 그 이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내가 다음에 만들 작품과 관련이 있다.”
Q. ‘한 끗’ BIFF에서의 반응은 어땠나. GV에서 어떤 질문이 나왔나요.
▶이우동 감독:“생각보다 좋았다. 상을 못 받은 게 개인적으로 아쉽다. GV시간에 관객들이 환청에 관한 질문을 많이 하시더라. 극중에서 성균이 계속해서 환청에 시달리잖은가.”
Q. 옥상의 환풍기는 원래 있던 것인가 아니면 영화촬영을 위해 설치하였나?
▶이우동 감독: “환풍기를 새로 설치했다. 미술담당이 원래 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조명을 넣어야했다. 실제로 촬영 그 곳은 밤이 되면 너무 어두웠다. 불이 없어서. 옥상도 그렇고 1층도 그랬다. 전체적으로 전등이 하나 있었나? 그래서 조명작업을 신경써야했다.”
영화 '한 끗' 스틸
Q. 살인범 성균(이지훈)은 처음에는 마약쟁이쯤 되나 생각했는데 조현병을 다룬 모양이다. 실제 어떤 설정이었는지, 그리고 영화 클로징 크레딧 보니 ‘한마음의 집’이라는 곳이 제작지원을 했다고 나온다. (한마음의집은 정신질환자를 수용위주의 치료가 아닌 사회적응훈련 및 재활치료 등을 통하여 지역사회로의 복귀를 촉진하는 기관이다)
▶이우동 감독: “‘한마음의 집’에서 조현병 인식개선을 위한 작품 제작을 요청해왔었다. 그런데 그 쪽을 너무 몰라서 인터뷰도 하고 리서치를 했다. 기획의도는 명확했다. 일반적으로 조현병하면 비슷하게 생각할 것이다. 뉴스에 등장하는 조현병 환자 관련뉴스는 공포심을 조장한다. 나도 무서웠다. 그런데 조사를 해보니 그들이 이용당하거나 폭력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더라. 그 사람들은 폭력의 가해자가 아니라 폭력의 피해자일 수도 있다. 그 두 가지 측면을 봤을 때 질병의 유무에 관계없이 자기가 처해진 상황에 따라 피해자와 가해자로 나눠질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정말 ‘한 끗’차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그렇게 된다고 봤다.”
Q. 조현병을 다루는 것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가족의 입장에서는 작은 부분을 크게 확대시키는 방식에 우려를 표시하기도 한다. 감독님은 어떤 식으로 접근하였는지.
▶이우동 감독: “‘한마음의 집’ 대표님은 시나리오 쓸 때부터 지켜보셨다. 시나리오의 관점은 일반인의 편도 들지 않고, 조현병 환자의 편도 아니다. 관객 입장에서는 탐욕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들려주고 싶었다. 조현병 환자들이 겪는 환청은 견디기 힘든 고통이라고 한다. 경험하지 못했으니. 그런데 그걸 들려주고 싶었다. 대표님은 잘 만들었다고 말씀하시더라. 인식개선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들에 대해 조금의 관심이라고 가졌으면 한다. 개선에 대한 단계가 있다면 1단계 정도라고 생각한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실 때 조현병과 관련된 사건이 아니라, 일단은 재미있게, 관심을 갖도록 하자는 측면에서 만들었다. 아는 사람 중에 가족분이 그런 경우가 있다. 관객들은 누가 나쁜 사람일까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영화 '한 끗' 스틸
Q. 교도관을 맡은 배우가 이재혁이고, 이 영화 프로듀서이다. 전작인 단편 <병>에도 나왔다.
▶이우동 감독: “학교 후배이다. 상업영화에도 자주 나온다.”
Q. 교도관 장면에서 궁금한 게, 구치소에 있는 사람을 그렇게 몰래 빼내오는 게 쉬운 일인가. 설정이 과한 것 아닌가?
▶이우동 감독: “하하. 실제로 군 생활 2년을 경비교도대에서 근무했었다. 교도소에서는 저런 경우를 출장이라고 한다. 그리고 국회의원이 시키는데 교도소장이 어찌할 수 없을 것이다. 낮에는 보는 눈이 어렵겠지만. 내가 있을 때 이런 일도 있었다. 월드컵 때였는데 축구를 너무 보고 싶었던 재소자가 칫솔을 삼켜서 밖으로 나간 경우도 있었다. 영화적으로 가능한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한 끗' 스틸
Q. 영화에 등장하는 방송국 시사고발 프로그램 제작진은 너무 악의적으로 만든 것 아닌가. 물론, 현실적이란 느낌도 주지만.
▶이우동 감독: “평소 기자들의 활동에 관심이 많다. 다음 작품으로 기자 이야기를 할 참이다. 기자라는 직업 자체가 관심을 받는 것 같다. 연예인들처럼. 물론 기자가 아니라 기사로 관심 받지만 말이다. 기사가 관심받기 위해서 자극적으로, 실제보다 더 나가야하는 것이 있다고 본다. 당사자들은 그것 때문에 고통을 받는데 말이다. 그런 것을 살짝이라도 다뤄보고 싶었다. 3~4년 안에는 그 이야기도 만들어보고 싶다.”
영화 '한 끗' 스틸
Q. 오윤수 배우가 연기한 형사 영미도 만만찮은 캐릭터이다.
▶이우동 감독: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소비되는 폭력, 도박은 남자들의 전유물이었다. 여자배우들이 좋은 배역을 받는 사례가 없었다. 형사가 폭력적이고, 돈을 밝히는데 그게 여자형사라면? 영미라는 배역을 통해 그런 역할을 멋있게 보여주고 싶었다. 오윤수 배우가 잘 해줬다고 생각한다. GV에서 영미 캐릭터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관객들도 평이 좋았다.”
Q. 단편은 <병>말고 더 없는지. TV드라마에서 연기도 하셨다. 연기와 연출 어느 게 더 맞다고 생각하나.
▶이우동 감독: “보여주기가 민망할 정도의 수준이다. 졸업 작품이 있지만 너무 퀄리티가 떨어진다. 너무 모르고 찍은 것이라. 감독할 때보다 연기할 때가 더 좋다. 내 연기만 신경 쓰면 되니까. 대본만 받는 배우 보면 부럽다. 지금은 연기와 연출 둘 다 하고 싶은데, 하나만 고르라면 연출이다.”
Q. 연극도 하셨는데. 기억나는 작품은?
▶이우동 감독: “2004년 무렵 대학로에서 한 젊은연극제에서 공연한 작품이 ‘오이디푸스’이다. 내가 오이디푸스를 맡았었다.”
Q. ‘한 끗’은 언제 일반에게 공개될까.
▶이우동 감독: “이제 시작이다. 국내외 영화제 출품하면서 한 1년 정도 관객을 찾을 것이다. 배급사(퍼니콘)가 확정되었으니, 나는 신경 덜 쓰고 이제 다음 작품 시나리오 작업할 참이다.”
이우동 감독은 ‘서독제’에도 출품했는데 안 됐다고 아쉬워한다.
Q. 런닝타임이 61분이면 극장 개봉용으로 너무 짧은 것 아닌가.
▶이우동 감독: “아쉽다. 촬영할 장면이 더 있었는데. 그리고, 단편 <병>과 같이 상영해도 될 것 같다.”
영화 '한 끗' 스틸
Q. 영미와 성균은 굉장히 하드보일드하게 부딪친다. 둘의 이야기가 더 세밀하게 묘사되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제작비 문제인가?
▶이우동 감독: “미술, 세트에 신경을 많이 썼다. 얼핏 보이지만 소품들도 신경 써서 많이 채워넣었다. 경찰서 장면은 [살인의 추억] 느낌이 들 정도였다. 촬영 회차가 늘어날수록 돈이 드니 저런 식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엔딩 장면도 많이 바뀌었다. 도엽형사가 도망가면서 총도 쏘고, 방송국 사람들은 또 악착같이 그걸 찍고 그러는 걸 생각했었다. 그런데 제작비가 없어서. 한 번 더 찍을 때마다 4~500(만원)이 나가니까. 예산이 1억원만 되었어서 원래 시나리오대로 찍었을텐데. 충분히 뽑을 수 있었을 텐데.”“
Q. [살인의 추억]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이우동 감독: “최고다. 100번 이상 보았다. 너무 좋다. 모든 측면에서 최고이다. 미술도, 캐릭터도, 이야기도, 연출력도. 처음 봤을 때 너무 충격을 받았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 혼자 기립박수 보냈었다.”
Q. 준비 중인 작품이 있는지.
▶이우동 감독:“내년 영진위 시나리오 기획개발 사업을 목표를 글을 쓰고 있다. 제목은 <어둠 없는 밤을 위하여>이다. 원전은 전기를 생산하는 곳인데 그곳에 사는 사람은 어떨까. 월성과 고리에 사는 분들을 인터뷰했는데,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더라. 우리나라에선 원자력 이슈가 민감하잖은가. 우리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들 이야기이다. 땅 거래가 안 되니 나갈 수도 없다. 이 영화 <한 끗>과 상황이 비슷할 것이다. 장르적으로 전반부는 <곡성>같은 스릴러로, 후반부는 <나, 다니엘 브레이크>같은 사회적 드라마로 만들고 싶다. 시나리오는 트리트먼트를 완성한 단계이다.”
Q. 또 다른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는데.
▶이우동 감독:“나름 예산이 큰 작품을 쓰고 있다. 한 7~80억 정도? 국가직 구급대원 이야기이다. 원래는 ‘국가직’이었다가 ‘사설’ 구급대원을 하고 있는 사람이 주인공인데 돈만 쫓는 인물이다. 제목은 <데드맨>이다. 이정재 배우가 주인공을 하면 어울릴 것 같은 그런 내용이다. 하하. <데드맨>은 경기영상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전을 거쳤다. 11월 비즈마켓에서 제작사 만나게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