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각본/감독:황동혁 전 9부작)은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진짜’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 박해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수석입학한 쌍문동의 자랑이었고, 증권회사에서 승승장구하다가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진 조상우 역을 맡았다. 게임의 수를 읽을 줄 아는 그가 ‘오징어 게임’의 넥스트 스테이지를 이끈다. 이미 변칙적이지만 ‘페르소나’와 ‘사냥의 시간’으로 넷플릭스를 경험한 그는 ‘오징어 게임’ 다음으로 ‘종이의 집’(한국판)과 ‘수리남’으로도 넷플릭스에서 만날 예정이다. 그 작품 말고도 드라마와 영화가 줄줄이 예정되어 있는 박해수를 만나 ‘오징어 게임’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이다. 이 정도를 인기를 끌 것이라고 예상했나.
▶박해수: “너무 감사하다. 사실 어느 정도는 예상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것은 전부 한국의 놀이지만 인간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이 많았다. 보면서 많이 이야기 하고, 고민하고 봐야하는 작품이면서 동시에 재미도 있다. 극단적 소재도 있었고. 잘 될 줄은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엄청나게 잘 될 줄은 몰랐다.”
Q. 상우가 점점 괴물처럼 변해간다.
▶박해수: “연기를 하면서 상우의 심리적 변화를 읽었다. 변해가는 과정을 외형적인 변화에서도 보여주고 싶었다. 상우는 군중 속에 숨어있거나 군중심리를 이용하기도 한다. 그가 어느 순간 뛰쳐나와야 할지 감독님과 많이 상의했다.”
Q. 서울대 경영학과 수석합격생이자, 벼랑에 몰린 남자를 연기하기 위해 따로 준비한 게 있는지.
▶박해수: “서울대만 그런 것이 아니고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1위 지향적인 모습을 알고 싶었다. 그래서 실제 서울대생을 만나 이야기도 나눠보고 그랬다. 주인공이 가지는 박탈감에 대한 걸 많이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자격지심에 대해 알아보고 싶었다.”
Q. 박탈감이나 자격지심은 어떤 것을 말하는지.
▶박해수: “조상우 캐릭터는 자격지심을 갖고 있다. 성기훈(이정재)에 대한 질투심도 많았다. 그가 학교에서, 사회에서 승승장구 했겠지만 첫 번째가 되지 않을 때 스스로 견딜 수 없는 박탈감과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다. 경쟁사회에 있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박탈감이다. 나도 그런 것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 부분을 찾아보는 것이 캐릭터 연구에 도움이 되었다.”
Q. 그럼 상우가 기훈에게 느낀 질투심은 어떤 면 때문인가.
▶박해수: "어렸을 때는 동네 친구들끼리도 경쟁심이 있다. 기훈은 골목대장이 되는 사람이었고, 상우는 따라다니기만 하는 동생이었다. 상우는 공부를 잘 해 돈도 많이 벌었지만 결코 이길 수 없었던 게 성기훈의 성격일 것이다.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함께 어울리는 것에 대한 질투심이 근저에 깔려 있을 것이다."
Q. 기훈과의 교감만큼 외국인 노동자 알리(아누팜 트리파티)와의 이야기가 큰 울림은 준다. 알리에 대한 미안함은 어떤가.
▶박해수: "상우가 그를 믿었다고 말하기도, 이용했다고 말히기도 어렵다. 알리는 게임을 펼치는 장에서 가장 중요한 동료였다. 미안하고 절박한 순간에 어쩔 수 없이 그런 판단을 내렸다. 촬영을 할 때 아누팜에 대한 동료애가 있었다. 아누팜을 워낙 좋아했고 촬영 내내 즐거웠다. 마지막에 상우 입장에서 알리를 배신할 때는 마음이 아프지 않았어야 하는데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난다.“
Q. 상우의 감정변화 표현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박해수: “촬영하는 동안 편하지 않았다. 집에서 쉬려고 해도 그러질 못했다. 상우가 내리는 판단이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스스로 공감해야 하니까. 그런 생각을 계속 하는 게 힘들고 무서울 때가 있었다. 그건 배우가 해야 하는 일이다. 가끔 그런 것에 희열을 느낄 때도 있다. 그래서 ‘아, 나에게도 이런 면도 있구나. 이렇게 냉철해 질수도 있구나’ 생각하며 연기를 이어나갔다.”
Q. 상우 역할로 욕도 많이 먹었다.
▶박해수: “정말 욕을 많이 먹었다. 내 역할을 보고 욕을 하신 것은 나에게는 응원인 셈이다. 연기를 하면서 상우가 욕을 그렇게 먹을 사람인가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다양한 반응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Q. '오징어 게임‘ 평가 중에 기억에 남는 칭찬이 있다면?
▶박해수: “미중년이 섹시하다는 평이 있었다. 현실적인 연기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있어서 기분 좋았는데 중년의 섹시함이 느껴진다고 했을 때 감사했다.”
Q '오징어 게임'의 실제 세트장은 어땠나.
▶박해수: “작품을 보면 몽환적이다. 실제로 보면 무서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사람을 홀리게 만들 정도였다. 너무 아름다워 서로 죽여도 죄가 되지 않을 것 같은. 촬영 때 마치 꿈을 꾸는 느낌이었다. 그런 세트가 작품과 캐릭터에는 큰 도움이 됐다. 연기에 몰입하기에 편했다.”
Q. '오징어게임'의 세계관에서 가장 자신 있는 게임이 있었다면.
▶박해수: “작품 속 게임들은 모두 체력과 피지컬이 있으면 가능하다. 가장 어려운 건 구슬치기였던 것 같다. 구슬치기 말고 다른 건 자신 있다.”
Q. 그래서인지 '오징어게임' 속 게임들이 남성중심의 게임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해수: “찍으면서 그런 논란은 예상하지 못했다. 게임이란 것이 승자를 따지는 것이다 보니 체력과 피지컬적인 것이 포함되었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작품에서는 남성, 여성의 문제보다 인간들의 선택과 심리, 판단, 반응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 같다.”
Q. 조상우가 등장했던 장면 중 가장 좋았던 부분은? 다른 캐릭터의 장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박해수: “달고나 게임을 할 때 기훈에게 '형'하고 부른 다음에 '아니야'라고 이야기 하는 장면. 그 지점부터 상우가 변하기 시작하고 마지막엔 기훈에게 쏘아 부친다. ‘난 스스로 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고 말하면서. 그런 극과 극을 좋아한다. 그리고 기훈과 일남 할아버지의 마지막 장면이 뇌리에 남아있다. 12시가 되어서 누군가 딱 올 때. 그 장면에서 많이 울었다. (기자도 훌쩍~)”
Q. '시즌2'가 만약 제작된다면. 아쉽겠다.
▶박해수: “정말 아쉽다. 그러나 작품에선 그렇게 되어야 하니까. 감독님께서 프리퀄을 생각하실 지도 모르고. 조상우라는 인물이 왜 그렇게까지 되었는지 설명해줄 필요가 있을지 모르잖은가. 이건 내 바람이다. 아마 시즌2가 된다면 기훈의 꿈속에서 나와야 할 것 같다.”
Q. 시즌2에 어떤 스토리가 펼쳐졌으면 하나
▶박해수: "가면남들의 세계가 궁금하다. 어떻게 리더까지 갔는지도 궁금하고. 다른 캐릭터들의 전사도 나오면 좋을 것 같다.“
Q. 정해인이 출연한 넷플릭스 작품 'D.P'도 대박이 났었다. 연락은 해보았나.
▶박해수: “'D.P.' 공개된 날 바로 보았다. 우들에 대한 존경심이 생겨서 '너무 멋있다. 잘봤다'고 문자 보냈더니 감사하다며 '오징어게임'도 기대한다고 하더라. 오징어게임' 나온 날, ‘너무 잘 봤다. 난리 났다’고 연락 왔다. 서로 응원해주고 있다.”
Q 차기작을 소개해 달라. 무대 생각은 없는지?
▶박해수: "(연극)무대 생각은 언제나 있고 계획하고 있다. 계속 연극무대에 설 것이다. 무대에서 큰 에너지를 얻는다. 지금 넷플릭스 '종이의 집' 한국판과 '수리남'을 촬영 중이다. 곧 OCN에서 방영하는 드라마 '키마이라'도 보실 수 있다. 설경구 선배님과 촬영한 영화 '야차'도 내년쯤 보실 수 있을 것 같다. '유령'이라는 영화 촬영도 마친 상태이다.“
넷플릭스 영화에 잇달아 출연하는 박해수 배우에게 '넷플릭스'가 보너스라도 줘야할 것 같다고 하자, "그러게요."라고 웃는다. ‘어린 시절 추억의 게임’이 아니라 ‘어른들의 잡기’로 스핀오프가 만들어지면 재밌을 것 같아서 잘하는 잡기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당구? 사실은 잡기를 못하는 성격이다. 잡기가 없다. 내기나 이런 것 젬병이다. 운동은 잘해도 말이다.”란다.
박해수와의 화상인터뷰가 열린 것은 어제(29일) 오후 1시였다. 2시부터 ‘007 노 타임 투 다이’ 기자시사가 예정되어있었기에 스물 명 넘는 기자들이 접속했다. 인터뷰가 끝난 뒤 박해수 배우는 기자이름을 한참 부르다가 “기자님 이름 이거 다 불러야 하나요? 정말 많군요. 직접 뵙지 못하고 이렇게 인사드리네요. 어려운 시기에 작품 봐주셔서 고맙고, 인터뷰 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 활동하겠습니다. 건강하세요.”라고 마무리 인사를 했다.
영화팬입장에서는 이런 영화가, 이런 배우가 고마울 따름이다.