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틴 전 감독 Director Justin CHON
영화 <푸른 호수>에서 각본, 감독, 주연을 맡은 저스틴 전의 부산국제영화제 기자간담회가 오늘(12일) 오전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부산을 찾지 못한 저스틴 전은 “2009년에 영화제를 방문한 적이 있었고, 2년 전에는 <미쓰퍼플>이 상영된 적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아름답고 세계적인 페스티벌이라고 생각한다. 팬데믹만 아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쉽다.”며 한국 취재진에게 인사를 전했다.
우리가 몰랐던 입양인들의 현실로 충격을 안겨주며 뜨거운 울림을 주는 저스틴 전 감독의 <푸른 호수>는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에 이어 오늘(13일) 정식 개봉한다.
부산국제영화제
Q.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인이라는 개인적 경험이 이 영화에 끼친 영향은.
▶저스틴 전: “나를 이 이야기에서 분리할 수 없었다. 백인들 사이에 둘러싸인 환경 속에서 아시안 아메리칸으로서 한국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성장하면서 늘 자문해왔다. 미국 토양 안에서 우리의 삶이 어떤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계속하게 된다. 아시안 아메리칸 영화, 한국계 미국인에 대한 영화를 미국에서 찍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에 대한 애정, 관심, 이야기를 미국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한 것이다. BTS나 [오징어 게임], <기생충> 등 한국의 콘텐츠가 많이 알려지면서 국제적으로 인식이 높아지고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지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나의 목표는 사람들에게 한국인들의 감정, 정서에 대해서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스토리텔링에 대한 독특한 나만의 색깔이 있다고 생각한다.”
Q. 감독님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저스틴 전: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 질문을 많이 던진다. 미국에서 자라면서 중요하다고 느낀 것은 사람들이 가족이라 부르는 사람을 선택한다는 거다. 어떤 때는 선택한 것이라는 점에서 그 관계가 더 강력하다. 하지만 선택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이 부분이 <푸른 호수>가 탐구하는 주제이다. 안토니오는 입양인인데 입양한 부모마저도 안토니오를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안토니오는 아무에게도 선택받지 못한 사람이 되었다. 선택한다는 것은 파워풀한 결정이다. 주인공이 직접 이야기한다. ‘우리는 가족일 필요는 없지만 서로가 가족이 되겠다고 선택한 거야.’ 그래서 이것이 더 강력하다고 생각한다. 안토니오 주변 사람들은 모두 서로가 가족이 되기로 선택한 사람들이다. 나는 입양인이 아니기에 죽어도 그 입양인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 모를 것이다. 하지만 리서치를 하고 많은 입양인들을 만나 느낀 것은 어디로 입양이 될 것인지, 부모가 누가 될 것인지 그들은 선택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내 가족을 선택한다는 것 자체가 강력한 메시지다.”
푸른 호수 스틸컷
Q. 감독님의 삶이 영화 제작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저스틴 전:“대본 작업 중 아내가 딸을 임신 중이었다. 작업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아버지로서, 인간으로서 더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됐고 다른 관점들을 가지게 됐다. 내 아내는 내가 선택한 가족이다. 선택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모든 것에, 모든 영화에 가족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고, 인간에 대한, 삶에 대한 이해도가 훨씬 높아진 것 같다.”
Q. <푸른 호수>를 만들면서 가장 지향했던 점은.
▶저스틴 전: “베트남 사람들의 스토리에 신경 썼다. 미국 영화에서는 한국계 미국인, 일본계 미국인, 중국계 미국인 등 한 문화권 사람들만을 보여준다. 여러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한 스크린에 등장하는 것이 드물다. 한국계 입양인이 남부 사람으로 보여지면 어떨까 생각해 봤다. 실제로 내 아내가 러시아 사람이기 때문에 내 가족도 다문화 가족이다. 영화 속에서 아버지는 아시안인데 아이들은 백인인 가족을 보여주면 어떨까 생각했다. 영화를 보면서 남부, 아시아, 백인 등 초월해서 보다 보면 마침내 ‘가족’이 보일 것이다.”
푸른 호수 스틸컷
Q. ‘파커’는 극중에서 어떤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가?
▶저스틴 전: “두 아시아 민족이 스크린을 공유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파커’의 역할은 안토니오의 거울이라고 할 수 있다. 베트남 보트피플의 스토리는 극 중에서 매우 중요하다. 한국처럼 베트남은 전쟁을 겪은 나라다. 트라우마에 대해 이해가 있는 사람들이다. 파커의 아버지가 두 대의 배에 가족을 나눠 태운 점에 대해 한국 사람들은 이해할 것이다. 실제로 할머니가 한국전 때 북한에서 내려오셨다. 배를 타고 올 때 아이가 울면 아이를 물에 빠뜨려 죽였다고 했다. 죽이지 않으면 다 들켜서 죽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를 들을 당시 어린 나이였지만 ‘내가 살고 있는 나라와 한국은 다르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안토니오가 파커 아버지에게 후회하냐고 물었을 때 파커의 아버지는 그런 적 없다고 대답한다. 그 답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비슷한 사회적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베트남 가족의 스토리라인이 중요한 이유다.”
Q. 미국에서 추방당한 한국인 입양아가 한국으로 돌아와 고립되어 살다 비극에 이르는 일들이 한국에서도 수차례 조명된 적이 있다. 영화엔 이후가 나오지 않지만 안토니오가 엔딩 장면 이후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 상상해 본 적 있나.
▶저스틴 전: “많이 고민해 봤다. 리서치를 하면서 이미 추방이 됐거나 추방이 될 위험에 놓인 아홉 명의 사람들의 고민을 들었다. 중요한 점은 이 영화는 어젠다를 가진 영화라는 점이다. 입양인 입장에서는 어떤 느낌일까 생각했다. 나를 원하지 않았던, 나를 거부했던 나라와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면 어떨까. 매우 큰 상처일 것이다. 영화를 가지고 이 이슈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아동 시민권 법에 의해 2000년 이후 입양된 사람들은 시민권이 인정되지만 그 이전에 입양된 사람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2000년은 누군가 임의로 만든 기준일 뿐이다. 그것에 따라 추방이 결정된다. 이 사람들이 어떻게 될지 미래는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들의 경험을 스크린으로 옮겨서 법, 정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공감대를 느끼고, 법 개정의 필요성을 느끼게끔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안토니오의 추방 이후의 삶을 보여줬다면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막아버리는 것이 될 것이다. 감히 상상하건대 완전히 영혼이 파멸되는 느낌이 아닐까.”
Q. 영화가 실제 한국계 입양인의 사연과 매우 유사하다. 영화를 준비한 과정을 소개해달라.
▶저스틴 전: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여러 명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공무원도 있었고, 범죄 전과가 있는 사람도 있었다.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안토니오를 완벽한 사람이 아닌, 결함이 있는 사람으로 설정하자는 것이었다. 입양인 5명과 상의했고, 초안을 다듬을 때마다 그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았다. 그중 한 명은 입양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 바로 본인의 아이가 나올 때라는 점을 강조했다. 추방이 됐거나 추방이 될 위험을 가진 이들도 9명을 만났다. 그분들에게 들은 다양한 이야기들이 스토리에 녹아 들었고 대본에 섞이게 됐다.”
푸른 호수 스틸컷
“처음에는 엔딩이 달랐다. 공항에서 한국 여성분으로 인해 뭔가 일이 일어나는데 추방된 분들이 엔딩을 바꿔달라고 했다. 그들이 경험한 것은 추방 당하는 과정에서는 희망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다. 관객들에게 현실과 다른 희망적인 부분을 보여주는 것은 안 될 것 같다고 얘기했다. 지금의 엔딩이 안토니오 입장에서는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안토니오가 (추방을) 선택 한 것이니까. 그리고 가족은 미국에 있어야 하니까. 이 엔딩은 추방당한 입양인 분들이 지적한 것을 반영한 것이다. 제작사에서는 엔딩이 우울하면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진정성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에 반영해서 엔딩을 바꿨다. 이후 그분들로부터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감사하다, 어느 부분에서 기분이 좋아졌다 등의 말씀을 주셨다. 이 영화는 이제 내 것이 아니다. 입양인 공동체를 위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한국인, 라틴계, 어디든 그 모든 입양인 공동체에게 드리는 영화다.”
Q. <푸른 호수>가 제2의 <미나리>라고도 언급이 되는데, 마침 감독님의 차기작 <파친코>에서 윤여정과 호흡을 맞췄던 소감.
▶저스틴 전: “윤여정 선생님을 너무너무 사랑한다. 그녀는 최고다. 그분은 돈을 못 벌 때도 연기를 계속하셨던 분이다.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너무나 성공적으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윤여정 배우는 그 속에서도 진정한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일을 사랑하고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이다. 내면이 친절하고 개방적이고 넓고 큰 분이다. 또한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점이 있으면 타협하는 것이 아닌, 직설적으로 고치려고 한다. 같이 일하게 된 것은 나에게 행운이다. 부산 영도에서 촬영을 했는데 석양이 내리는 시점에 3~40분을 원테이크로 담아내려고 했다. 해변 쪽으로 걸어가면서 감정 연기가 필요한 장면이었다. 어려운 촬영이었고, 이때 촬영 방식에 대해 저에게 화를 내셨다. 어머니 같은 분이었는데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고, 그분이 지적하신 것은 항상 옳았다. 또한 늘 열린 마음으로 경청해 주셨다. [파친코] 촬영의 소중한 경험을 영원히 간직할 것 같다.”
저스틴 전 감독 Director Justin CHON
Q. <기생충> <미나리> <오징어 게임>을 비롯해 최근 각광받는 K-콘텐츠가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지.
▶저스틴 전: “한국 콘텐츠 르네상스는 90년대부터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시네필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가 있었다. ‘한’과 ‘정’ 정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콘텐츠를 보며 다 감정적으로 공감대가 형성이 된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문화나 정치 등을 몰라도 된다. 어떤 감정인지를 이해하면 된다. <기생충>을 보면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계층이 존재하고, 인간의 다양성에 대해서도 공감할 수 있다.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너무 싫은 데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런 감정들이 모든 한국 영화에 다 들어있는 것 같다. 징글징글한 감정. 기본적인 인간의 감정이 다 들어가 있다. K팝도 마찬가지다. 아이돌 그룹이 인기가 많다. 한 명이 아닌, 그룹이 얼마나 서로를 챙기고 무대에서 멋있는 것을 창조해 내고 그 무대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전 세계가 열광하는 것 같다. 그 안에 뭔가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음악에 인간적인 감정이 드러나기 때문에 전 세계적인 인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