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글로벌 스트리밍 업체의 대공세는 영화제의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올해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넷플릭스 작품이 몇 편 소개된다. 그와 함께 시선을 끄는 것은 국내 OTT인 왓챠의 작품도 부산에서 먼저 선을 보인다는 것이다. 박정민, 손석구, 최희서, 이제훈이라는 배우들이 감독으로 나서 화제가 된 단편 옴니버스 <언프레임드>이다. 연기력 뛰어난 배우들이 각각 연출을 맡은 네 편의 작품은 놀랍도록 완성도가 높았다. 12월 왓챠 공개에 앞서 BIFF에서 먼저 영화팬을 찾은 작품을 소개한다.
최희서 감독의 <반디>는 싱글맘과 딸의 애틋한 이야기이다. 최희서는 이번 작품에서 감독, 각본, 연기를 직접 한다. 영화는 소영(최희서)과 원석(신현수)이 고깃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평범한 연인들의 이야기가 오고간다. 남자는 어릴 적 이야기를 한다. “어릴 때 우리 아파트 뒷산에 반딧불이가 있었어. 그걸 잡아서 유리병에 넣었지. 왜 있잖아. 델몬트 유리병.”. “에이, 서울에 반딧불이가 어딨어..” 그리고 이제 원석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소영은 유복자 반디(박소이)를 키운다. 오랜만에 시댁에 간다. 말은 더듬는 손녀 소이를 애잔해 하는 할머니. 소이는 아빠 방에서 아빠가 남겨놓은 물건들을 하나씩 본다. 아빠와 엄마가 연애할 때 써놓은 글들도 또박또박 읽는다. 소영은 반디와 함께, 뒷산에 올라가본다.
최희서 감독의 <반디>는 놀랍도록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박소이의 연기는 그야말로 명불허전이다. (이제는 이 세상에 없는) 연인과의 기억, (보지 못한)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조금씩 쌓인다. 등장하는 몇 안 되는 캐릭터는 모두가 선하고, 인간적이다. 서울의 아파트, 뒷산에 반딧불이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은 하지만, 소이의 말은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젊은 엄마와 어린 딸은 그렇게 세상을 익히고, 삶을 꾸려가는 모양이다.
<반디>는 최희서가 3년 전에 쓴 시나리오란다. 최근 싱글맘 연기를 잇달아 하면서 ‘싱글맘 주연’의 이번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참, <반디>에는 이제훈이 '우정출연'한다고 한다. 어느 장면에 등장하는지 찾아보는 것도 재미일 듯하다.
최희서와 함께 박정민, 손석구 배우가 감독으로 나선 숏필름 프로젝트 <언프레임드>는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에 이어 오는 12월 왓챠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