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시작일 뿐이야."
'듄'이 드디어 한국에 상륙했다. 대서사시의 초석을 다지는 1편이자, 다음 편으로 나아가기 위한 훌륭한 디딤돌이다.
영화 '듄'(감독 드니 빌뇌브)은 1965년 프랭크 허버트가 쓴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드니 빌뇌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시대를 대표하는 SF 시리즈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미래 시대에서 벌어지는 가문들의 음모와 배신, 세력들의 충돌이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대서사시로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후계자이자 예지 된 구원자인 폴(티모시 샬라메 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초반부부터 영화를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끔 친절한 설명을 제시한다. 신세력으로 부상하는 아트레이데스 가문이 황제의 시기를 얻게 되고 함정에 빠져 몰락하는 초반부 서사를 통해 미래 시대의 행성들의 권력 구조와 그들의 생태 환경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한다. 이는 원작 세계관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관객들도 부담 없이 영화를 즐길 수 있게끔 만드는 방식이다.
더불어 쉴 틈 없이 몰려오는 중후반부의 전개 흐름도 지루하지 않다. 폴에게 끊임없이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사건들과 이후 그가 각성해나가는 모습을 그린 전개는 긴장감의 끈을 놓지 않게 만든다. 예지 된 자의 운명을 받들기 위해 성장하는 폴의 서사에 초석을 다지는 전개는 155분의 러닝타임 동안 굵고 강렬하게 굴러간다.
'듄'의 아름다움, 그 이상을 뛰어넘는 영상미 또한 관객들을 매혹시킨다. 사막 행성인 아라키스의 모래사막과 그 위에서 펼쳐지는 자연 경관은 경이로울 정도로 유혹적이다. 마치 낙원 같은 풍경과 반대로 밤이 되었을 때 보이는 사막의 또 다른 풍경, 그리고 그 속에서의 공포감마저도 탁월한 CG로 표현해냈다. 주인공의 심리에 따라 인물들이 서로를 바라볼 때마다 달라지는 구도 등 다양한 연출 방식 또한 돋보인다.
이에 거장 한스 짐머가 탄생시킨 OST 또한 극에 대한 몰입감을 한층 증가시킨다. 아트레이데스 가문이 처음 아라키스 행성을 방문하고 부대가 진입했을 때 나오는 음악부터 폴이 각성하는 그 순간까지, 장면의 적재적소에 꽂힌 음악들은 그 신이 담고 있는 무드를 최대한으로 증폭시킨다.
이에 폴의 어머니인 레이디 제시카 역을 맡은 레베카 퍼거슨, 폴의 예지가 담긴 꿈에 자주 등장하는 미스터리한 소녀 챠니 역을 맡은 젠데이아, 아트레이데스 가문을 명예로 지키는 던컨 아이다호 역의 제이슨 모모아 등 할리우드에서 주목받고 있는 명배우들의 연기가 더해져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물론 그중에서도 주연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력은 그야말로 발군이다. 아름다움의 의인화 같은 외모와 더불어 사람을 한 번도 죽여보지 못한 어린 왕자의 모습에서 모든 이들 위에 군림하는 지도자가 되기까지 성장하는 서사를 표현한 연기가 영화의 멱살 잡고 이끌어나간다. 특히 엔딩에 다다르는 클라이맥스 신에서 각성하는 눈빛 연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전율을 일으킬 정도다.
'듄'은 다음 편에 대한 기대를 한껏 끌어모았다는 점, 그리고 2편에 대한 이야깃거리를 많이 던져놨다는 점만으로도 이미 성공한 1편이다. 1편에서 본 폴의 환상이 과연 현실로 이어질지, 혹은 반대의 결과물로 나타나 악몽의 결과로 구현될지 알 수 없는 일이나 이러한 불확실성 또한 '듄'을 이끌어가는 묘미다.
더불어 살아남은 자들과 그들이 속한 가문들의 전쟁, 황제의 권력에 맞선 폴의 선택, 그리고 챠니와의 발전되는 관계까지. 2편에서 벌어질 다양한 이야기들이 벌써부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처럼 흥미롭게 느껴진다. '듄'은 그야말로 드니 빌뇌브 감독이 뿌린 훌륭한 밑밥이자, 2편을 위한 훌륭한 1편으로 제 몫을 다한 작품이다. 10월 20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