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스 카락스(레오 카락스) 감독이 부산에 왔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소개되는 영화 [아네트] (원제:ANNETTE) 상영에 맞춰 한국 영화팬을 찾은 것이다. 레오스 카락스 감독은 ‘나쁜 피’ ‘퐁네프의 연인들’ ‘홀리 모터스’ ‘폴라X’ ‘소년 소녀를 만나다’ 등의 작품으로 한국에도 많은 팬들을 거느린 프랑스 영화감독이다. 당초 9일 예정된 카락스 감독의 부산 일정은 입국이 지연되면서 하루가 연기되어 10일부터 진행되었다. 영화제 측은 "코로나19 상황으로 원활하지 못한 항공 일정 문제가 생겨 차질을 빚게 됐다"고 밝혔다. 장거리 비행과 코로나 검사를 거친 뒤에 무사히 부산무대에 오른 레오스 카락스에게 영화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10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KNN씨어터에서 진행된 레오스 카락스 감독과의 공식 기자회견은 서승희 BIFF 프로그래머의 사회로 진행됐다.
Q, 영화 ‘아네트’에서 스탠딩 코미디언 헨리(아담 드라이버)와 톱 오페라 가수 안(마리옹 꼬띠아르)의 딸인 아네트는 아역 배우가 아니라 대부분 ‘인형’(꼭두각시)이 연기한다.
▶레오스 카락스: ”이 영화는 스팍스(Sparks/스파크스)라는 미국의 밴드에게서 영감을 얻었다. 어릴 때부터 스팍스의 노래를 좋아했었다. 기본적인 스토리는 주인공의 딸 아네트가 갓 태어나서 5살까지의 아이였다. 노래도 하고, 연기를 할 수 있는 아기를 찾지 못했다. 영화라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시작하기 마련이다. 처음에는 후반작업에서 3D로 표현하고 했다. 그렇게 하면 성인 배우들이 아네트와 감정적인 교류를 할 수 없다. 감정적인 신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꼭두각시밖에 없었다. 인형을 조종하는 사람을 찾다가 결국 프랑스에서 찾았다.“
Q. 영화에 등장하는 가족은 비극적이다. 그러면서도 이 영화를 딸에게 바친다고 했다.
▶레오스 카락스: “최근 만든 두 작품에 딸과 함께 출연했다. 나는 다작을 하는 감독이 아니다. 가족영화 같은 것을 한 번 만들고 싶었는데, 이 영화는 ‘나쁜 아빠’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그런 일들은 일어나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나 자신이 ‘나쁜 아빠’가 아닌지 스스로 물어볼 수 있었다.” (감독의 오른손 손등에는 문신이 새겨져있다. '탱탱'(틴틴)의 기호와 딸의 이름이 러시아어로 새겨졌다고 밝혔다)
Q. 아담 드라이버와 마리옹 꼬띠아르를 캐스팅한 이유가 있다면.
▶레오스 카락스: “나는 배우를 염두에 두고 영화를 구상한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스팍스의 제안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배우를 떠올리기가 어려웠다. 뮤지컬이기에 노래도 해야한다. 아담 드라이버는 7,8년 전에 미드(걸스)를 통해 처음 봤었는데 흥미롭고 이상한 배우였다. 그 때는 너무 어렸지만, 지금은 아빠 역할을 하기에 적당했다. 여배우를 찾다가 결국 마리옹 꼬띠아르를 캐스팅했다. 둘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키도 잘 어울렸다.”
Q. 레오스 카락스 감독이라면 드니 라방과의 영화가 떠오른다.
▶레오스 카락스: “드니는 20대에 만나 서너 편의 작품을 함께 했다. 친구라고까지 말하긴 어렵지만 한동네에 살아서 길에서도 가끔 만난다. 그와의 작업은 무척 만족스러웠다. 아담 드라이버와도 마찬가지다. 그에게 또 다른 작품을 하자고 이야기 했었는데 지금은 너무 바빠 안 된다고 하더라.”
Q. 뮤지컬 영화라 보니 대부분 노래를 한다. 그런데 모터사이클을 타면서도, 부부의 섹스 장면에서도 노래를 한다.
▶레오스 카락스: “이 프로젝트 자체는 스팍스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스팍스가 ‘홀리 모터스 ’를 보고 이 뮤지컬 영화를 제안해왔다. 영화를 만들면 항상 음악이 걱정되는데 운이 좋았던 것이다. 스팍스가 15곡의 노래를 만들었는데 영화에서 모두 다 사용했다. 오래 전부터 뮤지컬영화를 하고 싶었었다. 대사 대신에 계속 노래만 한다는 것은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ㅎ이다. 그런데 난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전부 노래로 만들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Q. 남자는 스탠딩 코미디언이고 여자는 오페라 가수이다. 이런 설정을 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레오스 카락스: “그들의 직업은 스팍스와 처음 구상할 때부터 정해져 있었다. 나는 오페라를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관심이 생겨 보니 매우 흥미로웠다. 클래식 오페라에서는 여주인공이 대부분 죽는 것으로 끝난다. 목이 잘려 죽거나, 불에 타 죽거나 그런다. 그렇게 죽는 순간이 가장 아름다운 아리아가 나온다. 나는 미국의 훌륭한 스탠딩 코미디언들을 알고 있다. 그들은 청중을 잘 자극한다. 죽음을 가지고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만들어낸다. 오페라는 고상하고 고급스럽다고 느끼고, 스탠딩 코미디는 저급하다는 인식이 많다. 이런 대조가 흥미로웠다.”
Q. 영화는 그리스 비극에 세익스피어적 느낌도 들었다. 전하고자 하는 바가 있는지.
▶레오스 카락스: “오페라에 근접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비극적이며, 신화 같은 이야기. 반신반인의 존재도 나오고, 여자가 끝에 가서 죽는 내용을 담고 싶었다. 영화에서 심연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높은 곳에서 올라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떨어질 것 같은 감정이 있다. 이런 심연에 대한 공감을 다루고 싶었다.”
Q. 남녀 주인공이 셀럽이다. 영화에서는 이들 부부의 이야기가 타블로이드 뉴스처럼 전해주는 장면이 있다.
▶레오스 카락스: “스팍스는 이미 돈도 많고 유명한 셀럽이다. 이런 사람의 이야기를 제가 찍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러니한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런 아이러니 없이 찍기는 쉽지 않다. 사람들이 왜 성공을 원하는지, 성공하게 되면 어떻게 변하는지, 페르소나가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롭다.”
Q. 한국영화나 한국배우에 관해 아는가.
▶레오스 카락스: “젊을 때 수많은 영화를 봤다. 그런데 지금은 영화를 거의 보지 않는다. 그래서 영화도 배우도 잘 모른다. 최근 들어 불면증에 시달린다. 그 덕분에 홍상수 영화를 많이 봤다. 그의 영화에 나오는, 이름은 모르지만 그의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의 연기가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Q. 코로나19를 겪으며 삶에 변화가 생겼나.
▶레오스 카락스: “다행히 이 영화 촬영을 끝내고 나서. 프랑스에 봉쇄령이 내려졌다. 편집을 하면서 힘들었다. 그 사이에 영화 상영을 위한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했다. 좋은 점도 있다고 본다. 한 것은 좋은 점도 있다고 본다.”
부산에 온 소감을 묻는 질문에 레오스 카락스는 “소감은 글쎄.. 비행기 타고, 기차 타고 24시간 걸려 부산에 왔다. 24시간은 지나야 답변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분명한 것은 여기에 올 수 있었다는 것이 기쁘다.”고 답하며 포토 타임도 생략한채 서둘러 무대 뒤로 벗어났다. 레오스 카락스 감독은 기자회견장을 벗어나자마자 담배부터 꺼내 물었다. 얼굴에는 긴 여정의 피곤함이 묻어났다. 카락스 감독은 잠시 휴식을 취하고는 ‘마스터 클래스: 레오스 카락스, 그는 영화다’에 참석하여 영화팬들의 질문을 받았다.
레오 카락스 감독, 아담 드라이버, 마리옹 꼬띠아르 주연의 영화 <아네트>는 10월 27일 개봉된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 개막작이자 감독상 수상작인 <아네트>의 상영시간은 141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